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결선을 앞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당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 일본이 상대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교도통신은 25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나이지리아 출신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기로 정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 역시 26일(현지시간) EU 회원국들이 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EU는 27개국이다. 일본을 포함, WTO 전체 164개 회원국 가운데 6분의1에 달하는 28개국이 나이지리아 후보의 공개적인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여기에 아프리카 43개 회원국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71개국의 표가 나이지리아 측으로 쏠렸다.

EU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기로 한 것은 다자간의 질서를 강조하면서, 아프리카와의 관계 강화를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와 달리 일본의 지지는 한국과의 이해관계가 엮인 판단으로 풀이된다. 한국이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를 WTO에 제소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 후보는 국제무대에 일본의 수출규제 부당성을 적극 알려왔다. 이에 따라 만일 유 후보가 당선되면 향후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일본 정부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이 이번 결정을 하면서 주변의 무역 강대국과의 관계가 얽혀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한일관계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도 염두에 둬야한다는 점에서다.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과 미국의 지지 후보는 서로 다르다. 아프리카에 영향력이 큰 중국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유 후보의 지지가 확실시 된다. 미국과 가까운 일본이 미국과 다른 선택을 한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유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한국이 제소한 수출규제 문제뿐만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는 전반적인 국제 무역 분야에서 일본은 ‘찬밥’ 신세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차기 WTO 사무총장 선출은 오는 11월7일 전까지 회원국 간 의견 일치가 도출돼야 한다.

우리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다수 진출해 있는 남미·아시아·유럽 국가를 상대로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양자 FTA 체결 등을 통해 유 후보에 대한 신뢰가 쌓여있다는 판단에 따른 선거 전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열흘간 말레이시아, 룩셈부르크, 이탈리아, 이집트, 인도, 덴마크, 카자흐스탄, 칠레, 독일, 러시아, 캐나다 등 14개국 정상과 통화를 하며 지지 유세에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각국 총리와 관계 장관들에게 서한을 보내며 측면 지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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