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어린이집 방과후 과정비 77억만 지급..유치원 급한 불만 꺼

조희연 교육감 "어린이집은 시·도교육감 책임 아니다..중앙정부가 지원해야"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소희 기자] 서울시교육청은 누리 과정(만 3~5세 무상교육) 예산 중 유치원 4.8개월 분에 해당하는 1,008억 원만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회는 5일 오전 임시 본회의를 열어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유치원 누리 과정 2개월 분의 추경예산안을 4.8개월 분으로 수정·가결했다.

이날 본회의에 참석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어린이집 누리 예산은 법령상 시·도교육감의 책임이 아니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지방자치법 제127조3항에 따르면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 예산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용 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조 교육감은 "어린이집 누리 과정은 중앙정부의 책임이며 교육청이 (관련 예산을) 편성하면 법령 위반"이라면서 "부족한 초·중등교육 예산도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보육대란을 막고자 하는 의회의 깊은 고민을 이해하지만 (어린이집 누리 예산 편성 요청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로써 서울시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의원총회를 열어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에 4.8개월치 예산을 추경 편성하기로 결정한 내용은 서울시교육청의 어린이집 편성 거부에 따라 유치원 만으로 축소된 상태로 긴급 편성된다. 서울 시내 유치원들은 교육청의 내부유보금에서 4.8개월, 즉 4개월 23일치의 누리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다만 어린이집에 대해 교육청은 방과후 과정비 1인당 7만 원씩, 총 77억 원을 서울시를 통해 각 어린이집에 지급할 방침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어린이집 방과후 과정비와 유치원 누리 과정 1개월 분을 오늘 즉시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추경안 통과로 유치원의 급한 불은 꺼졌으나, 정부가 요구하는 12개월치에 한참 못미치는 데다 어린이집 예산은 여전히 편성되지 않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 외에 전북, 광주, 강원, 경기에서도 어린이집 예산이 교육청 차원에서는 전액 미편성됐다. 다만 광주는 시에서 3개월치 180억 원을, 강원은 1~2월 운영비(원아 1인당 7만 원)를 도에서 각각 지원하기로 했다. 경기도 역시 도에서 2개월분 어린이집 예산 910억원을 준예산으로 집행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중앙 정부에서 어린이집 예산 편성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다른 시·도교육감들과의 공조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은 문제가 시급하기에 당장 편성키로 했으며, 어린이집은 교육청이 3월 말에 결제하게 돼 있어 일단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서 "어린이집 지원 문제는 정치권과 시의회, 시 등과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시간적 여유가 생겼지만 지금처럼 되풀이되는 정부와 시·도 교육감의 예산 떠넘기기 행태에 유치원, 어린이집, 학부모의 불만과 비난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