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맛 대결 ⑪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 T.G.I.프라이데이스, 베니건스, 빕스, 애슐리 등 경쟁
외식 트렌드 변화 속에서 위기 겪는 패밀리 레스토랑

활로 모색 위해 한식 뷔페 레스토랑, 가격 인하 등 시도

2000년대 초까지 전성기를 구가하던 패밀리 레스토랑의 위상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평소 친구들과 자주 모임을 갖는 직장인 이영주(가명·여)씨는 매달 세 차례 이상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패밀리 레스토랑을 구태여 고집하기보다는 한식·중식·일식 등의 다양한 종류의 맛집을 두루 방문하는 것을 선호하게 됐다. 이 씨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가격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음식 자체에 변화가 없어 식상함을 느끼게 된 것 같다"고 설명한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전성기를 구가하던 패밀리 레스토랑의 위상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의 역사는 1988년 미도파가 선보인 '코코스'에서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패밀리 레스토랑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1992년 T.G.I 프라이데이스가 서울 양재동에 1호점을 열면서부터다. 그 뒤로 베니건스(1995년), 빕스(1995년), 아웃백(1997년) 등 해외 유수의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는 국내 외식업계에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사진=빕스 제공
패밀리 레스토랑은 특별한 맛과 친절한 서비스로 국내 외식업계에 경종을 울리며 1997년 800억원 시장 규모에서 2000년 약 1,700억원으로 2배 가량 성장했다. 그 뒤로도 꾸준히 매년 30%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다가 한·일 월드컵 당시에는 3,000억원을, 2005년에는 6,000억원을 돌파했다. 1997년 전체 30개이던 매장 수도 2005년 200개를 넘어섰다.

하지만 성장은 거기까지였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부터 2005년까지 약 10년 간의 전성기를 끝으로 패밀리 레스토랑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한계에 도달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업체들은 외형을 키우면서 지방에서까지 점포 경쟁을 이어갔다. 패밀리 레스토랑 메뉴의 단가는 통신사나 카드사의 할인 경쟁 속에서 1만원까지 내려갔다. 그 무렵부터 패밀리 레스토랑의 주요 고객은 가족이나 직장인들이 아닌 지갑이 얇은 중·고생과 대학생들로 변질됐다. 그마저도 단일 메뉴나 콘셉트 등이 바뀌지 않고 정체되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은 뜸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TS푸드&시스템이 운영하던 씨즐러와 아모제푸드가 운영하던 마르쉐는 잇달아 문을 닫았다. 최근에는 썬앳푸트의 토니로마스마저 한국 진출 19년 만에 매장을 철수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맏형 격인 토니로마스는 1995년 압구정점을 1호점으로 명동, 강남역, 홍대, 여의도 등에서 매장을 운영해왔다.

사진=애슐리 제공

현재는 정통 웨스턴 다이닝(dining·정식)을 추구하는 아웃백과 T.G.I.프라이데이스, 베니건스와 샐러드 바를 주축으로 하는 빕스와 애슐리가 패밀리 레스토랑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 매장 수를 보면 애슐리가 156개로 가장 많았고, 아웃백은 109개, 빕스는 90개, T.G.I.프라이데이스 44개, 베니건스 14개 순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경우 매출액에서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매장 수로 시장 점유율을 판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뚜렷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일단 매장 수로 (업체 규모를) 가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패밀리 레스토랑 발목 잡은 '외식 트렌드의 변화'

사진=아웃백 제공
패밀리 레스토랑의 부진에 대해 '식당 부자들'을 지은 이상규 외식경영학 박사는 "원가와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전(前)처리 과정을 거친 음식을 받아 매장에서 제공하는 악수를 두면서 천편일률적인 패밀리 레스토랑의 '공장식 음식'에 소비자들이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다"면서 "웰빙 바람으로 저칼로리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실패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끊임 없는 외식 트렌드의 변화와 경기 불황, 역세권 100m 이내 혹은 2만㎡ 규모의 다중이용시설 내에서만 매장을 열 수 있도록 하는 동반성장위원회의 신규 출점 제한 벽 등에 가로막히는 바람에 치열하게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들은 각자 다양한 콘셉트·메뉴 부분의 질적인 성장·저렴한 가격 등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워 치열한 외식시장에서 나름 선전하고 있다.

먼저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애슐리는 클래식, 프리미엄 W·W+, 올해 12월 압구정에 개점을 앞둔 퀸즈까지 다양한 콘셉트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 때문에 질리지 않는 것도 강점으로 뽑힌다.

