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인 90내 누나부부 잔혹하게 살해… 노인 범죄 확 늘어

신체적으로 왕성한 세대… 빠른 은퇴등 사회적 소외 문제 부각

데일리한국DB
최근 노인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의학기술 발달로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예전처럼 노인이라고 해서 체력이 약하지 않다는 점과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노인의 현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은 더딘 상황이다.

24일 강원 양구경찰서에 따르면 윤모(71·경기 군포시)씨는 자신을 나무랐다는 이유로 누나 부부를 둔기로 무참하게 살해했다.

윤씨는 이날 오전 1시 20분쯤 양구군 방산면 자신의 누나(97) 집에서 자형(91)과 함께 술을 마셨다. 그러다 자형이 '평소에 잘하라'며 자신을 나무랐다. 윤씨는 곧바로 마루에 있던 둔기를 내리쳐 두 사람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손에 둔기를 들고 있던 윤씨를 현장에서 붙잡았다. 윤씨는 경찰 조사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산소에 왔다가 누나 등과 술을 마셨고, 술김에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에는 70대 양모씨가 노인복지시설에서 함께 생활하던 80대 동료 노인을 말다툼 끝에 둔기로 때려 죽인 일도 벌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0분 양씨는 충북 진천군 이월면의 복지시설에서 엄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둔기를 이용해 엄씨를 잔혹하게 살해했다. 양씨는 경찰에서 "엄씨가 평소 내게 모욕적인 말을 많이 했고 말다툼을 벌이다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지난해 5월에는 70대 노인이 층간 소음 문제로 다툼을 벌이다 아래층 세입자들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불을 질러 2명을 죽였다. 같은해 2월엔 서울 마포에서 이웃이던 70대 할머니를 때려 죽인 후 방화로 위장한 70대 노인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8일 일어나 21명의 사망자를 낸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는 80대 노인의 방화로 인한 것이었다. 같은날 오전에는 70대 노인이 서울 지하철 3호선 도곡역에서 기차 안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질러 자칫 큰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과거 노인범죄가 단순한 생계형 절도 등이 많았다면 최근 들어서는 폭력, 강간, 방화에 이어 살인까지 하는 강력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 범죄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체 범죄 중 61세 노인이 저지른 범죄 비율은 2000년 2.7%에서 2012년 7.3%로 약 3배가 늘었다. 여기에 7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14.6%에서 2012년 21.2%로 증가했다. 2012년 기준으로 보면 이들의 범죄는 18세 이하 미성년자의 범죄보다 많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서울지역에서 살인을 저지른 61세 이상 피의자는 2009년 4.6에서 2011년 7.2%로 증가했고, 2013년엔 10.9%를 기록했다.

노인의 강력범죄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위험한 수준에 달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노인 강력범 급증의 원인을 고령 사회의 특성상 노인의 수가 많아진 요인 외에도 신체적으로는 건강한 노인들이 빠른 은퇴 등으로 인해 사회에서 경제적o정신적으로 소외된 현실에서 찾고 있다.

서강범죄연구소의 김은주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60대는 더이상 노인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체적으로도 건강한 세대다. 70대 이상의 노인 역시 마찬가지다”면서 “한국에서 이러한 노인 인구는 증가하고 있는 반면 사회활동 기회는 줄어들고 가족으로부터의 소외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체력적으로 왕성한 노인들의 사회적 경제적 욕구가 박탈당하는 상황이 노인 강력범죄를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한국도 외국처럼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계, 취업, 복지 등에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인 범죄에 대한 처벌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흔히 한국에서 노인들에 대한 범죄에는 죄를 경감해주는 경향이 있지만 처벌을 강화해 범죄의 심각성을 인식시켜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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