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 224개국 중 219위
가계부담과 고용불안이 원인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1,000명 당 출생을 따지는 조(粗)출생률도 세계 220위로 바닥권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우리나라의 출생률 저하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처럼 바닥까지 가라앉은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일단 한국의 결혼과 보육 여건이 그만큼 출산에 녹록치 않은 환경이란데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비싼 교육비, 저조한 취업률, 그로 인한 혼인률 저하와 임산부 직장인에 대한 직장내 고용 불안 등이 혼재돼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장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사회통합정책 연구실장은 "남녀가 평등한 일·가정 양립 문화가 한국 사회에 제대로 형성되지 못 했다"고 평가했다. 부모가 아이 양육과 함께 일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잘 구축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과 국가, 근로자들이 함께 노력해야 하는데 기업들은 생산성 문제 때문에 기존의 불평등한 문화에 멈춰있고, 이 문제를 잘 풀어나가는 기관에 국가에서 어떤 형태로든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데도 아직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다. 또 직장 여성들이 출산 후 경력 단절 우려로 임신을 꺼리고 있어 더욱 출산율 저하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 실장은 이어 "아이를 양육하려면 경제적인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청년 고용률이 너무 낮아 결혼 성사율 자체가 낮은 것도 출산률이 낮은 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측은 우리나라의 높은 보육과 교육비 문제를 꼽았다.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교육하기가 힘든 여건이란게 또다른 원인이란 이야기다.

실제 16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월드팩트북(The World Factbook)에 따르면 올해 추정치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25명으로 분석 대상 224개국 중 219위에 그쳤다. 싱가포르가 0.80명으로 꼴찌를 차지했고, 대만이 1.11명으로 222위, 홍콩이 1.17명으로 221위였다.

합계출산율 1위는 아프리카 국가인 니제르로 6.89명에 달했고 말리(6.16명), 부룬디(6.14명), 소말리아(6.08명), 우간다(5.97명) 등의 순이었다. OECD 회원국 중에서는 멕시코(19.02명·75위)와 이스라엘(18.44명·94위) 두 나라가 10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으며, 프랑스(2.08명·112위), 뉴질랜드(2.05명·117위), 미국(2.01명·122위) 등이 포함됐다.

인구 1,000 명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조출생률도 한국은 8.26명으로 세계 224개국 중 220위에 머물렀다. 조출생률에서도 OECD 회원국 중에는 멕시코가 19.02명으로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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