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에게도 번진 미(美)에 대한 열망이 커져가면서 얼굴의 형태마저 바꾸는 성형수술마저 보편화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성형 건수는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1,000명당 16명이 성형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중 절반 가량은 보톡스나 박피 같은 비(非)절제 성형수술이라고 한다. 특히 남자 대학생의 경우에도 전체 27%가 취업 등을 위해 성형수술을 심각히 고려했다는 통계가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젠 남성 성형시대가 본격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련 사이트가 생겨나고 온오프라인 동호회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더구나 오직 남성만이 가입할 수 있는 ‘남성 성형 커뮤니티’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난 2009년 개설된 네이버 카페 ‘차칸남자’는 외모 경쟁력을 높이려는 남성들의 대표적 보금자리다. ‘차칸남자’ 회원들은 서로의 성형 후기를 나누고 병원 정보를 공유한다.

남성 전문 성형병원들은 이러한 커뮤니티를 통한 홍보에도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병원들은 자신들의 대표 성형 시술을 회원들에게 무료나 거의 염가로 제공한 뒤 시술받은 회원의 사진을 카페 대문에 줄줄이 걸어 놓는 식으로 입소문을 타게 한다. 유명 성형 카페 주인공들이 그간 여성이었다면 이젠 남성으로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생계형 성형'

가수이면서 예능인으로도 주목받는 광희는 성형과 아이돌을 접목한 신조어인 '성형돌'로 흔히 불리운다. 정제된 듯한 인조미를 자신의 매력이라 주장하면서 일찌감치 ‘성형남’ 캐릭터를 선점하며 주목받았다. 당당히 성형 사실을 고백하면서 오히려 그는 예능계 기린아로 평가되기도 했다. 성형 고백이 그를 더욱 스타로 만들 정도로 세상의 인식이 바뀐 것이다. 이렇듯 과거에는 상상 못 했을 남자 연예인들의 성형 고백은 이제 한낱 예능 요소로 치부된다. 미디어에 쏟아지는 성형 남녀 덕에 일반인 남성에게도 ‘성형’은 낯설지 않다.

대학생 양모(25)씨는 지난 1월 아르바이트 월급을 털어 코 수술을 했다. 본래 심한 매부리코인 양씨는 수술 계기가 실연이었다. 양씨는 “이성 관계에 자신감이 부족했고 특히 코에 대한 콤플렉스가 컸다”라면서 “그래서 병원을 찾았고 어려운 수술을 받았지만 결과는 대만족이다”라고 고백했다. 양씨는 자신의 만족을 위해 외모의 업그레이드를 염두에 뒀지만 이젠 취업난에 면접 준비, 고객 응대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성형을 고려하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생계형 성형’이다.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는 박모(27)씨는 외모에 대한 불이익을 피하려 수술했다. 부정교합이 심했던 박 군은 위압감을 주고 퉁명스러운 인상이라는 지적에 스트레스가 높았고 결국 부모의 도움을 받아 하악수술을 감행했다. 중견기업 영업직으로 근무하는 최모(34)씨는 남들보다 날카로운 인상이 늘 부담이었다. 실적이 남들만 못한 것도 외모 탓이라고 생각해 아예 장기휴가를 내고 수술대 위에 누웠다.

젊은 남성들 외에도 잡 체인지를 준비하는 은퇴기에 들어서거나 피부 관리에 서툴러 주름진 얼굴이 고민인 중ㆍ장년층도 성형외과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이젠 낯선 풍경이 아니다. 40대 중반에 업종을 변경한 고모 씨(53)는 4년 전 눈 밑 지방 제거수술을 했다. 고 씨는 지난 2010년 영업이 필수인 자영업을 시작 후 만나는 이들에게 피곤해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이목이 신경 쓰였지만 결국 눈 밑 지방을 제거 후 고 씨는 노안 콤플렉스를 떨쳤다.

고 씨는 “동창회에 나가면 나보다 젊어 보이는 친구들도 많기에 비법을 물어보면 대부분 시술 사실을 털어 놓는다”고 말했다. 고 씨를 비롯한 장년층이 성형외과를 찾는 주된 이유는 ‘안티에이징’이다. 노안의 고민인 주름, 푹 꺼진 얼굴은 대부분 보톡스, 필러, 지방 이식 시술 등의 '쁘띠 시술'로 보완하는 추세다.

여성들과 다른 남성 성형 트렌드

점점 정교해지는 남성 성형 카테고리는 여성과는 노선이 조금 다르다. 여성들은 나이를 막론하고 ‘쌍꺼풀 수술’이 부동의 인기 1위다. 허나 젊은 남성들은 주로 코 성형을, 장년층 남성들은 동년배 여성처럼 ‘안티에이징 시술’에 관심을 보인다. 강남구 소재의 ‘청담윤성형외과’의 이규윤 원장은 병원을 찾는 환자 열 명 중 한두 명 이상은 젊은 남성 환자며 그중에서도 코 수술의 비율이 절대적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남성들이 가장 원하는 성형 부위인 코는 여성과는 수술 방법이 다르다. 90%는 간결하고 남자다운 직선코로 수술하며 곡선이 돋보이는 버선코 라인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남성의 코는 대게 미간이 높아야 강한 느낌이 들므로 여성보다 콧대는 높게, 코끝은 살짝 처진 듯한 모양이 인기다. 코 성형 외에도 꾸준한 인기의 눈 성형에 대해 이 원장은 “남성은 여성보다 가늘고 자연스러운 쌍꺼풀 형태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남성은 눈 수술 후 붓기와 흉터를 화장 등으로 가리기 쉽지 않아, 자연스러운 수술 결과가 중요하다. 한편 이 원장은 “병원을 찾는 남성은 외모에 관심이 평균 이상인 이들이 많다. 갸름한 얼굴형 등 여성스러운 라인을 바라는 이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강남 K 성형외과의 현직 코디네이터 또한 “자연스러운 성형이 추세지만 과하게 높은 코를 원하는 이들도 많다"며 “코 성형이 강세인 만큼 콧대 필러도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콧대 필러란 피부에 인체 친화적인 물질인 필러를 주사기를 사용해 콧대에 주입하는 시술이다. 콧대 외에도 필러를 코끝을 채워 균형을 맞추면 낮은 콧대와 뭉툭한 코끝을 보완할 수 있다. 필러는 푹 패인 양 볼, 팔자주름, 눈 밑 등에 주입해 피부 볼륨을 회복시킬 수 있어 ‘동안 시술'로도 주목받고 있다.

