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개혁동력 절실한 집권 3년차 문재인정부, 참모진 개편 맞물리는 ‘2월 개각’ 적절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 ‘여성장관 30%’ 이번엔 가능?…경제장관들 거취 관심사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박준영 기자] 청와대가 지난 14일, 설 연휴(2월 4~6일) 이전 개각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으면서 내각 재편이 과연 언제쯤 이뤄질 것인지 정치권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개각 여부는 시기가 문제일 뿐 조만간 단행될 것임은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올 초 노영민 비서실장을 비롯한 주요 참모진들을 교체하며 개각에 앞서 사전 정지작업 모양새를 취했다.

집권 중반기에 접어드는 3년차를 맞이해 ‘원년 멤버’들의 안정감에서 벗어나 ‘뉴 페이스’들의 새로운 개혁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민생·경제 활력 회복에 ‘올인’ 할 수 있는 인물이 내각 재편에 앞서 청와대의 변화를 통해 필요해졌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2020년 4월15일)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장관들이 내각에 적잖게 포함돼 있어 문 대통령으로선 개각을 무한정 늦출 여유가 없다. 문 대통령은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을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여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근거로 판단해보면 참모진 후속 개편과 함께 이뤄질 개각이 개혁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문 대통령도 각별히 인식하고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설 연휴에서 멀지 않은 시일 내로 장관 내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문재인정부에는 모두 8명의 장관이 현역 국회의원을 겸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내년 총선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내년 국회의원 선거 출마 가능성과 내각 재편 방향을 짚어봐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을 끝낸 뒤 더불어민주당 소속 장관들과 만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이들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유은혜·행정안전부 김부겸·해양수산부 김영춘·국토교통부 김현미·문화체육부 도종환·농림수산식품부 이개호·여성가족부 진선미·중소벤처기업부 홍종학·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영민 장관 등 9명이다. 이 가운데 유영민 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은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 내년 총선 출마가 점쳐지고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만찬의 성격에 대해 “신년 인사차 모인 것”이라고 짧게 설명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거의 없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1년여 앞둔 상황에서 개각을 염두에 둔 문 대통령의 행보임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에도 퇴임을 앞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수석비서관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석별의 정을 나눈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국무위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번도 지키지 못한 대선공약 ‘여성장관 30%’…이번에는 가능할까?

20일을 맞아 ‘역대 최장수 해수부 장관’이라는 기록을 새롭게 쓰게 된 김영춘 해수부장관 역시 지난 16일 출입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과의 만찬에 대해 “특별한 의미보다는 편한 자리에서 서로 흉금을 터놓고 신년회 한번 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이어 개각 시점에 대해 “(문 대통령이) 1월 중에는 없을 것 같다. 2월은 돼야 할 것 같다는 얘기를 하신 것 같다”고 전했다. 당초 청와대 개편에 이어 내각 재편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 만큼, 개각 시일이 예상보다 길어진다는 점은 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 보이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개각은 인원 교체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부처를 이끌어갈 장관의 역량 및 관련 전문성을 고려해야 함은 물론 정부의 전체적인 탕평 역시 최우선 검토 대상이다. 또 인사 때마다 ‘부의 대물림’이란 지적과 비판의 대상이 되는 학연·지연·혈연 등을 비롯해 지역별 및 남녀성비의 적절한 비율도 고려해야만 한다. 특히 여성장관 비율을 30%로 끌어 올리겠다는 약속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18개 부처 장관 가운데 여성은 외교부 강경화·여성가족부 정현백·국토교통부 김현미·교육부 유은혜 장관 등 4명(22.2%)에 불과하다. 장관급인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을 포함해도 26.5%로 대선 공약에 미달한다. 1기 내각에서 여성 장관이 차지한 비율인 27.8%까지 생각해본다면 문 대통령은 해당 공약을 한 번도 지키지 못한 셈이다. 따라서 ‘여성 장관 비율 끌어올리기’는 차후 있을 개각에서 문 대통령이 최우선적으로 검토할 사항으로 보인다.

