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의원 특수성, 연이은 권력형 비리 文정부 타격 …이전 정부 전철 밟나

손혜원 의원(연합)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목포 근대화 문화거리에 여러 채의 부동산을 사들인 손 의원은 투기 의혹이 거세지자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했다. 하지만 손 의원 사건의 여파가 여당과 청와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가 잘 알려진 여당 의원일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고교동문이란 점도 부담이다. 손 의원은 논란이 된 목포에서 기자 회견을 열며 나름대로 대응하며 나섰다.

손혜원 논란 정치권에 직격탄

이번 사건이 논란이 된 이유는 공직자의 ‘이해 상충 규제’ 때문이다. 공직자윤리법 제2조의 2 ‘이해충돌방지 의무’에 규정된 것에 따르면 ‘공직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개인이나 기관ㆍ단체에 부정한 특혜를 주어서는 아니되며 재직 중 취득한 정보를 부당하게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부당하게 사용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근거 조항이다.

배종찬 인사이트K 연구소장은 이 사건의 핵심이 ‘이해충돌’에서 비롯됐다며 "여당 의원이 논란에 휩싸이면 대통령 지지율이 부정적으로 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 이번 사건의 영향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21~23일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전주 대비 1.0% 하락해 38.8%로 집계됐다. 2주째 하락세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도 47.7%로 지난주 대비 1.4% 떨어졌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26.%로 1.7% 상승했다. 리얼미터는 이 같은 하락세가 최근 손혜원 의원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했다

배종찬 소장은 "사법부 개혁과 관련된 대통령의 긍정적인 영향이 손혜원 논란에 의해 사라졌다"며 "이 논란의 연결고리가 대통령과 이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촛불민심, 적폐청산 등 '정의'의 가치가 훼손됐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지지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까닭이다. 여론정치 전문가인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도 "손 의원 사건이 워낙 컸기에 지지율 변화에 대한 개연성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부터 연초까지 청와대는 조직 개편을 하는 등 국면전환을 시도했다. 긍정적 이슈로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했지만 손 의원 사건이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김민전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이번 사건은 청와대의 지지율 반전을 위한 노력을 무위로 만들었다"고 봤다. 김 교수는 "도덕성을 강조하는 정부에서 부동산 문제가 불거졌다"며 "일반 국민들의 경우 부동산에 관련된 부정이나 미공개 정보 투자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위선적 행위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23일 오후 목포 현장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
文 정부 조기 레임덕 촉발하나?

이번 정부의 국정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손혜원 사건이 터졌다. 조기 레임덕을 촉발하는 사건이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배 소장은 "인물과 관련된 논란은 치명적일 수 있으나 단기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처 방식에 따라 사건의 치명성이 좌우된다. 배 소장은 "목포 기자회견 이후 점차 잠잠해지는 분위기고 이해충돌과 관련된 소명을 보면 여파가 점차 줄고 있다. 손 의원도 바로 탈당했다"며 "임기가 반이 지난 시점에서 터지는 인물 논란은 치명적일 수 있으나 지금은 단기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형식 소장은 조기 레임덕 촉발에 관해 판단이 쉽지 않다고 분석하면서 "문 대통령이 국면전환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아주 고약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도 조성되고 있고 대통령이 민심행보를 보이며 국면전환을 할 시기에 지지율이 올라야 정상이다"면서도 "지지율이 50%정도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1-2%가 떨어졌다. 기대치까지 감안한다면 5%정도 하락했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연초 정국 반전을 시도한 기대치를 감안하면 지지율이 반전이 안 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 악재 중 하나가 손혜원 사건이다.

김민전 교수는 이 사건이 조기 레임덕을 촉발할 수도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여론조사가 온도계처럼 정확히 민심을 짚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몇 포인트 등락이 크게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청와대가 연말연시에 분위기를 주도하려 했지만 손 의원 사건으로 뒤엎어졌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정부의 레임덕이 전 정부보다 빠를 것이라 예상하면서 "이번 정부의 임기 초의 지지율이 과도하게 높은 측면도 있었고 외교정책이나 경제정책도 많은 부분에서 움직였지만 성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정책임에 대한 비난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의미다.

