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대아파트 경비원들 "정년 좀 연장해주오" 대자보
"5일 입주자대표회의서 정년 연장 안 되면 태업" 경고

"더더욱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도와주세요!" 서울 압구정 신현대아파트에 대자보가 나붙었다. 이 아파트는 과로와 일부 입주민의 폭언에 시달리던 경비원이 분신자살을 기도한 곳이다. 대자보를 쓴 이들은 얼마 전 분신자살을 기도한 아파트 경비원의 동료들이다. 압구정 신현대아파트의 경비원들은 왜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인 걸까.

경비원들은 대자보에서 "압구정 신현대 아파트 경비원들은 고용안정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구현대아파트 경비원의 정년은 65세, 미성아파트는 67세, 한양아파트는 70세인데 우리 아파트 경비원의 정년은 60세로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올해 퇴사 예정자가 총 19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일로 예정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정년이 65세로 결정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들은 만약 정년이 65세로 늘어나지 않으면 '태업'을 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정년이 65세로 늘어나지 않으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 위해 휴게시간엔 초소를 떠나 별도의 장소에서 휴식을 취할 것이며 무언의 항의 차원에서 경비 업무와 상관없는 청소를 거부하겠습니다. 6일(입주자대표회의 다음 날)엔 대빗자루, 쓰레받기 등 대청소 도구는 관리 사무소에 반납하겠습니다."

대자보 작성에 참여한 경비원 P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소ㆍ대리주차ㆍ택배 업무 등 하는 일이 많아 힘들지만 여기가 아니면 일할 곳이 없다. 우린 낭떠러지에 서 있다"고 말했다.

"(동료가) 분신자살을 기도할 정도로 힘든 곳에서 일하면서 왜 일을 더하게 해달라고 하냐고 궁금해 하겠지만 우린 여길 떠나도 죽습니다. 경비원들은 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들이에요. 빈곤층이 많아요. 나이가 있기 때문에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요. 스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최하층에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래서 단 5년이라도 (정년을) 연장해달라는 거예요. 지난해엔 나이 때문에 해고된 인원이 대략 20명입니다. 절박합니다."

경비원들의 호소에 대해 해당 아파트 측은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신현대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법을 만들어 놓고 맘대로 바꿀 수 없지 않나. 내가 알 수 없는 문제다"라고 말한 뒤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이 아파트 경비원이었던 이모(53)씨는 지난달 7일 아파트 주차장에서 인화물질을 자기 몸에 뿌린 뒤 불을 붙여 자살을 기도했다. 현재 이씨는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치료받고 있다. 이씨 부인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을 치료하기 위해 집까지 내놓았다고 밝혔다. 그는 "1차로 사체피부 6,000장을 늘려서 붙이는 수술을 받았다. 현재는 자기 피부를 이식하는 2차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서 "병원비가 지금까지 1,000만원가량 나왔는데 앞으로 6번 이상의 수술을 더 받아야 한다. 생체 외 배양 피부를 이식하는 건 수술비가 워낙 비싸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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