김영춘 장관은 총선 출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후임 장관으로는 김양수 차관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해수부 내부에서 김 장관이 김 차관을 적극 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 차관은 34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해수부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해온 정통 관료로 분류된다. 김 차관은 해수부에서 대변인과 해양정책실장·기획조정실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빌딩 내 N15 전문 랩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열린 '2019 제조창업 파트너스데이' 행사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함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관심사인 ‘경제’…관련 수장들의 거취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홍 장관은 지난해 정계 진출 계획을 묻는 중기부 출입기자들에게 “총선 출마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한 뒤 줄곧 같은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중소기업계에선 오히려 그의 출마를 부추기는 모양새인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상 정책의 연계성을 감안할때 수장의 공백을 최소화 시키는 것이 부처와 업계의 분위기인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상황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소기업계에선 홍 장관의 ‘무능’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기부 출입기자단이 실시한 장관 취임 1년 평가 점수에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홍 장관에게 평균 53점이라는 낙제점을 매겼다. 이들은 대부분 “노동현안 대응이 미흡하다”며 강한 불만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홍 장관을 지명할 당시 “공정거래 질서 확립과 대중소기업 협력 등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한 것에 비춰본다면, 중소기업계의 현장 목소리가 청와대에 적절하게 반영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소통’과 ‘홍보’를 특별히 주문하며, 경제팀에 “현장에서 답을 찾아라”고 거듭 당부한 바 있다. 홍 장관의 총선 불출마 의지와 관계없이 문 대통령이 현장과의 ‘소통’에 실패한 홍 장관의 교체를 ‘결심’할 수도 있는 배경이다. 홍 장관이 이러한 배경으로 교체될 경우,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 등 경제계와 중기부의 산적한 현안들을 고려해 정치인 출신 대신 전문성이 뛰어난 정통 관료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 장관과 달리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총선 출마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내년) 선거 전에는 (농식품부를)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지역구 관리를 하고 있는 수준에서 준비하고 있다”며 사실상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다. 다만 이 장관은 지난해 8월에 취임했다는 점에서, 채 1년도 안 돼 사퇴한다면 야당을 중심으로 한 비난 여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관이 농식품부를 떠날 경우엔 김인식 전 농촌진흥청장이 뒤를 이을 것이란 얘기가 농식품부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김 전 청장은 노무현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농어촌비서관을 지낸 바 있는 등 현 정부와의 인연도 맞닿아 있다. 그는 전국농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과 낙농육우협회 전무이사, WTO 국민연대 사무총장 등을 거친 농업 전문가로서 농정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다.

현역 국회의원으로 교체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김부겸 행안부 장관(오른쪽)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원실 가동에 들어간 장관…‘총선 모드’ 돌입

이외에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유은혜·행정안전부 김부겸·국토교통부 김현미·문화체육관광부 도종환·여성가족부 진선미 장관은 여의도 복귀가 사실상 확정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을 돌며 확인한 결과, 이들 의원실은 전부 문을 열어 놓고 각자의 업무에 주력하고 있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총선 얘기를 언급하는 게 조심스럽다”면서도 “의원님이 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지역구 관리 중심의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 역시 “국회 의정활동과 장관 업무는 별도로 관리되고 있는 만큼, 저희는 지역 활동을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다”면서 “의원님이 국회로 돌아오면 의정활동 못지않게 당에서의 공천경쟁 또한 준비해야 되기 때문에, 사실상 ‘총선 모드’로 의원실 분위기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진선미 장관은 내각에 합류한지 3개월이 갓 지난 터라 이번 개각 대상에서 빠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진 장관은 17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현안이 너무 많아 총선에 관해 아무런 생각이 없을 정도”라면서도 “청문회 당시의 입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총선 계획에 대해 “지금 생각으로는 (출마를) 할 생각”이라면서 “(장관은) 제가 하고자 해서 되는 것만도 아니고 임명권자의 의견도 있기 때문에 출마하기에 아깝다고 생각할 정도의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상대적으로 재임 기간이 짧은 이개호·진선미 장관이 당장 이번 개각 대상에서 빠진다고 해서 총선 출마 가능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 선거 공직 사퇴기한이 선거일 90일 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문 대통령이 당장 있을 개각에서는 이들의 교체를 자제한 뒤 차후 사퇴기한 이전까지 소폭 개각으로 총선 출마의 문을 열어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물론 해당 기간 겪게 될 지역구 관리의 어려움은 출마자들이 겪어야 할 몫으로 남는다. 상대적으로 재임 기간이 긴 장관들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일찌감치 슬며시 사의 의사를 밝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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