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조선일보·중앙일보의 日 수출규제 관련 日번역판 ‘혐한 제목’ 지적

조국·고민정, 이례적 실명 비판…“이런 매국적 제목”·“책임 있는 답변 희망”

청와대 전경. 사진=청와대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청와대가 연이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작심 비판했다. 이들 언론사가 다룬 일본 수출규제 조치 기사의 제목과 관련된 비판 메시지다. 청와대는 이들 언론사가 혐한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며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했다. 청와대가 국내 특정 언론을 지목해 연이어 비판 메시지를 내놓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먼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16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일본판 기사 제목을 비판했다.

조 수석은 MBC 시사프로그램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에서 소개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일본판 제목을 게재하며 “일본 내 혐한 감정의 고조를 부추기는 이런 매국적 제목”이라고 비판했다.

조 수석이 캡처해 올린 사진에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판 기사 중 ‘북미 정치쇼에는 들뜨고 일본의 보복에는 침묵하는 청와대’, ‘한국은 무슨 낯짝으로 일본에 투자를 기대하나?’, ‘관제 민족주의가 한국을 멸망시킨다’, ‘문재인 정권발 한일 관계 파탄의 공포’ 등의 일본어 기사 제목이 한국어 해석과 함께 소개돼 있다.

조 수석은 “이런 매국적 제목을 뽑은 사람은 누구인가?”라면서 “한국 본사 소속 사람인가? 아니면 일본 온라인 공급업체 사람인가? 어느 경우건 이런 제목 뽑기를 계속 할 것인가?”라고 썼다.

이어 조 수석은 “민정수석 이전에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 강력한 항의의 뜻을 표명한다”면서 “그리고 두 신문의 책임있는 답변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조 수석에 이어 이튿날인 17일에는 고민정 대변인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비판에 가세했다.

고 대변인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조선일보의 ‘일본의 한국 투자 1년새 마이너스 40%, 요즘 한국 기업과 접촉도 꺼려’라는 기사가 일본판에 ‘한국은 무슨 낯짝으로 일본에 투자를 기대하나’로, ‘나는 선, 상대는 악 외교를 도덕화하면 아무것도 해결 못해’라는 기사가 ‘도덕성과 선악의 2분법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등으로 바뀌어 번역돼 소개된 기사를 언급했다.

또 고 대변인은 “현재에도 야후재팬 국제뉴스면에는 중앙일보 칼럼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른다’와, 조선일보 ‘수출 규제 외교에 나와라, 문 대통령 발언 다음날 외교가 사라진 한국’ 등 기사가 2위, 3위에 랭크돼 있다”면서 “많은 일본 국민들이 한국어 기사를 일본어로 번역해 올린 위의 기사 등을 통해 한국 여론을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 대변인은 “중앙일보는 ‘닥치고 반일이라는 우민화 정책’이란 칼럼을, 조선일보는 ‘우리는 얼마나 옹졸한가’란 제목의 칼럼을 일본어로 일본 인터넷에 게재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진정 우리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성토했다.

고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신중한 한발 한발을 내딛고 있다”면서 “기업들은 정부와의 소통을 통해 기업에 어떤 여파가 있을지 단기적 대책부터 근본적 대책까지 논의에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국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이 사안을 우려 깊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치권도 초당적인 협력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면서 “한국 기업인들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지금의 상황 속에서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지혜를 모으려고 하는 이 때에 무엇이 한국과 우리 국민들을 위한 일인지, 답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