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정치에 관심 없던 ‘대통령 문재인’…장관 등 고위직의 출마 여부 자율적으로 맡겨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21대 총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공직자들은 선거 9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 이번 4·15 총선의 공직자 사퇴 시한은 16일 자정이다. 공직자들의 총선행 사퇴 러시가 지난해 초부터 1년여 동안 꾸준히 이어져온 가운데 자신의 자리를 꿋꿋이 지킨 고위급 공직자들도 있어 정치권의 눈길을 끈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뒤 문 대통령과 청와대·정부에서 동고동락한 인사들은 금배지에 욕심을 내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고자 청와대·정부에 사표를 낸 이들은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둔 현재 7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문재인정부 초대 내각을 통할해온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대통령의 입’이라 불리는 대변인까지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선거 현장으로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청와대는 그간 총선 출마를 원하는 이들을 최대한 배려해 길을 열어주겠다는 입장을 줄곧 내비쳐왔다. 지난해 말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는 출마를 원한 고위직 인사들에게 출마 확인을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출마설이 나돌던 일부 장·차관급들은 출마를 최종적으로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구윤철 기재부 2차관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등 국회의원을 겸직하고 있는 장관들도 불출마하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의 총선 출마 길을 터주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국정의 동력은 국회에서 나오는데,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아는 인사들이 최대한 많이 금배지를 다는 건 청와대와 정부로선 무조건 좋은 일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주요 고위직 인사들의 총선 불출마 결정에는 문 대통령이 선거 권유가 없었던 점도 일정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는 총선 출마를 적극 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총선을 앞두고,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광림 재정경제부 차관, 정만호 청와대 의전비서관 등 정부 고위직과 청와대 측근들의 출마를 권유했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장관과 차관 등 정부 고위층과 청와대 참모들에게 총선 출마를 권유하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참모들에게는 사진을 찍어주고 힘껏 격려하기도 했으나, 억지로 출마를 강권한다든지 그런 일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모습은 본인 스스로가 당초 정치에 큰 뜻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당초 정치를 할 뜻이 없었는데, 주변의 권유로 할 수 없이 정치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애초 정치에 뜻이 없는 다른 정부의 고위직과 청와대 참모들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고 풀이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시민사회수석·민정수석·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으나, 당초 선거 출마에는 회의적인 뜻을 나타낸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만 해도, 정치인으로서의 꿈과 의지 자체가 없었다.

그러나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문 대통령의 ‘운명’은 바뀌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마땅한 대선 후보감을 찾지 못한 민주당 진영은 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친노계의 핵심인 문 대통령을 정치인으로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설득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문희상 국회의장이 문 대통령을 일선 정치 현장으로 끌어들인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결국 평범한 일반 국민으로 남고자 했던 문 대통령은 당 대표를 거쳐 대선을 재수한 끝에 19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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