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YTN 방송 캡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인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밝혀지지 않아 이 사건의 미스터리는 더욱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자연사인지 자살인지, 아니면 타살인지 조차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또 타살이라면 도피조력자가 관련이 된 것인지, 아니면 이번 사건과 무관한 자의 소행인지도 궁금해졌다. 여기에 유 전 회장이 과연 거액의 도피자금을 들고 있었는지, 이 부분이 사망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 등이 온통 ‘물음표’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국과수의 조사를 종합해보면 사망 원인은 알 수 없으나 독극물에 의한 사망은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또 명확치는 않지만 음주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봤다. 그러나 시신 주변에서 발견된 막걸리나 소주 병 등에서는 유 전 회장의 DNA가 검출됐다. 물론 도피 조력자에 의해 간접적으로 접촉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DNA 검출로 유추해보면 유 전 회장이 누군가와 함께 술병에 손을 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 경우 유 전 회장과 도피 조력자가 함께 이동하다 시신이 발견된 근처에서 함께 술을 마셨거나 조력자만 먹었을 가능성이 있다.

도피 조력자가 함께 있었다면 그의 살해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계속된 도주에 지친 조력자가 유 전 회장을 살해하면서 사건 종결을 노렸을 수 있다. 자신은 신원이 공개되지도 않은데다 이 사건의 핵심인 유 전 회장이 시신으로 발견되면 검경의 수사 동력은 떨어지고 되고 사건 자체가 유야무야 끝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 전 회장이 별장에서 탈출하면서 10억원 가량의 거액은 두고 나왔지만 과연 한푼의 도피자금도 없이 몸만 빠져나왔을까 하는 점은 의문이다. 상식적으로 도주기간이 얼마가 될지, 외국으로의 밀항까지 염두에 둔 상태에서 맨몸으로 나왔을 것으로 생각하긴 어렵다. 따라서 10억원 가량은 별장에 두었지만 일부 금액은 갖고 나왔을 수 있다. 이를 조력자가 들고 함께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검경의 포위망이 좁혀오고 끝없는 도주에 지친 조력자가 유 전 회장을 살해한 뒤 도피자금을 들고 현장을 피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유 전 회장의 운전기사인 양모씨나 아들 대균씨, 구원파 핵심 신도들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들과 연결된 유 전 회장의 측근이 도피를 도와주다 별장에서 갖고 나온 자금을 노려 범행을 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검경은 일단 유 전 회장의 아들 대균씨와 운전기사 양씨의 소재 파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을 붙잡아 유 전 회장의 도피 과정의 일부분이라도 밝혀내야 도피조력자가 함께 동행했었는지, 자금을 들고 별장을 빠져나왔는지 등이 밝혀질 전망이다. 수사당국은 도피조력자가 자금의 유무와 상관없이 유 전 회장을 살해한 뒤 도주했을 가능성과 함께 고령의 유 전 회장이 산길을 헤매는 강행군 끝에 심장마비 등으로 인해 자연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무래도 건강식품까지 챙긴 유 전 회장이 도주 중에 심경 변화를 일으켜 자살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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