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북미 간 ‘중재’ 역할, 2차 북미정상회담 계기로 재가동

한미 정상통화 및 정의용 등 대미 라인 총동원…각급 단위 긴밀 소통

“대북제재 완화 대비 ‘국론’ 통합해야…통일·평화 사회적 대화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1년 전 이맘 때, 대한민국은 ‘30년 만에 개최한 올림픽이자 사상 첫 동계올림픽’이란 타이틀 아래 가슴 벅찬 심경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러내고 있었다.

평창올림픽이 한국에 가져다 준 의미는 스포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부 논객들과 스포츠 팬들은 ‘스포츠와 정치를 분리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전환점이 평창올림픽으로 인해 마련된 것은 분명한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백두혈통’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평창 방문이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여는 단초가 됐고, 이는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그 예다.

결과적으로 2018년 한반도는 평창올림픽을 시작으로 북미 관계 개선을 촉진하는 선순환이 작용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러한 평창올림픽의 ‘평화 사절단’ 역할을 2019년에는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대신할 전망이다. 한반도 평화정착의 핵심이 될 비핵화 문제 해결 논의의 장이 한국을 시작으로 1차 북미정상회담 장소인 싱가포르,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인 베트남까지 확대되며 지역이 구분되지 않는 전방위적인 모양새가 연출됐다.

이에 따라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관계 진전이 한반도 냉전 문제를 해결하는 구도가 형성될 것인지 전 세계의 눈이 쏠리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그간 자임해온 북미 간 중재 역할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시작점으로 재가동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 1월2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핵 문제가) 끝까지 잘되게끔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다. 우리는 구경꾼이 아니다”라면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우리에게 더욱 절박한 과제”라며 ‘한반도 운전자론’을 부각시킨 바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한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긴 어렵지만, 중재 입장을 살려 북미 간 물밑 조율에 들어갈 것이라는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추진하고 있는 이유다.

그간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모두 18차례의 정상통화를 했다. 특히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및 1차 북미정상회담을 전후로 모두 통화를 갖는 등 비핵화 문제에 대한 사전 논의와 사후 결과를 심도 깊게 상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지지부진 했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급진전 되는 데 보폭을 맞춰 중재외교 노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문 대통령은 최근 대미 라인을 총동원해 각급 단위의 긴밀한 소통에 집중하며 실시간 정보를 교환받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간) 폴란드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구체적인 비핵화 협상 전략을 조율했다.

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카운터파트너인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대미 공조를 공고히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는 미국 측의 일정과 대북협상 전략 등이 정리된 시점인 2차 북미정상회담을 일주일 가량 앞두고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이번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하노이 정상회담의 의제·전략을 공유하고,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확인하는 차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북미가 통 큰 맞교환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는 ‘빅딜’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미국 측에선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최대한 진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확고한 한미 공조체계를 봤을 때, 실제 그렇게 될 가능성도 굉장히 높다는 것이 청와대뿐만 아니라 언론 및 정치권의 생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후속 대책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정대진 아주대학교 통일연구소 교수는 “지금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기다리면서 오히려 눈을 안으로 돌려 국민·국론을 통합하는 데 신경써야 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특히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고리로 한 대북제재 완화의 큰 틀을 북미정상이 합의한다고 했을 때 우리 정부로선 (대북사업 추진에 대한) 굉장한 속력을 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국론이 분열돼 있으면 (향후 대북사업 추진이) 힘들기 때문에 대북제재 완화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어떤 로드맵으로 장기적인 비전을 가져가야 할 것인지, 통일과 평화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사회적 대화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작업들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될 때”라고 조언했다.

한편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가시화 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기는 회담이 어떠한 수준과 내용으로 비핵화 및 그에 따른 상응조치가 합의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북한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도출되는 합의의 이행을 위해 후속 조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직접 설명한다는 차원에서 회담 직후 한국을 전격 방문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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