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들, 카페 등서 '주휴수당 지급 안 하는 법' 공유 물의

PC방 점주들이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생의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기 위한 방법을 공유해 논란이 일고 있다.
PC방 점주들이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생의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기 위한 방법을 공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온라인커뮤니티 게시판에 한 PC방 사장이 카페에 남긴 글이 캡처돼 올라왔다. "주휴수당 피하려고 고용계약서를 쓸 때 하루씩 더 늘려서 썼다. 카페에서 정보를 얻고 그렇게 작성했다"는 내용이었다. 예컨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간 다섯 시간씩 일하기로 한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면서 계약서에는 월~토요일 주 6일간 근로하기로 한 것처럼 기간을 하루 늘려 쓴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계약서를 작성하면 구두로 약속된 5일 만기 근무를 한 아르바이트생이라도 하루 결근한 것이 돼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해당 글이 올라온 직후 "파일을 공유해달라"는 PC방 사장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아르바이트생의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기 위한 방법을 공유하고 있는 모습. (사진=해당 카페 캡처)
이 같은 방법이 유행처럼 번진 것은 최근 주휴수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서울시가 발표한 청년들의 아르바이트 근로 실태조사 결과, PC방 아르바이트생의 경우 1주일 동안 소정의 근로일수를 채운 노동자에게 주당 1회 이상 지급해야 하는 주휴수당을 단 8%만이 지급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휴수당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아르바이트생도 많았다. 조사 결과는 온라인 공간에서 화제를 모았고 주휴수당에 대한 청년층의 관심도 높아졌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 청년들이 주휴수당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자 고용주들 역시 자신들만의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해당 카페에 따르면 비단 PC방 업주뿐 아니라 패스트푸드점 점주들도 이 같은 방식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기자가 조사한 결과 온라인에서 피해를 당했다는 아르바이트생들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대부분 주5일 근무를 약속받고 일을 시작했지만 계약서에 6일이 명시돼 주휴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하소연이 많았다.

과연 이런 방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면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될까?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기가 출근해야 할 날을 다 출근했다면 주휴수당은 나오는 것이다. 근로자가 (PC방 업주와 법적으로) 다투면 (주휴수당을)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서로 다툼이 있을 수는 있지만 오픈하지 않은 날이나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라는 걸 입증하면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면서 "사업장에서 작성한 서류, 고용주와 근로자의 대질 조사 등으로 조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5일 근로를 합의하고 6일 근로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일 자체에 문제가 없는 걸까.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확히 기재하지 않은 부분은 판단을 해 볼 문제"라면서 "조사할 수는 있지만 단정 지어 말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소속인 송아람 변호사의 의견은 달랐다. 송 변호사는 "근로자가 직접 이런 부분(근로시간 과장돼 적힌 계약서)을 입증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명백한 탈법행위"라면서도 "실제로 분쟁이 생겼을 때 근로자가 이를 입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을 예상해 계약 당시 녹취를 하거나 문자로 증거를 남기는 경우가 없다보니 입증 자체가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송 변호사는 "고용노동부가 '입증하면 되는 문제'라고 말하는 건 부적절한 답변"이라면서 "근로기준법에 보면 근로감독관 제도가 있다. 이런 탈법적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면 근로감독관 제도를 활용해 고용노동부가 감시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또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본다. 그런 것을 하는 것이 고용노동부가 존재하는 이유 아니겠나"라면서 "탈법적인 행위를 근절할 의무가 있는 만큼 (고용노동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노무법인 A&D 정형진 노무사는 "근로자에게 어려움이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정 노무사는 "계약서는 계약 내용에 상호 합의한다는 의사 표시"라며 "무엇보다 근로계약서를 자세히 읽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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