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행기가 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착륙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7일 한국에 도착했다.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한 그는 청와대·외교부·통일부 등 주요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을 만나 한미 현안 및 대북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오산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한 비건 부장관은 첫 날에는 미 대사관저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등과 함께 만찬을 함께 하며 휴식을 취한다.

본격적인 일정 소화는 8일부터다. 비건 부장관은 외교부를 찾아 강경화 장관을 예방한 뒤 조세영 1차관과 제8차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갖는다. 최대 현안은 교착 상태인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다. 주요7개국(G7) 확대 정상회의, 경제번영네트워크(EPN) 등 한미 간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비건 부장관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양측은 한반도 정세 평가 공유 및 상황 안정을 위한 협의를 지속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양국간 협력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도 찾을 계획이다. 비건 부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새로운 카운트파트너가 된 서훈 신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부장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과의 만남 여부도 관심사다. 청와대가 새로운 외교·안보 라인 진용을 갖춘 만큼, 대북 정책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 상황이 공유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예측하기 어려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남북 연락채널 폐쇄·차단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을 통해 대남 압박 수위를 높여오다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대남 군사행동을 보류한 상태다. 또한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를 향해 ‘오지랖이 넓다’거나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한다’며 조롱하기도 했다.

북미 간 대화도 거부한 상태다. 북측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4일 미국과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비건 부장관의 방한일인 이날도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담화를 통해 북미정상회담 의지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발표한 핵 문제 해결 원칙인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앞두고 사실상 ‘몸값’ 올리는 전략을 쓴 것이다.

북미 간 신경전은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미국의 선제적인 대북제재 면제 및 해제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북측으로부터 남북·북미 대화 등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이 한반도 상황이 악화된 가운데 이뤄진 만큼, 한미 양국이 북측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어떤 전략을 도출할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