자유한국당 반사효과 없어…여권에 부담

자유한국당은 손혜원랜드 게이트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하며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지율 반등과 같은 극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에 대해 홍형식 소장은 "이탈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자유한국당으로 가지는 않는다"며 "손 의원 논란도 그렇고 조국 청문회, 김태우 전 수사관 사건도 자유한국당이 이슈화하는 순간 이슈메이커보다는 이슈소방수가 되는 모양새"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이 혁신적인 보수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지지율도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손혜원 랜드 게이트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이 22일 전남 목포시 원도심 역사문화거리를 방문해 갤러리로 리모델링한 상가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연합)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지지율 회복을 위한 여러 '호재'가 있었지만 국민들의 불신을 없애기엔 부족했다. 결국 손혜원 사건이 불거졌음에도 이탈한 여권 지지층을 흡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되레 논란에 달려들어 비판하고 공격하면서 정국을 더 혼란스럽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민전 교수는 "차기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고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지만 영남과 수도권에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의석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수도권과 영남에서 고전하면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번 사건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국무총리로서 행정부의 입장을 드러내면서도 차기 범여권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도 나타났다. 실제 여권 내에 차기 대권주자로 나설만한 사람들은 갖가지 이슈로 타격을 입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는 물론이고 떠오르는 송영길 의원도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로 곤혹스러운 입장이 됐다. 홍 소장은 "이낙연 총리가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사람으로서 여러 고민을 할텐데 이번 사건이 일련의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건은 청와대와 여권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손혜원 의원은 사건이 불거진지 사흘 만에 공식 입장을 밝히며 자세를 낮췄다. 홍 소장은 "손 의원은 포스트모더니즘적 사고를 가지고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왔다. 스스로 반성했다기보다 외부요인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청와대와 당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역대 정부 ‘권력형 비리’ 로 추락

과거부터 '인물 논란'은 역대 정부의 발목을 잡아왔다. 최초의 문민정부로 출범한 김영삼 정부는 임기 후기 측근과 친인척 비리로 '식물 정권'이란 소리를 들었다. 상도동계 정치인들의 부정부패 의혹이 시작이었다. 결정타는 집권 4년차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씨가 국정운영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부터다. 이 사건으로 지지율이 큰 폭으로 추락했는데 김현철 씨는 공식적인 지위를 갖고 있지 않아 후폭풍이 더 거셌다. 김현철 씨는 ‘한보그룹 특혜대출 비리 사건’ 혐의로 구속됐고 김영삼정부는 극도로 심각한 레임덕에 빠졌다. 금융실명제를 도입하고 하나회 척결 등 부패 청산을 진행했던 당시 정부는 아들의 비리로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실했다.

김대중정권도 집권 초기 검찰총장, 재벌 등의 ‘옷로비 의혹’으로 곤혹을 치렀다. 2002년엔 3홍 게이트로 불리는 김홍일, 김홍업, 김홍걸 씨의 비리 사건 터졌다. 역시나 아들의 비리를 막지 못했다. 최규선 자원개발업체 유아이에너지 대표는 지난 24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상 횡령 혐의로 징역 5년과 벌금 10억 원을 선고받았다. 수백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다. 최 대표는 과거 김대중정부 당시 ‘최규선 게이트’ 일으킨 인물이다. 최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 씨에게 3억 원을 건넨 혐의로 징역 2년 판결을 받았다. 당시 김홍걸 씨는 김 전 대통령 재임기간 중 구속됐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임기 후반을 향하던 노무현정부 때도 노 전 대통령의 작은형 노건평 씨의 비리가 불거졌다. 노건평 씨는 2006~2008년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됐다. 당시 세종증권의 대주주인 세종캐피탈 대표 홍 모씨가 노건평 씨를 찾아갔고, 세종증권을 농협이 인수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청탁을 건넨 것이다. 처음에 노건평 씨는 청탁에 응하지 않았으나 홍 씨가 노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정화삼씨를 끌어들여 청탁에 성공했다. 그 후 세종증권이 농협에 인수됐고 그 과정에서 노건평 씨가 청탁의 대가로 29억 63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농협 세종증권 인수설 미공개 정보 이용해 178억 원 시세차익을 낸 혐의가 추가되기도 했다. 참여정부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힌 사건으로 기억된다.

이명박정부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은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상왕’적 존재로 불렸다. 이 전 의원은 2008년 18대 총선 때 6선 의원으로 당선됐는데, 이명박정권 임기 말인 2012년에 솔로몬 미래저축은행으로부터 3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구속되면서 징역 1년 2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1년 당시 5년간 저축은행 비리 수사 재판이 시작됐다. 불법영업으로 예금 탕진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 김재홍 씨는 제일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벗어나도록 해주기 위해 4억 원을 받아 구속 기소당하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친인척 비리가 끊이지 않고 일어난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측근이었던 최순실 씨가 국정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탄핵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하차한 최초의 대통령이 됐다. 친인척이 아닌 측근이 국정을 좌지우지했다는 것이 큰 후폭풍으로 작용했다. 이전 정권의 권력형 비리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번 손 의원 사건이 정권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여권 인사의 권력형 비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어떤 후폭풍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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