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무기징역·승무원 14명은 징역 1년 6개월~12년

인명사고 관련 '부작위에 인한 살인죄' 처음으로 인정

광주고법 형사 5부는 이준석 세월호 선장에 대해 무기징역을, 나머지 승무원 14명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12년을 각각 선고했다. 사진은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이 선장(빨간 원형)이 속옷차림으로 탈출하고 있는 모습. 사진=서해지방경찰청 제공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한 항소심이 28일 마무리됐다. 광주고법 형사 5부(서경환 부장판사)는 이날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이준석 선장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해 무기징역을, 나머지 14명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12년을 각각 선고했다. 서 부장판사는 "선장은 선내대기 명령과 안내방송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대기하던 어린 학생 304명을 방치하고 이른바 골든타임에 선장으로서 아무 역할을 안 해 승객들은 끔찍한 고통 속에 죽음에 이르게 하고 먼저 탈출했다"며 이 같이 선고했다.

재판부가 1심과 달리 승객에 대한 살인죄를 인정한 결정적 판단 기준은 이 선장이 탈출 직전 2등 항해사에게 승객 퇴선명령을 지시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사고 전후 정황, 피고인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퇴선명령 지시가 없었다고 보고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선장에 대해선 징역 36년에서 무기징역으로 형량을 높였다. 그러나 나머지 14명에 대한 형은 징역 5~30년(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12년으로 줄였다.

재판부는 선장으로서의 막중한 권한에 따른 책임을 엄하게 묻는 대신 지휘감독을 받는 승무원들에 대해서는 형을 줄였다고 밝혔다. 직급에 따라 일률적으로 형을 정하지 않고 최근 설정된 유기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승객 구조 조치 이행 여부, 세월호 승선 경위, 건강상태 등을 고려했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선장과 함께 살인 혐의가 적용된 승무원 3명에 대해서는 선장의 감독을 받는 지위였고 일부는 승객 구호에도 동참한 점 등을 고려해 무죄를 선고했다.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 사고 때 세월호에 처음으로 탄 승무원 2명은 1심에서는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로 형이 크게 줄었다. 피고인 또는 검찰은 판결에 불복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피고인들에 대한 상고 포기도 예상된다. 대법원은 유무죄 판단과 함께 양형에 대해서는 징역 10년 이상 선고된 경우에만 심리하기 때문이다.

유가족은 선고가 끝난 후 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살인죄를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1심에 비해 형이 2분의 1, 3분의 1로 축소됐다. 재판부의 판단은 안전과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올리는 일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가족 30여 명은 기자회견 후 비가 내리는 광주고법 현관 앞 계단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침묵을 이어가다가 한 시간이 지나서야 법원을 떠났다.

한편 이번 판결은 대형 인명사고와 관련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된 첫 사례다. 참사 과정에서 이 선장처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부작위'에 의한 범죄를 인정한 사례는 1978년 '이리역 폭발사고'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아닌 부작위에 의한 폭발물파열죄가 적용됐다. 1970년 '남영호 침몰' 때도 검찰은 선장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기소했지만, 업무상 과실치사죄만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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