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차벽·안전펜스 6겹으로 설치…캡사이신·물대포 쏘며 저지

경찰 19일 "시위 주동자·극렬 행위자 전원 사법처리 방침" 밝혀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 참가자 수천명이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사진=MBC 방송화면
[데일리한국 이동헌 기자] '세월호 1주년' (16일)이후 첫 주말인 18일(토요일) 저녁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 참가자 수천명이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유가족과 시민 등 100명을 연행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19일 극렬 행위자를 전원 사법처리하는 등 폭력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은 18일 서울 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뒤 광화문 광장에 모여 세월호 유가족들이 있는 광화문 누각으로 향했고, 경찰이 저지하자 차벽으로 사용된 차량을 흔들고 부수는 등 거세게 저항했다. 이에 경찰은 캡사이신 최루액과 물대포를 대량으로 살포하며 저지했고, 일부 시위대를 연행했다.

경찰은 이날 경력 1만 3천700여명과 차벽트럭 18대를 비롯해 차량 470여대, 안전펜스 등을 동원해 경복궁 앞, 광화문 북측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 세종로 사거리, 파이낸셜빌딩 등에 6겹으로 저지선을 쳤다. 또 경찰버스와 경력을 청계광장에서 광교 넘어서까지 청계천 북쪽 길가에 길게 늘여 세워 우회로까지 막아섰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서울광장에서 범국민대회를 마친 유가족과 시민 등 참가자 1만여명(경찰 추산)은 광화문 광장으로 바로 가지 못하고 청계천변을 따라 걸어간 뒤 낙원상가 방면으로 좌회전해 안국역에서 광화문 쪽으로 이동을 시도했다. 그러나 종로경찰서 앞 차로도 경찰에 막히자 집회 참가자들은 흩어져 지하철 등을 타고 광화문 광장 쪽으로 이동했다.

오후 6시20분쯤 광화문 광장에 모인 집회 참가자 6천여명은 광화문 누각 쪽으로 가려고 세종대왕상 인근 경찰 저지선을 뚫는 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참가자들이 세종문화회관 인도 쪽을 통해 광화문 광장 북쪽으로 이동하자 경찰은 캡사이신을 분사하고 물대포를 쏘며 이를 저지했다.

광화문 북측 광장에 모인 시위대 일부는 경찰 차량을 부수고 차량 안의 분말 소화기를 꺼내 뿌리거나 경찰 보호장구를 빼앗아 차벽 너머로 던지기도 했다. 또 스프레이로 경찰 차량에 낙서하고, 경찰 차량에 올라가 깃발을 흔들기도 했다. 시위대 중 일부는 광화문 광장 북쪽 차벽을 뚫고 광화문 누각 근처까지 접근했으나 누각 바로 앞의 차벽에 막혀 더 전진하지 못했다.

집회 주최측은 이날 오후 10시20분쯤 누각에 있던 유가족들이 북측 광장에 있는 시위대에 합류해 정리 집회를 하고 이날 행사를 마무리했다.

경찰은 수차례 해산 명령을 내리고 광화문 광장에서만 79명을 연행했다. 앞서 오후 3∼5시 누각 앞과 북측 광장에서 검거된 21명을 더하면 이날 연행된 시민과 유가족 등은 모두 100명이다. 이 가운데 '유민아빠' 김영오씨 등 유가족은 20명이고, 학생 5명은 훈방 조치됐다. 연행된 시위 참가자들은 금천·성동·마포 등 일선 경찰서 11곳으로 분산 호송돼 조사를 받았다.

집회 참가자와 경찰 간 몸싸움으로 유가족과 시민 등 9명과 의경 등이 탈진하거나 부상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가운데 한 남성이 경찰과 뒤엉키면서 넘어져 복부 부분에 부상을, 의경 일부도 귀 등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청은 19일 경찰청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이번 집회를 '4·18 불법·폭력 집회'로 지칭하고 "시위 주동자와 극렬 행위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전원 사법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를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나머지 15개 지방경찰청에도 수사전담반을 편성하기로 했다. 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경찰관과 의무경찰이 다수 다치고 경찰버스 등 장비가 파손됐다"며 주최 측인 세월호국민대책회의에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시위 사태로 의경 3명이 귀, 머리 등이 찢어지거나 의식을 잃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경찰 74명이 다쳤다. 아울러 경찰 차량 71대가 파손됐고, 채증용 캠코더와 무전기 등 경찰장비 368개가 집회 참가자들에게 빼앗기거나 망가진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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