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계파 거론하면 당윤리위에 회부" vs 홍문종 "그걸 왜 윤리위에 회부하나"

박지원 "나경원, 과거 중립이었지만 친박에 귀순"…우상호 "친박의 완전한 부활"

자유한국당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탄핵정국 이후 몸을 낮췄던 자유한국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최근 기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11일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은 이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나경원 의원이 압승을 거뒀다. 정치권 일각에선 새롭게 출범한 한국당 원내지도부 역시 당내 계파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강성 친박계로 분류되는 홍문종 한국당 의원이다.

홍 의원은 지난 12일 KBS1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김병준) 비대위 체제는 이제 동력을 잃었다”며 “빨리 짐 싸고 집에 갈 생각을 해야 한다”고 반격에 나섰다.

홍 의원은 18일에는 나 원내대표가 취임 후 ‘당내 편가르기는 해당(害黨) 행위’라고 규정한 뒤 자신을 겨냥해 ‘친박·비박(비박근혜)을 언론 인터뷰 등에서 공개적으로 거론한 의원은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것과 관련 “그게 윤리위원회에 회부될 감인지 잘 모르겠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홍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같이 말한 뒤 “나 원내대표와 바라보는 방향이 비슷하거나, 우리의 과거를 치유할 방법을 비슷하게 생각한다고 봤기 때문에 나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며 “(막상 원내대표 취임 후 나 의원이) 이 사람들이 생각한 것과 다르면 ‘우리가 예상했던 나 의원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우회적으로 경고메시지를 던졌다.

같은 날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나 원내대표는 관련 질문에 “(당시 발언에서는 윤리위에 회부할 사람이) 홍문종 의원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며 “내일(19일) 의원총회를 열면 공식적으로 의원님께 고지하고, 앞으로는 이 부분(친박·비박 거론)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친박·비박이라는 용어를 쓰기만 하면 윤리위에 회부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용어를 쓰면서 상대방을 욕하는 경우”라고 한정하며, 당내 위치 선정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 나 원내대표는 취임 후 ‘친박의 지지로 당선됐다’는 일부 정치권과 언론의 주장에 날을 세우며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나 원내대표는 경선 종료 이틀만인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번에 제가 얻은 표는 68표”라고 강조하며 “자꾸 언론에서 친박·비박을 분류하시는데, 친박 표심이 68표나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친박·비박 프레임으로 보도하는 언론은 저희 당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며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17일 국회에서 열리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자리에서 나 원내대표를 일부 언론에서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한 것과 관련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당도, 국민들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김 위원장은 “일부 언론은 마치 (이번 원내대표) 선거가 계파 주의에 의해 치러진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며 “사실도 아니고 옳지 않은 지적”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나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취임 후 계파갈등 종식을 천명했던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도 당내 계파갈등이 부활했다는 뉘앙스의 언론보도는 서둘러 진화할 필요가 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이들의 주장과 상반된 분석을 내놨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나 원내대표는 과거에는 비박에 가까운 중립이었지만, 이번에 (원내대표) 선거를 하면서 귀순해 친박의 도움을 받았다”며 “김병준 위원장의 인적 청산에 반대하는 걸 보면 시대정신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나 원내대표가) 친박들로부터 지지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인적청산을 반대하면) 과연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겠느냐”며 “나 원내대표가 국정농단을 비호한 의원들을 지나치게 보호하면 당내 친박은 결속하겠지만, 비박은 (결속이) 안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 원내대표는 앞서 15일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현역 의원 21명(친박계 12명·비박계 9명)으로 구성된 인적쇄신(현재 혹은 차기 당협위원장 배제)명단을 발표하자 “강한 유감”이라며 “개혁에 반대하진 않지만, 당협위원장 교체 폭 등에 이견이 있다”고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13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 발대식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오른쪽)와 정우택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을 두고 “친박의 완전한 부활”이라고 평가했다.

우 의원은 1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친박이) 사실상 해체됐다는 위기감이 있었지만, 이번에 다시 똘똘 뭉치게 되면 다음 전당대회도 가져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 의원은 한국당 조강특위의 인적쇄신 대상 발표를 두고 나 원내대표가 반대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친박 보호를 위해 나서줄 것인지, 아니면 싸워주는 척 하다가 뒤로 빠질 것인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박의 도움으로 원내사령탑에 올랐지만, 소위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나 원내대표는 경선을 약 한달 남긴 지난달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말 이렇게 한평생을 감옥에 가실 정도로 잘못 하셨느냐”고 주장했지만, 원내대표로 선출된 11일에는 “당 차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석방촉구결의안을 추진하진 않을 것”이라고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석방결의안은 과거에 발목을 잡히는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은 있지만, 재판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거기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경선 전 나 원내대표가 “지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거기에 공감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나 원내대표는 12일에는 또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당 차원에서 추진하는 건 과거에 집착하는 것”이라며 “당 차원에서는 (석방결의안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나 원내대표와 친박계 모두 이번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를 기점으로 일정부분 원하는 바를 얻어, 박 전 대통령의 석방촉구결의안 문제는 당분간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나 원내대표는 이른바 ‘박근혜 발언’으로 친박계의 표를 확보해 당선됐고, 친박계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나 원내대표의 압도적인 승리를 도우며 세를 과시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기 때문이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7일 실시한 여론조사(YTN ‘노종면의 더뉴스’ 의뢰 전국 503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 응답률 6.6%)결과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석방·불구속 재판에 반대(매우 반대 47.8%·반대하는 편 13.7%) 응답은 61.5%로 찬성(매우 찬성 19.1%·찬성하는 편 14.1%) 응답 33.2%에 2배에 달했다.

다만 보수층(반대 29.2% vs 찬성 66.8)에서는 찬성이 대다수였으며, 특히 한국당 지지층(23.3% vs 73.0%)에서는 찬성 여론이 70%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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