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학팀 바이러스 무력화 항체6종 발견, 백신·치료제 개발 길 열려

지카 항원만 골라 외피 포위해 감염 차단…임신부 예방에 도움 기대

소두증 신생아.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청아 기자] 중남미를 중심으로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의 인체 감염을 차단하는 항체가 미국 대학연구팀에 발견돼 예방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국제 과학 학술지 ‘셀(Cell)’은 27일(현지시간) 온라인판에 미국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대학교 의대 연구팀이 지카 바이러스를 중립화(무력화) 시키는 항체 6종을 발견한 내용을 실었다.

워싱턴대학 의대연구팀이 발견한 지카 바이러스 항체는 지카 바이러스에 잘 감염되는 실험쥐의 몸에서 바이러스 항원을 정확하게 포착해서 항원과 결합해 바이러스의 외피를 둘러싸는 방식으로 무력화시키는 작용을 했다.

셀지는 “지카 바이러스 항체 가운데 4종은 실험관 세포 차원에서는 물론 쥐 생체에서도 지카바이러스 감염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치료하는 능력을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또한, 방어능력이 가장 강력한 나머지 항체 2개도 똑같이 바이러스의 표면을 뒤덮은 외피 단백질의 특정 지점에서 결합한다는 사실도 연구팀은 발견했다.

주목할 점은 이 항체들이 지카 바이러스 항원은 물론 변종 항원도 정확히 발견해 낸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항체들이 지카 바이러스와 유사한 뎅기열 바이러스 등 항원과는 결합하지 않는 반면에 현재 중남미 일대에서 유행하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 미주변종, 아프리카변종, 아시아변종 등은 지카 항원으로 구분하고 무력화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성숙한 지카 바이러스의 입자 표면에서 이뤄진 3종의 지카 바이러스 항원 결정부(epitope) 분포상을 초저온 전자현미경을 통해 포착한 이미지. 사진=연합뉴스(Cell 게재 논문의 사진 캡처)
셀지는 “지카 바이러스 관련 기존 진단법들이 유사 바이러스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단점을 극복함으로써 세계 범용의 진단법 및 백신, 치료제의 개발이 가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살아있는 바이러스 전체가 아니라 바이러스의 외피 단백질만을 이용한 항체 개발이 가능해져 임신부도 안전하게 사용 가능한 백신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셀지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면역체계가 약화된 임신부에 지카 바이러스가 침투되면 감염 가능성이 높아지는 위험이 있고, 진성 감염이 될 경우 신생아의 소두증이나 유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번 새로운 항체 발견의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을 이끈 데이브드 프레몬트 워싱턴대 교수는 셀지와 인터뷰에서 “추가 시험과 연구를 통해 검증해야 하겠지만, 이번 항체들과 바이러스 외피단백질을 이용해 개발할 지카 바이러스 백신과 치료제는 임신부와 병약자 등 고위험군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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