강원도 평창군 용전중, 전교생 17명에서 65명으로 되레 늘어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 '동문' 교육청 합심해 학교 되살려

용전중학교는 강원도 청정 자연환경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학생들 스스로 텃밭을 일구는 모습.
[평창=데일리한국 송찬영 교육전문기자]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처해있던 강원도의 한 중학교가 인기학교로 거듭나 눈길을 끌고 있다.

강원도 산촌마을의 자그만한 한 중학교를 교사와 학부모, 동문과 지역사회, 교육청이 힘을 합쳐 타지역 학생들이 전학오는 인기 학교로 탈바꿈시켰다.

신입생 한명의 폐교 위기에서 벗어나 정상 궤도에 집입한 용전중학교. 학생수가 늘자 학생 신발장 수도 늘었다. 이를 흐믓하게 지켜보고 있는 교사들 모습.
이 학교는 지난 2010년 전교생이 17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7일 현재 학생수는 65명으로, 한 학급당 평균 인원이 20명을 넘어서는 등 활력 넘치는 학교로 거듭나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에 위치한 용전중학교가 변화를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6년 전. 당시 이 학교는 상당수의 시골 작은 학교들이 그렇듯 학생 수 감소가 심각해 문닫는 날만 카운트 다운에 들어갈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신입생 1명에서 전교생 65명으로 변모

작은 학교의 단점을 장점으로 되살려 교사와 학부모, 지역주민이 학교일을 의논한다. 사진은 아이와학부모가 삼겹살을 먹으며 하룻밤을 학교에서 보내는 '별밤 독서캠프' 프로그램.

2010년 그해 이 학교의 신입생은 단 한명으로 학교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었다.

당시에도 폐교 위기에 몰린 일부 초등학교들이 자연 친화적인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되살아났다는 소식들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지만, 용전 중학교에는 남의 일이었다. 골프 특성화학교 등 특성화 시도도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성이 중심이 되는 초등학교와는 달리 중학교에서는 학력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인식이 학부모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학력중심 사회에서 힘든 농사일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 학부모들 마음이었다.

걸어서 10분 이내의 거리에 사는 마을 주민들이 통학 1시간 걸리는 봉평이나 진부로 주민등록을 옮겨가면서도 자녀들을 이 학교에 보내지 않는 이유였다.

변화의 시작은 이 학교 교장과 교사들로부터 시작됐다. 교사들은 머리를 맞대고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교장은 군과 교육청, 지역단체장을 찾아다니며 학교 살리기를 위한 지원을 호소했다.

한편으로 학교가 가진 장점을 인근 초등학교와 학부모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렸다. 교장이 초등학교 학부모를 만나 직접 설득하는가하면, 학생들은 초등학교를 찾아가 동아리 발표회를 가졌다.

실제 밖에서 보는 용전중학교의 단점은 오히려 장점이었다. 교사와 학생 모두 가정상황을 서로 잘 알다보니 다른 학교에서 걱정하는 학교폭력이 없었다.

학생 등하굣길에는 교장과 교사가 나와 마중과 배웅을 하며 정을 더 쌓았고, 떡을 해서 전교생이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경로효친 사상을 배웠다.

작은학교, 인성과 학업성취 두 마리 토끼 잡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개별 지도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어 오히려 낙오자 없이 학력 수준 향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다른 학교에 비해 학생 한 사람에게 투자되는 금액도 훨씬 많았다.

이 재원은 다양하고 색다른 외부 학습을 학생들에게 체험케 하는 프로그램에 쓰이고 있었다.

현재 마을 이장이자 당시부터 학교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부한 위원장은 “당시 노승용 교장부터 현 김순희 교장까지 학부모는 물론 군과 지역사회 단체장, 교육청을 다니며 학교 살리기를 호소했다.

지금의 교장님은 지역사회 경조사까지 챙긴다. 선생님들의 의견이 각종 학교프로그램에 전폭적으로 반영돼 선생님들도 신이 났고, 교육청도 진로 상담교사 우선 배정, 초등학교와 스쿨버스 공동이용 등으로 힘을 보탰다”고 설명했다.

학교를 살리는 데는 지역사회와 동문회의 역할도 상당했다. 동문회에서는 기금을 모아 매년 전교생에게 교복과 장학금을 지급했다. 또 선생님들과 함께 군과 교육청을 다니며 협조를 구했다.

김순희 교장은 “학교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지역사회와 동문회가 옆에서 큰 의지가 됐다. 학교사정을 교사보다 더 잘 알고, 학생복지와 시설개선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지금도 택시를 통해 초등학교에서 급식을 운반해 준다”고 고마워했다.

학교와 지역사회, 동문이 힘을 합친 결과 마침내 결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산골의 자그마한 중학교 출신 졸업생들이 비평준화 지역인 강원도에서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속속 합격하는 작은 기적이 줄지어 일어난 것이다.

더욱이 다른 지역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던 학생들이 전학을 와 원래 제 모습을 찾고 원하는 진로를 하는 성과가 입소문을 타고 전해지면서, 학생들을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학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유화식 교무부장은 “학생은 등교하고 싶은 학교, 교사는 출근하고 싶은 직장이라고 자부한다. 내년 졸업예정자중에서도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 2명이 강원과학고에 원서를 낼 예정이고, 장례 꿈이 농부인 학생이 농업고등학교에도 진학할 예정”이라며 “학생 수가 늘면서, 그동안 선생님과 학생들의 숙원사업인 급식시설과 체육관도 군과 교육청의 지원으로 짓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은 학교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사교육을 최소화하는 학력향상과 특기적성 프로그램 등에도 만족한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특히 각종 동아리 활동을 통해 선배가 후배를 학습 지도하거나, 학년을 가리지 않고 수준별 학습을 할 수 있는 방과후 프로그램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학생, 가고싶은 학교... 교사, 다니고 싶은 직장

지역문화와 연계된 전통 농악놀이 교육, 매주 화요일 학생들이 여는 작은 음악회,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하룻밤을 보내는 별밤 독서 캠프 등의 인성 프로그램 등도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이 학교 3학년 학생의 학부모 용효중씨는 “입학당시 학생 수가 적어 한편으로 걱정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입학 후에는 아이를 위해 학교에 더 관심을 갖게 됐고, 학생 수가 늘고 여건도 계속해서 좋아져 보람을 느낄뿐 아니라 아이가 학교를 좋아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 아주 만족한다”고 강조했다.

이부한 학교운영위원장은 “대통령이나 교육감이 바뀜에 따라 잦은 교육정책 변화로 학교 현장에서 혼선이 많다”며 “농산촌에서 학교는 교육기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문화의 구심점으로, 가뜩이나 노령화되고 있는 농산촌 현실에서 비용 상의 이유로 무작정 없애기보다 용전중학교처럼 가급적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정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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