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 "광주의 희생 떠올라 목 메여…제 마음 기념사에 담았다"

기념식후 구묘역 찾아 '전두환 기념비'는 밟고 '힌츠페터 추모비'엔 참배

이낙연 국무총리가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8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던 도중 눈을 감고 눈물을 참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창민 인턴기자] "사랑하는 광주·전남 시·도민…" 이낙연 국무총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정적이 흐르던 기념식장에는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

이낙연 총리는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낭독하며 수차례 눈시울을 붉혔다.

이 총리는 이날 기념식 참석 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념식에는 늘 참석했지만, 기념사는 처음이었다"며 "'사랑하는 광주·전남 시·도민…'을 (말)하려다 목이 메어 연설을 멈춰야 했다. 광주의 희생이 떠올랐다. 제 마음을 기념사에 담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전남도지사를 지낸 이 총리는 이날 기념사에서 "그것이 광주다"를 네차례 언급하며 광주 정신을 되새겼다.

이 총리는 "80년 5월, 광주는 광주다웠다"며 "신군부는 정권 탈취의 야욕을 노골화했다. 그래도 광주는 그들에게 무릎 꿇지 않았다. 그것이 광주"라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광주를 군화로 짓밟았다. 총으로 쏘았고, 헬리콥터에서도 사격했다"며 "그래도 광주는 물러서지 않았다. 유혈의 현장에서 광주는 놀랍게도 질서를 유지했다. 배고픈 시위자에게 주먹밥을 나누었고, 피 흘린 시위자를 위해 헌혈했다. 그것이 광주"라고 강조했다.

기념사를 듣던 5·18 희생자 유가족들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8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총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부터 38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끝내지 못한 일이 있다"며 '진실규명'과 '역사의 복원과 보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요즘 들어 5·18의 숨겨졌던 진실들이 새로운 증거와 증언으로 잇따라 나오고 있다"며 "5·18특별법에 따라 진상규명위원회가 9월부터 가동되면 진실을 완전히 밝혀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정부는 옛 전남도청이 5·18의 상징적 장소로 복원되고 보존되도록 광주시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역사자료를 더 보완하도록 광주시 및 유관단체들과 협력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망월동 5.18 옛 묘역에 들어서면서 바닥에 묻힌 전두환 기념비를 밟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총리는 기념식 후 광주 북구 망월동 5·18 옛 묘역 민족민주열사묘역(5·18 구묘역)을 찾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영화 '택시운전사'의 등장인물 중 독일 기자의 실제 주인공인 위르겐 힌츠페터의 추모비 등을 참배했다.

이어 이 총리는 구묘역 길목에 묻혀 있는 전두환 기념비를 밟고 지나갔다.

이 기념비는 1982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전남 담양을 방문한 뒤 세워졌다. 광주·전남 민주화운동동지회는 이 기념비를 부순 뒤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땅바닥에 묻었다.

'전두환 기념비' 밟는 이낙연 총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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