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초 고졸 출신 임원…4년전 패배 설욕하고 당선

비수도권 유일한 민주당 女의원 "호남·여성·경제 살리기에 주력"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의원.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학력·성별·출신의 유리 천장을 깨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쳐 노력했지만, ‘나처럼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열심히 살면 정당한 대가와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서을)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인으로서의 소명에 관한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이는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이었던 양 의원이 상무직을 내려놓고, 2016년 1월12일 민주당 입당과 함께 밝힌 변이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나를 영입했을 때 키워드처럼 ‘호남·여성·경제’를 살리는 방향으로 의원 활동에 주력하고 싶다”면서 “고통을 대물림하지 않고, 내가 겪은 고통을 고통으로만 끝나지 않게 하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을 위한 공적인 일을 하는 데 있어 정치만큼 중요한 것은 없는 것 같다”며 “민주적이면서도 상식적인 인식 아래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 법안으로 뒷받침해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21대 국회 원 구성 문제를 두고 여야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데 대해 “협치를 우선으로 하되,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는 없다”며 “‘강한 정당으로 거듭나 제대로 일하라’는 민의가 이번 총선 결과로 나타난 만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을 통해 국민의 삶에 단비를 내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서울과 경기를 제외한 21대 민주당의 유일한 지역구 여성의원으로, 2016년 35.1%에 불과했던 지역구 득표율을 4년 만에 75.8%로 끌어올리며 ‘재수’ 끝에 국회에 입성한 양 의원과 일문일답.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의원.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 세상에 필요 없는 부류가 딱 2가지 있다면 하나는 정치인이고, 다른 하나는 언론인이라고 생각했다. 국내총생산(GDP) 생성에 단 1도 도움되지 않는 쓰레기 같은 집단이라고 여겼다.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20대 총선 당시 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영입 제의가 왔다. 남편과 이혼 이야기가 오갈 만큼 가족의 반대도 심했다. 모든 삶을 내려두고 새로운, 그것도 공적인 영역으로 나오겠다는 선택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입당 전까지 3주 동안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잤다. 하지만 ‘문재인이라는 사람과 정치적 동지로 가도 되겠다’는 판단이 섰고, 2016년 1월12일 입당 기자회견을 했다. 만감이 교차했지만, 후회한 적은 없다. 대신 늘 나라는 사람이 어디에 쓰일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

▶ 이번 4·15 총선 광주 서구을에서 ‘리턴매치’를 벌였다. 두 번의 도전 끝에 천정배 후보를 꺾고 당선됐는데, 4년 만에 지지율을 큰 폭으로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난 20대 총선 때는 ‘반문’(반 문재인) 정서가 팽배했지만, 이번엔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높았다. 코로나19에 잘 대응하고 있고, 경제 위기 극복에도 힘써달라는 국민의 염원과 기대 그리고 믿음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또 양향자, 개인에 대한 유권자의 기대도 컸던 것 같다.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 속 반도체 전문가로서 당당히 외교기조를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해주셔서 선거 과정에서 ‘이번에는 양향자’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광주의 제대로 된 맏딸이 되고 싶은 바람이다.

▶ 선거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광주는 대부분 여성 후보들을 전략공천하는 지역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경선에서 이긴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원내진입이 어렵다. 선출직이 그냥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선거 과정에서 여러 일이 있었는데 사실이 아닌 내용이 퍼지거나 아니면 말고 식인 ‘가짜뉴스’가 퍼지는 것이 가장 무서웠다. 화내고 싶지만 화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선거는 전쟁이고, 총으로 쏘지 않으면 내가 쏘임을 당한다고 하더라. 전투력에서 여성들이 당해 낼 재간이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도 이런 어려운 싸움을 잘한다. 다만 그렇게 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했으면 좋겠다.

▶ 4년 전 출마를 결심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던데, 이번에도 응원메시지를 받았나.

4년 전에 출마를 결심하고 문재인 대통령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때 ‘고맙고 미안합니다. 상무님이 광주에 출마하면 저를 포함해 우리 민주당은 더 비난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인 양향자에게는 성장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본인의 기회를 믿고, 담대하게 가세요’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번에는 출마한다는 이야기를 따로 드리진 않았다. 대통령께서 워낙 바쁘시지 않나. (하하하)

