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국적 항공사 대비 ⅓ 인원으로 정비 수행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데일리한국 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대한항공의 내부 폭로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17년 경력의 대한항공 현직 기장이 '조양호 오너 일가의 만행'을 폭로한 데 이어 이번에는 "날림 정비로 항공기를 운항한다"는 정비본부의 주장이 나왔다.

지난 16일 '블라인드 앱(스마트폰을 통해 익명으로 회사 동료끼리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에 게시된 글을 살펴 보면 작성자는 정비본부의 문제점으로 ▲ 경직된 문화 ▲ 과도한 원가절감 ▲ 징계만 일삼는 본부 ▲ 규정 지키기 어려운 문화 ▲ 과도한 업무와 인원 부족 등을 지적했다. 작성자는 "정비 사유로 딜레이(운항 지연)를 시키면 난리 난다"면서 "10시간 걸릴 일을 2시간 만에 끝내라고 하는 등 날림 정비로 비행기를 띄우는 일이 허다하고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회사에서 적정한 도구를 구비해주지 않아 다치는 경우가 있다"면서 "산재 등 회삿돈을 써서 치료하면 인사상 불이익이 있어 개인 휴가와 돈을 써서 치료해야 한다"고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해서도 밝혔다. 작성자는 "타 국적 항공사 대비 3분의 1 정도의 인원으로 정비를 수행하다 보니 지치기도 하고 많이 다쳐 온전히 정비를 수행할 수 없다"면서 "큰 사고가 나진 않을까 늘 걱정된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조종사노조 게시판에 사측이 상시적으로 사내·노조 게시판을 검열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돼 논란이다. '궁금'이라는 닉네임의 작성자는 17일 "회사 칼맨 사이트(대한항공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한 글이 게시판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설명과 함께 글이 삭제됐다"면서 "해당 글을 갈무리했다면 공유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1월 조종사 노조 게시판에 회사 비판 글이 올라오자 사측에서 당사자에게 직접 삭제를 요구해 노조 측이 성명을 내는 등 파문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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