사진=베니건스 제공

애슐리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빕스도 지난 4월부터 여성 고객 비율이 높은 지역에 위치한 매장을 브런치 테마로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는 베이컨, 계란, 감자 요리 위주의 미국식 브런치와 포카치아, 프리타타 등으로 구성된 유럽식 브런치 등 다양한 브런치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빕스는 브런치 테마 외에도 오리지날, 젊은 층을 겨냥한 다이너 등의 콘셉트를 도입해 다각화하고 있다. 콘셉트는 매장 위치에 따라 주요 고객들이 누구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립이나 스테이크를 판매하며 정통 웨스턴 다이닝을 추구하는 아웃백과 T.G.I.프라이데이스의 경우 기존의 메뉴 형식을 유지하되 질적인 향상을 꿰하고 있다. 아웃백은 호주 청정우로 만든 프리미엄 블랙라벨 스테이크를, T.G.I.프라이데이스는 하얏트호텔 등에서 활약한 김찬성 셰프를 영입해 와규 스테이크 등의 고급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아웃백 관계자는 "다이닝 개념의 패밀리 레스토랑 특징을 그대로 유지하되 스테이크를 프리미엄과 대중적인 메뉴로 세분화하고, 저염식이나 키즈 메뉴 등에서도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퀄리티를 높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베니건스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1차적인 목표로 정했다. 베니건스 관계자는 "기존 메뉴의 퀄리티는 유지하면서 통신사나 카드사의 제휴를 없애는 대신 '국민 가격대'를 형성해 가격 부담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T.G.I.프라이데이스 제공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의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잡아

일반적인 패밀리 레스토랑의 조리법은 웰빙과 거리가 멀다. 스테이크와 립 등의 육류와 기름기 많은 튀김 요리를 메인 요리로 고수하고 있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식이 패밀리 레스토랑의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빕스를 운영하는 CJ푸드빌의 한식 뷔페 계절밥상에 이어 애슐리를 운영하는 이랜드도 자연별곡을 출점하며 한식 뷔페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더군다나 한식 뷔페는 출점 제한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CJ푸드빌은 산지 제철 재료로 만든 건강한 밥상이라는 콘셉트로 지난해 7월 판교에 계절밥상 1호점을 개점한 뒤 최근 7호점까지 늘렸다. 직접 농가와 협약을 맺어 도심에서 구하기 어려운 현지 제철 식재료들을 맛볼 수 있는 진정성 있는 한식 뷔페를 선보인다는 취지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처음 개점 당시만 해도 2시간 동안 줄을 서야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랜드도 지난 4월 분당에 자연별곡 1호점을 열고 한식 뷔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연별곡은 벌써 이달 압구정에 16호점을 개점할 예정이다. 한식 뷔페 방문객 수는 계절밥상과 자연별곡 전부 1,000여 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보이며 치열한 경쟁 구도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외식업도 명확한 콘셉트가 없으면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시대"라면서 "한식 뷔페는 동네식당에서 먹는 한식이 아닌, 개념 자체가 트렌드화되었다"고 설명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비싸다?… 업계 "가격 경쟁력 갖춰야"

패밀리 레스토랑 하면 '음식 값이 비싸다'는 인상을 준다.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매장 수를 늘리고 외형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가 아닌, 질적 성장을 모색해 매장 수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면서 이를 위해 "패밀리 레스토랑이 무조건 비싸다는 편견을 없애고 가격 대비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슐리 관계자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동일 매장의 매출이 전년보다 늘었다"고 설명했다. "올해만 해도 15개 개점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불황을 피해 갈 수 있었던 배경으로 여느 패밀리 레스토랑보다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뽑았다. 애슐리 샐러드바의 가격은 평일 런치 기준 1만 2,900원, 평일 디너 및 주말 및 공휴일에는 1만 9,900원이다. 기존 패밀리 레스토랑의 단일 메뉴보다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다양한 메뉴를 먹을 수 있는 것이다.

T.G.I.프라이데이스도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해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먼저 매주 수요일을 패밀리 데이로 지정, 매주 수요일마다 통신사 할인 또는 제휴 카드 할인과 함께 20% 추가 할인해 최대 50%까지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베니건스는 기존 통신사나 카드사의 혜택을 없애는 대신 1만~2만원 사이로 '국민가격대'를 형성해 '패밀리 레스토랑이 비싸다'는 편견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다. 베니건스 관계자는 "2만원대에 스테이크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마케팅 부문에서 비용을 절감해 저가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6월 한국소비자원은 패밀리레스토랑의 신용카드 포인트 결제나 멤버십 포인트 결제에 대해 조사 결과 "마케팅 도구일뿐 실질적 소비자 혜택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응답자의 87%가 할인·혜택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70% 이상이 통신사 할인(35.6%)과 신용카드 할인(35.6%)을 이용하고 있었다. 신용카드 포인트 결제, 패밀리 레스토랑 멤버십 포인트 결제 서비스 이용 비율은 각각 3.8%와 2.8%로 미미했다. 이는 중복할인이 제한되고(33%), 한도가 정해져 있으며(24%), 유효 기간이 짧고(21%) 사용 단위가 정해져 있기 때문(12%)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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