▶ 양향자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균형점을 찾는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도 코로나19 위기 속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세수는 늘려야 한다. 모순적인 상황이지만, 민주적이고 상식적인 선에서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내는 게 정치라고 생각한다. 어떤 계층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선 안 되고 사회적 낙오가 돼선 안 된다는 게 진보의 가치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법안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정치인의 일이다. 정치인이 욕을 많이 먹는 것은 ‘잘해 달라’는 기대 때문이다. 국민을 향한 공적인 일에서는 정치만큼 중요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상임위원회를 둘러싼 여야 간 기 싸움이 이어지면서 아직 21대 국회의 원 구성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초선의원으로서 이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지난 4년 국회는 참 답답했다. 답답한 결과가 21대 총선 결과로 나왔다. 국민이 민주당에 177석을 준 이유는 ‘싸우지 말고 강한 정당의 모습으로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하라’는 뜻이다. 강한 정당과 포용 정당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딜레마다. 소통과 협치를 하려 해도 예측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이번에는 (미래통합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내달라고 하는데 못 주는 상황이다. 민생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게 발목 잡은 것들이 다 학습효과가 됐다. 민주당이 영향력을 발휘해 일하는 것이 민의인 만큼,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본다. 물론 협치의 모습을 보여줘야겠지만, 안 되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다. 정당지지율에 있어 8%포인트 차이가 난 점을 들어 ‘우리를 무시하느냐’고 하는데 0.1%포인트도 차이다. 지금은 강한 정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겸손하면서도 강하게, 그리고 결과로 보여줘 코로나19로 힘든 국민의 삶에 단비를 내려줘야 한다.

▶ 민주당 내 일부 여성의원들의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철저한 조사와 판단을 통해 나온 결과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누구도 그 사람 삶의 궤적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예단해선 안 된다. 윤미향 의원의 경우를 보면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역사 왜곡이지 개인이 아니다. 시민단체의 취약한 회계시스템 등을 투명하면서도 정확하게 다듬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어떤 나쁜 상황도 좋게 해석하고 좋은 쪽으로 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1호 법안으로 냈던 ‘역사왜곡금지법’을 냈다. 당내에서 약간 잡음이 있었다고 들었다.

인간이 가진 선의의 생각, 도덕심.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행위. 그런 것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법제화하지 않으면 지속해서 역사를 왜곡하고 헐뜯고 망언을 일삼아 역사왜곡금지법을 발의했다. 당론으로 추진하는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 개정안’과 중복돼 법안 처리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는데, 지금은 다 해소됐다. 5·18민주화운동은 가슴 아픈 역사고, 유족들의 아픔은 40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광주 출마자로서 진상규명을 통해 올바른 역사가 세우고, 유족들의 아픔을 씻어내는 것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왜곡금지법은 특별법보다 조금 더 포괄적인 형태다. 5·18을 비롯해 일본 강점기, 세월호 참사까지 한국 근현대사를 왜곡·폄훼하거나 피해자 또는 유가족을 모욕하는 경우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사건에 저촉되는 법이 여러 가지가 있지 않나. 견인하고, 그 사안에 맞는 법을 적용하는 시스템이 돼야 하지 않나 싶다.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의원.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지역구 문제도 산적해 있는데, 가장 큰 문제점을 꼽자면.

탄약고 이전 문제다. 군 공항 이전과 함께 논의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가 지속하고 있는데 이 문제는 광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문제다. 군 공항 이전에 대한 로드맵이 나와야 할 것 같다. 우선 국방부와 탄약고 이전만이라도 실행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때까지 협의해야 할 것 같다. 종전 이후 수십 년 동안 개인 사유지에 대해 재산권행사를 하지지 못하고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사신 분들이 많다. 이분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전체적인 개발도 늦어져 임기 내 이 문제를 꼭 해결하려 한다.

▶앞으로 의정활동을 펼치고 싶은가.

지난 30년 동안 나는 삼성전자, 대한민국의 성장과 궤를 같이했다. 지금은 정치인 양향자와 대한민국이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다. 입당사처럼 ‘오늘 열심히 살면 정당한 대가와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 영입키워드인 ‘산업·여성·경제’에 맞게 정치를 하려 한다. 호남의 낙후를 극복하고, 여성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어려움이 많은지 알고 있어서 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후배들에게 고통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이와 함께 첨단 기술 영역에서 30년 동안 경험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기술 패권 국가로서 위상을 정립하고, 방향을 결정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 ▶ 당내에서 최고위원에 출마하라는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출마 요구가) 꽤 많다. 4년 전 등 돌린 호남의 지지를 되돌리는 데 힘썼다면, 지금은 어디에 힘써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고민하는 지점에서 뭔가 메시지를 낼 수 있다면 그때 (최고위원) 출마 여부를 밝힐 수 있을 것 같다.

▶ 눈여겨보시는 야당 초선의원이 있다면 누가 있는가.

이영 미래통합당 의원이다. 여성으로서 암호학을 전공해 벤처투자를 하고, 여성벤처협회장도 지냈다. 업계에서 이 의원의 활약상을 많이 듣기도 했고,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온 만큼 담대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함께 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방팅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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