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안전사고 급증에 승객들 불안 증폭

의왕 톨게이트에서 광역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세월호 참사에 이어 경기 성남시 판교 환풍구 사건 등이 터지면서 안전 문제가 더욱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상황이지만 서울과 경기 지역을 오가는 광역버스는 여전히 입석 운행되고 있어 안전 사각지대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안전문제를 우려해 입석을 금지시켰지만 투입되는 버스 대수의 부족으로 출근길 집중적으로 몰려드는 시민들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보완책 마련까지 과거의 입석 운행으로 후퇴했다. 그러다보니 입석 운행을 지켜보는 관계 당국이나 버스 회사, 이용 시민들 모두가 사고에 대한 불안한 마음 속에 출퇴근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데일리한국> 기자가 22일 오전 7시20분쯤 출근길에 경기 수원지역에서 서울로 향하는 광역버스 운행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현지를 찾았다. 버스 정류소에서부터 출근길 직장인 및 학생들로 가득했다. 버스가 도착하자 사람들이 몰려 탔고 곧 버스 내부는 입석 승객으로 가득 찼다. 통로에 서서 가는 것도 모자라 버스 앞쪽의 계단까지 승객이 올라섰다. 승객 한 명이 더 올라설 때마다 버스는 기우뚱했고 기사는 한 여성의 가방이 걸려 닫히지 않는 문을 겨우 닫고 고속도로 톨게이트로 진입했다.

입석 승객으로 가득찬 광역 버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고속도로에 진입한 버스가 속력을 올렸지만 승객들은 손잡이도 제대로 잡지 않은 채 모두 스마트폰을 들여 보느라 바빴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면 승객이 앞으로 밀려 나와 운전 기사는 더욱 예민하게 반응했다. 운전기사가 "스마트폰을 보지 말고 제발 손잡이 좀 꽉 잡으라"고 주문했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은 들은 척도 안했다. 그는 "길이 항상 안전한 것도 아니고 운전하다가 급 브레이크라도 밟으면 승객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오고 넘어져서 다칠 것이 분명하다"면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에서 안전벨트는 커녕 손잡이도 안 잡고 있으니 이러다 대형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매일 매일이 불안하다"고 털어놓았다.

승객들도 마찬가지다. 경기 수원에서 서울을 오가는 김모(24)씨는 "버스비를 조금 올려서라도 안전한 좌석운행이 보장된다면 이를 크게 반대할 생각은 없다"면서 "그러나 출근길 투입되는 버스 대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입석으로 가면 불안하고, 좌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간 지각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16일 전면 시행된 '좌석버스 입석금지'는 시행 첫날부터 교통 대란을 빚으며 한달도 채우지 못한 채 없던 일이 됐다. 광역버스는 현재 기존 노선에 경기도의 지원과 하루 평균 18만 원의 전세버스 대절로 추가 운행이 실시되고 있지만 여전히 입석 승객을 태우고 위험하게 달리고 있다. 경기도 내 버스회사는 현재 394대를 증차했고 버스 기사 추가채용으로 이에 따른 운영비 부담을 호소해왔다. 버스기사 추가 채용에도 기사들은 출퇴근 시간의 배차간격이 줄어들다보니 쉴 틈도 없이 운행을 계속하고 있다. 한 광역버스 운전기사는 "전체적인 휴식시간은 거의 동일하지만 오전·오후 쉴틈없이 빠듯하게 짜여있는 배차 간격 때문에 피로가 많이 쌓였다"면서 "안전한 운행을 위해 하루 빨리 정책이 자리잡아야 승객도 회사도 나도 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축시키겠다던 버스대기 시간 또한 정책 시행 이전과 달라진 점이 없다. 사당역과 의왕톨게이트 등 각 요소에서 자리에 착석하지 못한 승객이 몇명이나 되는지 체크하던 모니터링 요원과 버스회사 관계자도 어느샌가 모습을 감췄다. 안전 사각지대가 그대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경기도는 지난 8일 남경필 도지사 취임 100일을 맞아‘굿모닝 버스' 정책을 발표했다. 굿모닝 버스는 ‘입석 금지’가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현재 1만4,000여명에 이르는 입석 승객을 완전히 없애고 버스 출발 간격을 평균 8분에서 2분으로 줄이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11월 일부 노선에 3주간 49인승 2층버스의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시험 운행을 거쳐 최종 운행노선으로 자리 잡을 지는 미지수다.

경기도 굿모닝버스 추진단 관계자는 "현재 버스체제 개편을 위해 문제점을 진단하는 용역업체에 맡길 예정"이라면서 "큰 틀은 잡혔지만 세부 내용을 보강하게 되면 다시 정책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 사업 내용과 정확한 시행 시기를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는 현재의 입석 운행을 바꾸기 어렵다는 뜻이 된다. 그 때까지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는 언제 대형사고가 날 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운행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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