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5월 25일 전남 순천 별장 수색 당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이 별장 내부에 숨어있었지만 발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때문에 검경의 허술한 수사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유 전 회장과 함께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 ‘숲속의 추억’에서 은신하다 구속된 아해프레스 직원 신모(33·여)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수사관들이 별장 문을 열려고 하는 소리가 들려 유 전 회장을 2층 통나무 벽안에 있는 은신처로 급히 피신시켰다”면서 “수사관들이 수색을 마칠 때까지 유 전 회장은 은신처 안에 숨어있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진술을 청취한 뒤 순천 별장 내부를 다시 수색했지만 이미 유 전 회장은 도피한 뒤였다. 유 전 회장이 언제 별장에서 빠져나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별장 2층에는 통나무 벽을 잘라서 만든 3평 정도의 공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좌우 끝 부분은 지붕 경사면으로 돼 있고, 공간 안쪽에는 나무로 만든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밖에서 볼 때는 통나무로 위장해 눈에 띄지 않도록 했다. 검찰은 통나무 벽안의 은신처에서 여행용 가방 2개를 발견했다. 가방 안에는 4번, 5번이라고 적힌 띠지와 함께 현금 8억3,000만원, 미화 16만달러가 들어있었다. 10억원 가량의 현금을 두고간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5월 25일 첫 수색 당시 통나무 안 공간과 숨어있던 유 전 회장을) 찾지 못한게 통탄할 노릇이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 25일 오후 4시 순천 별장에 대한 수색을 시도했다가 문이 잠겨 있어 정식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뒤 같은 날 오후 9시30분부터 2시간 가량 수색을 진행했으나 숨어있던 유 전 회장을 찾아내지 못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을 발견하지 못하자 비서 역할을 하던 신씨를 현장에서 범인도피 혐의로 체포해 인천지검으로 이송했다.

검찰은 별장 수색 이후 이튿날인 5월 26일 정밀 감식을 실시해 유 전 회장의 체액 등을 확보했다. 이때 확보된 체액 등도 전날 발견된 시신과 DNA 대조 작업에 쓰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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