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교도소와 법무부에 재발방지책 마련 요구

(서울=연합뉴스) 교도소 수감자가 정기 건강검진에서 B형 간염보균자 진단을 받고도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지 못해 간암 말기로 숨진 사실이 3일 알려졌다.

인권위에 따르면 경북북부 제1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A씨는 2012년 8월 건강검진에서 정기적인 B형 간염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A씨가 같은 해 12월 구토와 복통으로 응급실로 이송돼 간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 교도소 측은 간질환 검사를 하지 않았고 그는 결국 작년 3월 간암으로 숨졌다.

인권위는 "간암 진단이 늦은 바람에 A씨가 다른 치료방법을 선택하거나 삶을 돌아보고 죽음을 준비할 기회를 잃어 헌법에서 정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받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A씨의 건강진단부에 '간경화, B형 간염'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고 2009년 9월 '정기 혈액검사 및 초음파 검사 후 경과관찰이 필요하다'는 교도소 의료과장의 소견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A씨의 정확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초음파 검사 등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봤다.

또 교도소 내에 초음파 검사장비를 갖추고 있어 자체 검사가 가능한 상황이었던 점에 비춰 교도소 의료과장이 책임과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인권위의 의견이다.

당사자는 생전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조사를 거쳐 작년 12월 해당 교도소장에게 의료과장을 주의조치할 것과 관리·감독기관인 법무부 장관에게 유사사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지만 교도소와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도소 측은 A씨에게 낭종, 요도염 등에 대해 약 2년간 700여회 진료를 하는 등 그의 진료요구를 무시하거나 방치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A씨가 간 기능과 관련해 특이증상을 호소한 사실이 없는 점을 종합하면 의료조치가 미흡하거나 소홀했다고 볼 수 없고 A씨의 간질환 검사 여부가 병의 경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의료 전문가의 의견을 고려해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법무부 역시 같은 이유로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두 기관은 다만 "향후 보다 적절한 의료처우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