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데일리한국 DB)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30일 초등학생 친손녀를 3년간 성폭행한 A(72)씨에게 징역12년을 선고했다. 아들 내외의 별거로 9세인 손녀를 자신이 보호하면서 12세가 될 때까지 성적 도구로 삼은데 대한 처벌이었다. 지난 5월에는 10대 여동생을 10여차례 성폭행한 B(32)씨에게 징역 7년이 선고됐고, 4월에는 친척 여동생을 수차례 성폭행한 조선족 C씨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최근들어 이 같은 친족간 성범죄 사건이 끊이지 않아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가해자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범행이 대부분이며, 가족이나 친지 등 주변의 무관심이 화를 키우는 게 보통이다. 7일 한국성폭력상담소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 성폭력 중 가해자의 비율은 친족 32.8%, 친인척에 의한 비율이 24.6%로 전체 절반이 넘는 57.4%가 근친간 성폭행이었다. 유아 성폭력 가해자의 비율도 친족 33.3%, 친인척에 의한 비율이 16.7%로 역시 절반이 가족과 친척에 의한 범행이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제공)
이와 관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2003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최근 12년간 가족관계에 의한 성폭력사범 건수는 총 3,673건”이라면서 “2003년에는 187건이던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지난해에는 494건으로 2.6배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7일 “친족 성폭행 원인은 남성의 이상성욕 문제가 아닌 권력관계 때문에 일어난다”면서 “집안에서 권력 우위를 점하고 있고, 경제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의한 범행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가해자들의 이상 성욕 등 병적 증상이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윤리 의식 결여라는 일반론 적인 문제는 있지만 의외로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자들의 소행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측은 “친족간 성관계 사례를 봤을때 정신과적 질환을 갖은 사람도 많지 않다”면서 “가해자들은 정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고 성폭력 전과가 있는 사람도 소수”라고 밝혔다. 실제 경제권을 지닌 우월적 지위에 있는 범행이 대부분이기에 이들은 오히려 사회적으로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같은 친족간 성관계가 외부로 노출되지 않고 은밀히 이뤄지기에 실제 발생건수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란데 있다. 때문에 성폭력 분야 전문가들은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지인이나 주변 사회복지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아버지가 가해자일 경우 어머니는 오히려 방관자로 돌아설 수 있기에 중립적 위치에 있는 학교 교사나 외부의 지인들을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와 달리 근친간 성범죄가 변형된 사랑의 형태로 받아들여져 무죄 판명이 난 경우도 있다. 올 2월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임선지)는 13세였던 조카와 7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맺은 5촌 당숙 D(2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D씨는 미성년자인 조카를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받았지만 2심에선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D씨를 이성으로 좋아했다는 조카 E양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E양은 1·2심 재판 과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좋아하는 배우를 닮은 D씨를 좋아했고, 성관계도 싫지 않았다”면서 “과거에 자해를 한 적이 있는데 이는 D씨가 여자친구가 있어서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 서운했기 때문이었다”라고 밝혔다.

또 며느리를 성폭행한 시아버지에게 집행유예라는 비교적 낮은 수위의 형량이 내려진 적도 있다. 광주고법은 지난 4월 며느리를 4차례 성폭행한 F(57)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F씨의 아들과 이혼한 피해자가 시아버지의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이 참작된 것이다.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는 ‘누나와 근친상간 자랑’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는 남녀의 성관계 장면이 담겨 있어 네티즌들의 비난이 폭주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등의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버지의 의한 성폭행은 어머니가 자식을 잘 돌보지 않거나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않았을 때, 또는 사별했거나 부인이 밤늦게 자주 집을 비우는 경우 발생 빈도가 높다고 한다. 이밖에 역사심리학 저널(Journal of Psychohistory)에 발표된 근친상간 논문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아버지와 딸과의 관계보다 어머니와 아들간 관계가 더 많았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친족간 성관계를 근절할 뚜렷한 대책은 없다. 전문가들은 “친족 성범죄는 결국 피해자가 스스로 주변에 알리는 용기를 내야하고, 변형된 형태로 발전하는 경우는 인성 강화 교육을 통해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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