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당이 요구하면 할 것”…총선 불출마->대권 직행 가능성도

이낙연 “종로 출마 확정되는 흐름”…‘정세균 총리 후보자 인준’ 변수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낙연 국무총리의 ‘종로 대전’ 성사 여부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이낙연 총리는 내년 총선에서 황교안 대표와의 대결, 혹은 종로 지역구 출마에 대해 “기꺼이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황교안 대표는 비례대표 출마 방안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는 현역 의원인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무주공산(無主空山)이다. 청와대 지번이 종로구 이므로 이른바 현직 대통령을 늘 유권자로 두고 있는 지역구로,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등 역대 대선주자들이 출마해 빅매치를 치른 경우가 많아, 총선뿐 아니라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지역구로 꼽힌다.

범진보와 범보수 진영에서 각각 유력 대선주자로 평가받는 이낙연 총리와 황교안 대표가 종로에서 맞불는다면 사실상 ‘대선 전초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현직 총리의 대결 구도도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 승리하는 쪽은 대선 교두보를 마련할뿐 아니라, 당내 입지와 개인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패하는 쪽은 향후 정치 행보에 있어 치명상을 입게 될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KBS 1TV ‘사사건건’에 출연해 ‘황 대표와 이 총리의 종로 대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저런 (종로) 대전을 피해 가서는 절대로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며 “종로 대전 같은 것보다 대통령이 되기 이전에 국민적 검증을 받을 수 있는 장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집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내년 총선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빅매치'가 이뤄질 가능성과 관련해 "당에서 그것을 저에게 제안하면 기꺼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종로 대전’ 가능성을 두고 먼저 운을 뗀 것은 이 총리다. 그는 26일 보도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에서 원한다면 기꺼이 황 대표와 내년 총선에서 맞붙을 용의가 있다”고 심중을 밝혔다.

이 총리는 ‘지역구로 가느냐, 비례대표로 가느냐’는 질문에 “편한 길로 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답한 뒤, ‘지역구 출마 의향도 있다는 것이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물론이다”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30일 방송된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도 ‘내년 총선에서 종로 출마가 확정된 것이냐’는 질문에 “대체로 그런 흐름에 놓여가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단지 국회의 일정, 또는 당의 판단 등을 봐가면서 최종적인 조정은 필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총리는 ‘종로 출마를 생각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정세균 의원이 총리로 가게 되면 (종로가) 비게 되니까, 당내 동지들과 (지역구를 놓고) 싸우지 않아도 되지 않겠느냐”며 “당에서도 ‘중진 의원이 비우는 자리는 전략공천을 하겠다’고 발표를 한 바가 있기 때문에, (종로에 나간다면) 후배들과 (경선에서) 싸우게 되는 그런 일은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이 보도된지 하루 만인 31일 황교안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방안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취임 후 ‘종로 출마설’이 꾸준히 흘러나왔으나, 그간 직접적인 의사 표현은 자제해왔다. 당내에서도 민주당이 어떤 후보를 내느냐에 따라 대응해도 늦지 않다는 기류가 팽배했다.

황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모 일간지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안을 선택지에서 지웠다”며 “창당 작업 중인 비례대표 정당에도 가지 않기로 했다. (다만) 지역구 험지 출마와 불출마를 놓고 숙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황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인재영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총선 출마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저는 우리 당이 제게 요구하는 어떤 것이든지 하겠다”고 답했다.

황 대표는 이어 “제가 어느 자리에 가겠다, 어느 지역에 출마하겠다, 이런 얘기는 당의 결정에 따라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종로 등 험지 지역구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우리시장을 방문해 강정 등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선 황 대표의 종로 출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간 당내에서도 황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당의 얼굴’ 로 전국 선거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국회 입성이 가능한 비례대표 순번을 부여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황 대표는 총선을 지휘해야 하는데, 전국 지원 유세와 지역구 출마를 병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종로에 출마해 이낙연 총리와 대결할 경우 적지 않은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인데, 지원 유세까지 나가기는 힘들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황 대표가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선거지휘를 하다가 대권으로 직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대선까지) 지금처럼 원외 상태를 유지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물론 이낙연 총리의 ‘종로 출마 여부’도 변수는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내년 4·15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하려면 1월 16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선거 90일 전에 직을 사퇴해야 출마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이다.

만약 정세균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임명동의안 처리가 1월 16일을 넘긴다면 이 총리는 차기 총리 인준이 안 된 상황에서 직을 사퇴해야 한다. 이럴 경우 ‘선거 출마를 위해 국정을 버렸다’는 야권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는 타 국무위원과 달리 국회의 동의가 필수다.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본회의에서 출석 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가결된다.

최근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 갈등이 심화된 점을 감안하면 1월 16일 이전에 총리 인준이 마무리되지 못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편 매월 실시되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오마이뉴스 의뢰·리얼미터 조사, 2018년 12월 23·24·26·27일 조사/ 전국 2511명 대상 / 신뢰수준 95% / 표본오차 ±2.0%p 응답률 4.5%)에서 이낙연 총리는 12월 최고 수치를 경신하며 황교안 대표와의 격차를 더 벌린 것으로 조사됐다. 7개월 연속 1위를 이어간 이 총리는 상승세를 타면서 29.1%를 기록해 30%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황 대표는 20.1%를 기록, 7개월째 20%선에서 횡보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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