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말 시행 서울시 청년활동수당 놓고 복지부와 마찰

법리논쟁 앞서 취업절벽 직면한 청년현실 해소가 우선

"빚 있어야 파이팅한다" 인식 탈피 사회안전망 제공해야

취업안내판을 살펴보고 있는 대학생.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영운 정경부장] 이 시대의 ‘청년’은 어느새 ‘실업’이란 말과 동의어로 통한다. 청년을 뒷받침하는 수식어가 희망과 미래, 도전이 아닌 실업과 현실, 포기가 된 것이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3포 세대'에서 출발해 '5포 세대'를 넘어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까지 포기한다는 '7포 세대' , 모든 것을 다 포기한다는 'N포 세대'란 말까지 전염병처럼 청년들을 감싸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한국인 평균수명은 82.3세이고, 건강수명은 73세다. 통계청이 조사한 장기근속 직장에서 퇴직하는 연령은 49세로, 노후준비를 할 수 있는 근로기간이 줄어들고 있다.

서른 살이 넘어서도 부모의 보호아래 있는 ‘캥거루족’도 적지 않다. 높은 주거비용과 경제적 상황으로 부모 집으로 다시 들어가는 청년들, ‘리터루(Returoo)족’도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실업률은 2월 9.2%에서 5월 9.7%까지 치솟아 통계 작성 시작 연도인 1999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 1분기 청년실업률은 12.3%로 나타나 사상 처음으로 12%를 넘어섰다.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서는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이 34%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청년들이 길을 잃은 채 방황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음식업 취업자 중 15~29세 청년층 비율은 지난 2008년 12.9%에서 2014년에는 23.5%까지 늘었다. 창의적 직업보다는 생계형 직업에 뛰어든 것이다. 다수의 청년들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취업자 비율은 2014년 기준으로 40.2%인 것으로도 드러났다.

경찰청이 집계한 범죄자 연령을 보면 청년층만 전년보다 4.2% 늘어났다. 경제적 빈곤이 결국 범죄를 부추기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돼가는 느낌이다.

한때의 '다이내믹(dynamic) 코리아' 분위기는 최근 조선· 해운· 철강 등 주요산업이 휘청되며 '내리막길 코리아'의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청년에게 일자리 기회를 주고, 일자리에 대한 희망을 주는 것은 국가와 기업, 또 우리 모두의 몫이다.

특히 정치권은 실업난을 줄일 수 있는 여러 창의적인 방법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내 공(功)’ ‘네 공(功)’만을 따질 겨를이 없다. 청년 실업문제를 불난 집 닭 보듯 해서는 결코 안된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12월에 이어 2014년 한 해에만 일자리 단계별 청년고용대책, 청년해외취업 촉진방안 등 세 차례나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7월에도 ‘청년고용절벽해소종합대책’을 또 내놓았다. 정부의 청년고용 관련 정책 프로그램은 2015년 말 현재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20개 부처에서 159개가 시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 역시 매년 2조원 가량을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의 취업난은 더욱 수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년활동지원보장(이하 청년수당)'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는 7월 말부터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활동수당)을 본격 시행할 참이다. 이미 지난 4일부터 오는 15일까지 대상자 3000명을 모집 중이라는 공고까지 냈다.

‘청년활동수당’은 서울에 1년 이상 거주 중인 19~29세 미취업 청년 가운데 주 근무시간 30시간 미만인 청년에게 시가 사회참여활동비 명목으로 매달 50만원씩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청년지원정책이다.

청년활동수당은 지난 4월11일 세부 지원계획이 발표된 후 보건복지부와 계속된 마찰을 빚어왔다. 복지부는 청년활동수당이 사회보장제도에 해당한다며 잇단 제동을 걸었다.

서울시는 지난 3개월간 복지부와 사전협의를 진행, 수정합의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복지부는 돌연 청년활동수당에 대해 최종적으로 ‘불수용’ 방침을 통보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청와대 등 외압론을 제기하며 복지부와의 수정합의안을 근거로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서울시가 부동의(不同意) 결정을 따르지 않고 사업을 강행한다면 사회보장기본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서울시 사업에 대해 시정명령, 취소·정지 처분,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에 따른 교부세 감액 조치 등 엄정한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숙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은 서울시의 청년활동수당 강행에 대해 “적성이나 능력에 맞는 취업준비를 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현금으로 쓰여질 수 있어 (구직을 돕는다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가 지자체가 도입하려는 청년취업난 문제에 공개 반대를 하고 나선 모양새다.

국가적 문제인 청년취업을 놓고 지자체(서울시)와 정부(복지부)가 맞붙은 것이다.

서울시의 청년활동수당은 청년층과 사회를 위한 ‘안전망’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최선의 방법은 아닐지라도.

고령화와 청년 일자리 문제는 세계적 문제다. 특히 일자리는 2011년 미국의 ‘월가 점령’ 시위에 이어 올해 영국의 브렉시트에서 나타났듯 국가차원의 문제로 주요 국가들은 미래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프랑스 정부는 구직활동과 직업교육 참여를 약속한 18~26세 청년에게 ‘알로카시옹(현금 보조금)’ 정책을 통해 월 452유로(약 57만원)를 지급하는 청년보장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래세대인 청년들을 위해 중앙정부가 총괄 기획하고, 지자체가 사정에 맞춰서 주거든 취업지원이든 다양한 사업을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집행한다.

독일도 직업훈련협약과 JUMP 프로그램을, 일본도 소다테아게넷의 취업 프로그램 등을 통해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청년정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저소득층, 청년, 중장년 등 취업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취업성공패키지’를 운영 중이다. 청년의 경우 소득과 관계없이 34세 미만 미취업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단계별로 수당이 최대 월 40만원까지 현금으로 지급되고, 개인별 취업지원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수당이 미지급된다는 점에서 서울시 청년활동수당과 유사하다

서울시와 같은 지자체인 성남시에서도 ‘청년배당’(3년 이상 지역에 거주한 만 24세 청년에게 분기별 12만 5000원씩 성남사랑상품권 지급)을 실시중이다.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지역 내 일정 나이의 모든 청년에게 상품권 형태로 일괄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 형태를 띠고 있다. 소득·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지역 거주 청년들에게 골고루 지급해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자는 취지다.

강완구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사무국장이 서울시 청년수당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은 서울시의 ‘청년활동수당’과 성남시의 ‘청년배당’이 포퓰리즘이라며 강하게 비판하며 재정압박을 가하고 있다.

세계는 알파고 등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숨가쁘게 새로운 기술 환경에 적응하며 청년취업을 고민하고 있다.

‘크레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 를 주창하는 우리는 아직도 “빚(채무)이 있어야 학생들이 파이팅을 한다”는 20세기식 사고에 젖어 있는 지도층을 본다.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N세대가 ‘모든 것을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사고한다’는 N세대(New Generation)가 될 수 있도록 사회망이 필요하다.

금수저·흙수저 갈등은 청년의 문제이기 이전에 공동체 모두의 문제다. 무엇보다 아직도 ‘편가르기식 사고’에 젖어 있는 정치권의 책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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