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 구리동해변에서 해병대원들이 야간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한의 우리 국민 총격 사살 관련 메시지를 냈다. 21일 최초 서면보고 이후 일주일만의 대면 메시지다. 문 대통령은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며 유가족과 국민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또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공동조사를 북측에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북측이 보내온 통지문을 언급하며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에 대해 “각별하다”고 받아들였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도, 남북관계의 미래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북측 최고지도자의 사과를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화의 불씨를 살리고, 협력의 물꼬를 틀어, 남북관계가 파탄으로 가지 않길 바라는 바람이 엿보인다.

그러나 북측이 통지문을 통해 내놓은 경위 설명과 우리 측 첩보를 통한 추정이 일치하지 않는 등 ‘사건 정리’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지나치게 ‘남북관계 개선’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은 이번 사건을 대하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안이하다고 비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문 대통령이 평화 환상에 취해 직책·직분을 엄중하게 수용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북한의 사과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납득할만한 수준의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상에서 우리 국민이 북한에 처참히 살해된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적 분노도 다르지 않다.

전방 부대에서 근무 중인 여군 대위 김씨(29)는 “군에서의 조사도 아직 다 마무리 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남북의 미래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7년째 해양 경찰 생활 중인 이씨(34)는 “선후관계가 잘못됐다. 제도적으로 북한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명확하게 지적하고, 재발 방지책을 요구하는 차원이 우선 아니냐”라면서 “이번 사건으로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들이 모여 있는 한반도의 현실을 다시 한번 느낀다”고 씁쓸해 했다.

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유감을 직접 표명하는 자리가 조금 더 빨리 마련됐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살 첩보를 입수한지 2일 만에 열린 지난 25일 국군의 날 기념식은 문 대통령이 북측의 만행을 공개적으로 경고할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임을 국민들께 약속드린다”고만 밝혔다. 이날 오전 전달된 북측의 통지문 영향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반도를 대결구도로 되돌아가게 하느냐 마느냐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안보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대한민국 대통령이 일차적으로 고심하는 지점은 ‘위기관리’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공식 입장을 표명하고, 관련한 회의를 주재하는 일련의 과정은 바로 한반도의 위기관리를 위한 시간이었다”고 해명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국민의 감정으로는 진상규명뿐만 아니라 총격 사살 책임자가 처벌도 받고 국제사회에 고개도 숙이면 좋겠지만 여건상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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