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납품비리' 신헌 전 대표 등 24명 기소
납품업체에 뒷돈·그림·전처 생활비까지 챙겨

(데일리한국DB)
롯데 홈쇼핑의 슈퍼 갑의 횡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롯데 홈쇼핑이 방송에 잘 내보내주겠다며 납품업체에게서 뒷돈을 뜯어내고, 하도급업체를 통해 공사비를 부풀려 회사 돈을 빼돌리는 등 홈쇼핑업계의 전형적인 비리를 저질러 온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는 대표이사나 상품기획자(MD) 할 것 없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서영민 부장검사)는 리베이트를 챙기거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롯데홈쇼핑 임직원 10명을 적발해 신헌(60) 전 롯데쇼핑 대표 등 7명을 구속기소하고 전·현직 MD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은 이들에게 뒷돈을 건네거나 비자금 조성을 도운 벤더·납품업체 대표 14명 가운데 김모(42)씨를 구속기소하고 허모(46)씨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단 영세 납품업체 대표 6명은 약식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 전 대표는 2007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홈쇼핑 론칭과 백화점 입점 등 편의제공 명목으로 벤처업체와 카탈로그 제작업체 등 3곳으로부터 1억3,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겼다. 신 전 대표는 2008∼2012년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로, 이후에는 지난 4월까지 롯데쇼핑 대표로 재직했다.

신 전 대표는 부하 직원들과 짜고 인테리어 공사비를 과다 지급해 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삿돈 3억272만원을 횡령해 2억2,599만원을 사적으로 쓴 혐의도 받고 있다.

임직원들의 뒷거래와 횡포도 극에 달했다. MD에서 생활부문장·영업본부장으로 이어지는 영업 분야 간부들은 상품광고방송을 황금시간대에 넣어주겠다는 등의 명목으로 적게는 1,400만원에서 많게는 9억8,410만원까지 뒷돈을 챙겼다.

총무팀장과 경영지원부문장 등 비영업분야 간부들은 '을'의 위치에 있는 회사 인테리어 공사업체를 동원해 회삿돈을 빼돌린 뒤 신 전 대표에게 상납했다. 뒷돈을 받는 데는 아들이나 아버지 등 친인척뿐만 아니라 전처, 내연녀 동생의 계좌까지 동원됐다.

신 전 대표는 유명 화가인 이왈종 화백이 그린 시가 2,000만원짜리 '제주생활의 중도' 그림을, 전직 MD 정모(43)씨는 그랜저 승용차를 챙겼고 뇌물통장이나 주식정보 제공 등 다양한 형태로 대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MD로 일하던 하모(49)씨는 주식투자 종목을 소개받았다가 손실이 나자 납품업체에 주식을 비싸게 되파는 수법으로 4,000만원을 챙겼다. 다른 임직원들도 이혼한 부인에게 매달 300만원씩 생활비를 부쳐달라고 요구하거나 부친이 도박을 하다가 진 빚 1억5,000만원을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횡포를 저질렀다.

롯데 홈쇼핑의 이런 슈퍼 갑질이 자행된 데는 홈쇼핑 업체 임직원들과 인맥을 이용해 납품업체에 방송 론칭과 유리한 편성을 알선해주며 브로커 노릇을 하는 벤더업체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이들은 영세업체로부터 매출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챙기고 일부는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에게 뒷돈으로 건넸다.

구속기소된 벤더 업체 J사 대표 김씨는 "나를 통해서만 롯데홈쇼핑에 론칭을 할 수 있다"고 말하며 납품업체 13곳으로부터 30억원 상당을 받고 5억6,778만원을 리베이트 비용으로 썼다. 검찰 관계자는 "홈쇼핑업체와 벤더업체는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라고 말했다.

납품업체가 뒷돈을 건네고 홈쇼핑에 내보낸 상품은 알뜰폰 등 전자기기, 음식류, 수산물 등으로 다양했다. 방송에 게스트로 계속 출연하게 해달라며 MD에게 1,530만원을 건넨 요리사도 적발됐다.

검찰은 “홈쇼핑업계의 진입장벽이 높아 독과점 시장이 형성된 반면 납품을 원하는 업체는 중소 영세회사가 대부분이어서 갑을관계를 이용한 이런 비리가 구조적으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어렵게 론칭에 성공해도 황금시간대에 배정받지 못하면 미리 확보한 재고물량을 소진할 수 없는 '선입고' 구조여서 로비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범죄수익을 전액 박탈하기로 하고 현재까지 전체 리베이트 16억3,131만원 가운데 12억6,012만원을 추징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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