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스트레스 효과' 입소문에 지친 어른들에게 인기

색칠놀이에 필요한 색연필 매출액도 30%가량 늘어

어른들을 위한 색칠놀이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YTN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과중한 업무와 가사로 지친 마음을 치유해야 하는 어른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어린이에게 어울릴 법한 '색칠놀이' 책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색칠놀이 책은 페이지마다 전문가들의 밑그림이 그려져 있어 독자가 원하는 대로 색칠을 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전 세계 어른들이 색칠놀이 책에 열광하는 가운데 특히 한국에서의 인기가 더욱 뜨겁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스코틀랜드 작가 조해너 배스포드(31)의 '비밀의 정원'이 한국에서 43만 부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고 보도했다. 이 책은 2013년 봄 출간돼 지금까지 22개 언어로 번역돼 총 140만 권이 판매됐다.

색칠놀이는 원래 어린이용으로 여겨졌지만 배스포드의 책을 사는 독자들은 어른들이다.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성인부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까지 다양하며 작가에게 '색칠놀이를 하며 마음이 편해졌다'고 팬레터를 보내기도 한다. 독자들은 자신의 SNS에 완성한 색칠놀이 그림을 공개하거나 친구들끼리 모여 색칠놀이에 열중하는 모습을 공유하기도 한다. 같은 책을 여러 권 사서 색깔로 채워 넣어 자신만의 컬러링북을 완성하는 독자들도 있다.

'비밀의 정원'은 아마존 3월 베스트셀러 목록에 입성했다. 세계 곳곳에서 품절 사태가 속출하며 출판사가 미국에서만 7만 5,000 부를 새로 찍기도 했다. 지난달 출간된 배스포드의 신작 '신비의 숲'도 초판만 22만 6,000부를 찍었다. 배스포드는 벌써 세 번째 책 작업에 돌입했다. 다음 책은 독자의 요청에 따라 바다를 주제로 만들어진다.

작가는 "어른들이 색칠놀이에 이렇게 열광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배스포드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색칠놀이를 하고 싶어하는 어른은 나밖에 없을 것 같았고, 바보 같기도 했다"면서 "책이 안 팔려서 엄마가 여러 권 사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의 인기에) 정말 놀랐다"고 털어놨다. 작가는 '아날로그적이고 창의적'인 점이 컬러링북 열풍을 몰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스크린과 인터넷이 장악한 시대에 사람들은 아날로그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하는 걸 정말 좋아한다"면서 "평소 그림에 자신이 없던 이들도 기본적인 선이 그려져 있는 색칠놀이는 하얀 바탕의 빈 종이나 캔버스보다는 덜 무서워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푸는 데도 좋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서점에 '컬러링북' 코너가 새로 마련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영국, 미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열풍을 일으킨 뒤 지난해 8월 전 세계에서 14번째로 한국에서 출간됐다. ‘안티 스트레스’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열풍이 확산되면서 ‘파리 시크릿’ 등 유사한 책이 100종도 넘게 쏟아져 나왔다.

이런 상황에 제대로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은 문구 회사다. 업계에 따르면 컬러링북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지난해 12월부터 석 달 동안 색연필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증가했다. 일부 업체 제품은 색연필 판매가 10배 이상 급증하며 물량이 일시적으로 동나기도 했다. 인기 색연필 대부분이 수입품이어서 업체들은 물량 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배스포드의 책이 인기를 끌자 비슷한 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제목을 '어른들을 위한 색칠놀이'로 정한 책부터 명상 효과를 노리고 추상적인 배스포드의 책과 달리 자연의 이미지를 제공하는 책도 생겼다. 대형 출판사 '리틀, 브라운'도 올해 세계의 도시 풍경을 주제로 한 4종의 색칠놀이 책을 낸다. 또 꽃과 식물 스케치 위에 색칠을 하는 책들도 나왔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