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반발로 간담회 파행…정부 "빠른 시일 내 결론"

'WTO 개도국 포기 방침 철회' 피켓을 들고 시위 중인 농업인단체.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농업분야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 지위 포기 여부 결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농민단체의 6대 요구사항 및 간담회 공개 요구로 마찰을 빚다 결국 간담회가 파행되기에 이르렀다.

22일 정부는 서울 대한상의에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민관합동 농업계 간담회를 열고 의견 수렴에 나섰다.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이슈는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등이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90일 내 조처가 없다면 개도국 대우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기재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수산식품부 담당 국·과장 등 정부 인사와 농업인단체 한국농축산협회, 한국농업인단체연합, 축산관련단체협의회,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한국낙농육우협회, 한국토종닭협회 회장·대표 등이 자리했다.

민관합동 농업계 간담회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는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사진=연합뉴스
당초 간담회는 비공개로 열릴 예정이지만 농업인단체 측이 공개 진행을 요구하면서 차질을 빚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일부 농민단체 대표가 퇴장해 간담회가 중단된 것. 농민단체는 간담회 이전부터 WTO 개도국 포기 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아울러 농업인단체 측의 6대 요구는 △ 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특별위원회 설치 △ 농업 예산을 전체 국가 예산의 4~5%로 증액 △ 취약 계층 농수산물 쿠폰 지급으로 수요 확대 △ 공익형 직불제 도입 △ 1조원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부족분 정부 출연 △ 한국농수산대 정원 확대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민단체들은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도 농업에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말만 했다"며 "정부와 농민단체 간 신뢰가 이미 깨졌다"라고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김 차관은 "개도국 특혜는 향후 국내 농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정부는 (농민단체) 의견을 충분히 듣고 최대한 고려해 신중하게 정부 입장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고려해야 할 우리 농업의 현실과 향후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과 지원 등에 대해 고견을 달라"고 전했다.

WTO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 시점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차관은 부총리 간부 회의 메시지를 여로 들며 '논의를 마무리할 시점'이라는 표현이 있기에 빨리 결론을 내야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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