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곤충·동물·수목 등으로 다양화
경작·재배뿐 아니라 원예치료, 힐링·치유 등의 효과

종로구청이 이화동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이화마루 텃밭 전경.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는 황모(49) 부장은 주말이면 가족과 같이 동대문성곽공원 꼭대기에 위치한 이화마루 텃밭을 찾는다. 직접 심은 상추를 따서 저녁 밥상에 올리고 방울토마토가 익어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황 씨는 "일에 치여 바쁘고 삭막한 도시 생활에서 주말에 이렇게 와서 텃밭을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된다"며 "아이들 교육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계속 텃밭을 가꿔나갈 생각이다"고 말한다.

도시 한복판에서 농작물을 키우며 농부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황 씨가 이용하는 이화마루 텃밭은 종로구청에서 도시농업에 관심있는 이화동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공간인데, 이처럼 도시농업을 체험할 수 있는 텃밭을 제공하는 구청들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도시농업 인구는 108만 명, 텃밭 면적은 668헥타르(㏊)로 2010년 대비 7배가량 늘었다.

자신의 집을 활용하는 베란다 텃밭 족들도 늘었다. 실제 채소를 집에서 직접 키울 수 있는 텃밭 제품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1일 인터넷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지난 3월 씨앗과 모종 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9% 늘었다. 특히 채소 모종 판매는 408%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채소 씨앗 판매는 26% 늘었고, 아파트 베란다에서 채소를 키울 수 있도록 씨앗과 흙, 화분 등이 세트로 구성된 베란다 텃밭 세트 판매는 39%, 새싹재배기 판매는 9% 각각 증가했다.

원예업계 관계자는 "도심 속에서 전원생활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텃밭 용품 매출이 늘고 있다"며 "상추, 케일, 청경채, 부추, 고추 등 식용 채소와 라벤더, 로즈메리, 바질 등 식용 허브를 중심으로 올해에는 더덕과 도라지, 바질 등 집에서 키우기 다소 어려운 채소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도시농업이 정착할 수 있도록 '도시농업 활성화방안'을 마련하고 2024년까지 도시농업 인구를 480만 명, 도시농업공원, 공영주말농장, 학교텃밭 등을 활용한 텃밭을 3,00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먼저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을 '도시농업 붐 조성의 달'로 정하고 8일 국회 텃밭조성, 11일 도시농업의 날 선포 및 전국 네트워크 발대식 등의 행사를 열기로 했다. 이 기간 농협은 시민 100만 명에게 채소종자와 종묘를 나눠주고 전국 지방자치체는 텃밭가꾸기용 모종과 상자 텃밭을 나눠준다. 이 밖에도 학교 텃밭 4,000여 개를 만드는 한편 지역명소 골목길 가꾸기, 도심 자투리 땅에 꽃·조경수 심기 등도 추진한다.

실질적인 방법을 몰라 망설이는 도시농업을 사람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도 늘릴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11곳에 불과했던 도시농업 지원센터를 2024년 100곳으로 늘리고, 도시농업 인력양성기관을 지난해 23곳에서 2024년 50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 적합한 텃밭 표준 모델을 2024년까지 10개 개발하고 경관 작물 선발, 식물소재 발굴, 녹화모델 개발 등 생활 밀착형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밖에 농작물로 한정된 작물을 양봉·곤충·동물·수목 등으로 다양화하고, 경작·재배뿐아니라 벽면녹화, 원예치료, 힐링·치유 등도 도시농업에 포함시켜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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