필러와 함께 '쁘띠 성형'의 양대산맥인 보톡스는 자녀들과 부인들에게 중년 남성을 위한 선물로 주목받는다. 보톡스는 근육 수축을 유발하는 신경 작용을 억제해 안면의 주름 생성을 막는 기능이 있다. 청담윤성형외과 이규윤 원장은 “필러, 보톡스 등의 시술은 중년 남성이 부인, 자녀의 손에 이끌려 오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성형미남,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성형수술한 남성(이하 ‘성형남’)은 다른 이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받아들여지는지 궁금해진다. 이에 <데일리한국>이 최근 수도권 20대 남녀 102명(남자 54명·여자 48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 조사한 결과 성형 수술 자체에 대한 인식은 확실히 너그러워졌다. 성형남에 대한 호감도를 묻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티만 나지 않으면 호감이 간다"(52.9%)고 답했다. “호감이 전혀 가지 않는다”는 17.6%였다.

이어 ‘성형남과 성형녀에 대해 거부감이 드는가’란 질문에 58.8%의 응답자는 남녀 모두 성형 여부가 상관없다고 답했다. 아무래도 성형남이 성형녀보다 거부감이 크다는 이들은 27.4%였으며 양측 모두 거부감이 든다는 이들도 11.7%에 그쳤다. 남성 성형에 대해 인식이 이만큼 바뀐 것이다.

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바쁜 직장인들의 경우 비교적 시술방법이 간단한 쁘띠성형이나 쌍커풀수술, 코성형을, 한 곳 이상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엔 광대뼈축소술이나 사각턱축소술, 무턱성형과 같은 안면윤곽술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여성은 쌍꺼풀수술을, 남성은 코성형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했지만 최근 들어 그 경계가 사라지면서 쌍꺼풀수술과 코성형에 이어 필러나 보톡스, 자가지방이식술을 병행한 복합시술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단순한 얼굴 성형에 이어 복근 성형, 식스팩 성형도 최근 들어 각광을 받는다고 한다.

여타의 이유로 성형을 꿈꾸는 남성들이 가장 궁금한 것은 무엇보다도 비용이다. 이에 성형외과 전문병원인 아이디 성형외과병원 서영태, 김일환, 황인석 원장의 자문을 얻어 다양한 각종 시술의 비용을 정리했다.

남성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 성형은 코의 형태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납작코는 200만~300만 원 선, 매부리코는 300만~400만 원 선이며 쌍꺼풀 성형은 100만~200만 원 선이다. 안면 윤곽술은 원하는 부위 혹은 뼈의 상태에 따라 가격의 차이가 크며 낮게는 300만 원대에서 높게는 1,000만 원의 비용이 든다. 양악 수술 역시 부정교합의 정도와 치아교정의 난이도 등 다양한 부분에서 개인차가 존재해 단정적으로 가격을 책정하기 어렵다.

'쁘띠 시술'의 대표주자 필러는 브랜드, 필러 유지 비용, 환자 개인의 시술 부위에 따라 가격이 편차가 생긴다. 필러 제조사마다 측정된 비용이 다르며 약 10년 이상 효력이 유지되는 '아테콜필러' 등의 반영구필러는 일반필러에 비해 가격이 높다. 또한, 개인의 얼굴 꺼진 정도, 패인 정도에 따라 이를 채우는 데 필요한 용량이 달라 가격이 차이 난다. 비교적 면적이 넓은 이마는 120만 원에서 180만 원대이며 눈 밑 고랑, 팔자주름, 꺼진 볼은 60만 원에서 120만 원 선에 시술받을 수 있다.

가장 흔한 눈, 코 성형은 부기를 빼는 데 1주에서 4주가 걸린다. 실밥이 있는 기간은 1주일이며 큰 부기와 멍은 2주 안에 사그라든다. 4주가 지나서야 대부분 부기가 해소된다. 이 기간에 수술 후 3일 째에는 수술 부위 소독을 위해, 1주일 째에는 실밥 제거를 위해 내원해야 한다. 그렇다면 시간적 여유가 적은 남성 회사원들은 어떤 기간을 이용해 성형할까.

아이디 성형외과병원 측은 남성 환자들은 이직 기간에 수술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남성들이 직장에 성형사실을 밝히길 꺼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짧은 휴가 기간보다는 변신 후 회복까지의 기간이 충분한 이직 기간을 활용하는 비율이 높다. 20대 초반 남성들은 군대 제대 후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한편 성형을 고려하는 남성은 무작정 유명인을 좇아 자신 얼굴의 조화를 잊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아이디 성형외과병원 측은 성형 후 얼굴이 본인과 어울리지 않아 재수술하는 남성 환자도 간혹 있다고 밝혔다. 특정 연예인을 따라 수술했으나 막상 수술 후 어울리지 않자 불만을 갖고 내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고 자연스러운 외모로 성형하는 것이 후회를 줄이는 길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