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지핀 ‘충청대망론’…“직접 나서서라도 꺼뜨리지 않을 것”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질 천안 지역 재보궐 선거불출마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23일 6·1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천안 지역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의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입장을 전한 뒤, 지방선거 이후엔 “어떤 역할도 피하지 않겠다”며 당권 도전에 이어 차기 대선출마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전 총리는 우선 한국당을 향해 “홍준표 당 대표를 흔들지 말아달라”며 “적어도 지방선거까지는 당 대표를 중심으로 지방선거를 승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전 총리는 홍 대표에 대해서도 “언행의 무거움·무서움을 느껴야 한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저의 거취문제에 대해 오늘 확실히 말하겠다”고 운을 띄웠다.

이 전 총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당 최고지도부로부터 지방선거와 관련 어떠한 말씀도 들은 바·제안 받은 바가 없다”며 “이유는 모르겠다. 그건 여러분(기자)들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이어 “허나 이 문제를 갖고 이러니, 저러니 하는 건 우리 당의 절체절명 입장에 혼선과 함께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며 “저는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묻지 않기로 하면서 동시에 천안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취임 전부터 공공연하게 ‘친박(친 박근혜) 청산·보수 재편’을 외쳤던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확실한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 전 총리의 선거 승리 후 당권 도전으로 이어지는 그림을 견제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홍 대표나 친홍계 인사가 차기 당권에 도전할 경우 원내에 입성한 이 전 총리의 당 내 영향력은 결코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홍 대표의 요청으로 6·13 지방선거 출마를 결심한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와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도 각각 친박계와 범친박계로 분류되지만, 만약 당선되더라도 중앙당 정치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광역지자체장이라는 특성상 당권 경쟁에서 위협이 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다.

실제로 이 전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견제와 균형이라는 정치 본령,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 본령을 다한다면, 보수 지지층이 우리를 믿고 우리 당도 옛 모습으로 복원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방선거 후 이런 것들을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어떤 역할도 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또 “큰 꿈은 연탄가스처럼 슬며시 찾아오지, 찾는다고 오는 게 아니다”며 “큰 꿈은 아무도 모르게 슬며시 찾아온다. 용맹과 지략은 결코 관용과 너그러움을 이길 수 없다”고도 했다. ‘바퀴벌레·연탄가스’ 등의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친박계를 비난했던 홍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전 총리는 회견 후 기자들을 만나 ‘충청대망론’을 묻는 질문에 “충청도 사람들이 표현을 잘 안하지만, 끈질기다. 쉽게 포기하지 않고, 충청대망론은 살아있다”며 “저를 포함해 충청대망론에 가 있는 분들이 많이 있다. 제가 직접 나서서라도 이 불씨는 꺼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회견에서 밝힌 큰 꿈은 대선을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를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전 총리는 또 “홍(준표) 대표가 여러 문제가 있더라도 감싸주고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야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면서도 “(지방선거 후에는) 새로운 리더십, 야권 통합과 당내 화합을 이루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리는 ‘6·13 지방선거 후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발언은 당권을 뜻하는 것이냐’는 직접적인 질문에는 “정치는 상상의 결과물”이리며 “어떤 역할도 회피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한편 6·13 재·보궐 선거에서 천안 지역은 2석의 의원직이 걸려있어, 여야 모두 후보 공천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지방선거와 같은 날 치러지는 특성상 광역·기초단체장 선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재선거가 치러지는 천안(갑) 지역구는 KBS사장을 지낸 길환영 당협위원장이,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천안(병)은 이창수 천안병 당협위원장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