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버스 노조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인상 요구"

사측 "신분당선 지하철 개통과 입석금지 이후 적자 심각"

타결 실패시 16일 첫차부터 운행 중단…교통대란 불가피

경기지역 8개 버스회사 노조가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경기지역 8개 시내·외 버스 노조가 16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해 교통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경기지역 자동차노동조합 관계자는 15일 "도내 버스 노동자들은 수도권에서 가장 긴 노동시간과 상대적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며 "장시간 운전 개선과 생활임금 확보에 대한 경영진의 전향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16일 오전4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8개 버스회사 노조는 지난 7월 10일 첫 논의를 시작으로 지난달 27일까지 4차례 사측과 공동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고 지난달 29일 조정신청을 냈다. 경기지역 버스 노사 간 쟁점은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인상이다. 서울지역 버스 기사의 임금은 상여금 포함 월 총액이 358만원 수준이지만 경기 8개 버스회사 기사는 월 임금 총액이 243만∼282만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는 4인 가족 최저생계비 358만원의 93% 수준(약 333만원)까지 임금을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서울지역 버스 기사의 경우 1일 평균 9시간씩 한 달에 22일 근무하는 1일 2교대제로 월 198시간 운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기지역은 대부분 1일 17∼17.5시간씩 한 달에 12∼13일 근무하는 격일제로 월 204∼228시간 운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자동차노조는 "경기지역은 월 12~13일을 근무하다보니 많게는 월 260시간까지 장시간 운전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1일 2교대제 전환과 버스준공영제 도입 등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기지역자동차노동조합 박상문 총무국장은 “격일제 사업장이 1일2교대 사업장에 비해 교통사고도 자주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만큼 근로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면서 "서울, 인천에 비해 긴 운전시간과 낮은 임금은 경기지역 버스회사 운전자들의 이직률을 높이고 인원부족에 따른 장시간 운전, 대형교통사고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세월호 참사, 서울 송파 버스 참사와 같은 대형사고 재발을 막을 수 없는 만큼 사측이 전향적 자세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기간이 끝나는 15일까지 사측이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16일 첫차부터 운행을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노조가 파업을 결의한 8개 버스회사는 경원여객, 삼영운수, 용남고속, 보영운수, 성우운수, 수원여객, 삼경운수, 경남여객이다. 경원여객 등 8개 버스회사는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시내·외 버스 2767대를 운행하고 있다. 수원에서 강남역을 잇는 3000, 3002, 3003,3007번과 안산 강남역을 잇는 3100, 3101, 동백에서 서울역 구간인 5000, 용인에서 강남역인 5001, 5001-1, 동백에서 강남역을 잇는 5003, 용인에서 서울역을 잇는 5005, 영통에서 양재역을 잇는 5100, 용인에서 강변역을 운행하는 5600, 5700, 신갈에서 사당역인 7000, 수원에서 사당역인 7001, 7002와 수원에서 서울역 구간을 운행하는 8800번이 포함됐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측은 "신분당선 지하철개통으로 수입이 줄어 들었고 입석금지 이후 광역버스 대수를 늘리면서 적자가 심각해 경영상태가 어려워졌다"면서 "노조 측의 임금인상안은 무리한 주장이며 임금 2% 인상 이상은 수용하기 어렵다" 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사측은 노조 파업에 대비해 "전세버스를 노조 파업으로 운행되지 않는 버스 노선에 투입하거나 대책을 마련해 승객 불편을 최소화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파업까지 치달을 경우 평소처럼 제대로 배차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경기지역 시민들이 입석금지 대란에 이어 또 한번 큰 불편을 겪을 전망이다.

하지만 15일 오후 노조는 경영진과 2차 조정회의를 갖는다. 여기서 사측이나 노조가 서로 입장을 받아들이고 임금 인상안을 수정 제시한다면 극적 협상 타결의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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