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기술력·서비스 바탕으로 세계 시장 노린다

의료 관광 신 시장은 러시아·중동 내과 환자들

국내 의료관광에 대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강남이나 명동 등지에서 성형수술 후 붕대를 감은 채 쇼핑을 즐기는 관광객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자국에서 수술을 포기한 아이를 한국에 데려와 시력을 되찾게 만들었다는 감동적인 뉴스도 종종 볼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최근 검색엔진에 한국과 관련해 검색한 단어 가운데 ‘한국성형비용’이 19번째로 많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윤인순(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외국인환자 유치사업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국내 성형외과를 찾은 중국인은 1만6,282명이다. 전체 외국인 환자(2만4,075명) 10명 중 7명(67.6%) 꼴이다.성형외과를 찾는 외국인 환자의 1인당 평균 진료비는 약 345만원으로 국내 성형외과가 중국인 환자에게 벌어들이는 돈만 한 해 562억원이다.

이에 한국관광공사는 의료와 한류를 접목시켜 관광 부흥을 계획하고 있다. 18일 한국관광공사는 의료관광사업에 40여 개 의료기관을 비롯해 지자체, 유치업체, 미용·웨딩·패션업계 등이 참여하는 의료관광과 미용 분야 국외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크루즈 여행객을 유치하기 위해 직접 상하이로 가서 중국 관광객의 관심을 끄는 것이다.

지자체에서 직접 나서는 곳도 많아졌다. 부산시는 40명 이상 크루즈 의료관광 승객을 모집하는 여행사에 부산 입항 시 전용버스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대구시도 선도의료관을 선정하고 향후 3년간 시 지정 의료관광 선도의료기관 명칭 사용, 국내외 의료관광 홍보설명회 및 전시회 우선 참여권 부여, 의료관광객 유치시 차량, 통·번역 지원 등을 제공한다.

정부가 의료관광산업 육성에 대해 관심을 갖는 건 국내 의료진의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기구(OECD)가 발표한 'OECD Health Data 2014'에 따르면 국내 의료 시설과 장비는 OECD 가입 34개 국가 중 2위에 이르는 선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의료 서비스는 4위, 기술 수준은 9위로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 의료관광산업 종합 경쟁력은 아직 기술 수준에 못미치고 있다. OECD 34개국 중 19위에 올라 있고 의료관광산업 성장성은 24위로 중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에서는 외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의료 과목이 성형이라고 생각하지만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보건산업통계에 의하면 2011년도에 국내에서 진료를 받은 외국인 환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진료 과목은 15.3%를 차지한 내과였다. 피부·성형외과(12.7%), 가정의학과(8.7%), 검진센터(8.3%)가 뒤를 이었다.

국적별로는 중국·미국·러시아·일본·몽골 등의 순이었다. 특히 러시아 환자들이 가파르게 늘고 있어 주목된다. 러시아 환자는 지난해 2만4,000여명이 한국을 방문, 2012년 1만6,000여명에 비해 46%나 증가했다. 정부가 외국인 환자 유치 사업을 실시한 이후 처음으로 중국·미국에 이어 3위에 올라선 것이다.

이에 한국관광공사는 중동과 러시아를 의료관광의 신시장으로 보고 다양한 사업을 개척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는 10월28~29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국립전시장에서 관광공사 주관으로 ‘UAE 한국의료관광대전’을 열었다.

해외환자 유치와 병원 홍보를 위해 직접 발로 뛰는 병원도 많아졌다. 중국에서 개최되는 관광엑스포, 미용엑스포 등에 직접 참가하거나 마카오에서 열리는 관광엑스포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한다. 또 성형수술을 하는 중국인 환자들에게 백화점에 입점 브랜드 할인 혜택과 병원과 백화점을 연계한 리무진 서비스, 별도의 기념품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와 이벤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렇게 몸집이 커진 병원들은 모발센터, 에스테틱센터의 화장품 사업에 이어 호텔 사업까지 직접 손을 대며 환자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상하이에 본점을 두고 베이징 등 대도시 10곳에 분점을 낸 대형 병원도 있다.

하지만 병원들의 사업 확장에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병원보다는 기업의 이미지가 강해지는 것에 대한 우려였다. A 개원의는 "병원이 병원의 역할이 아닌, 돈벌이에 집중을 한다는 것은 의사로서 기쁜 일은 아니다"며 "병원들 사이에서 경쟁은 날로 심해지는데,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곳은 또 다시 사업 확장으로 더욱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것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브로커를 이용한 바가지 요금이나 부작용으로 인한 환자들의 불만도 의료 관광을 해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바가지 요금은 주로 의료관광 업체나 중개인들이 지나치게 많은 수수료를 챙기면서 생긴다. 강남의 한 병원 관계자는 "불만이 많아진 상태에서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한국 의료사업의 전체 이미지를 해치고 외국 환자의 발길이 점차 끊길 것"이라며 "불법 브로커, 불법 의료시술 등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