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남북정상회담, '한반도 평화' 전기 마련?…北비핵화 의지, '선언→합의' 이끌어내야

5월 북미정상회담, 北 대미관계 정상화·美 비핵화 '빅딜' 여부는…불발시 '군사대립' 우려

오는 4, 5월 한반도 정세를 가늠할 남북·북미 정상회담 주인공들.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자료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세계의 눈이 한반도로 쏠리고 있다.

북한을 고리로 오는 4월 역사적인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데 이어 5월에는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

지난해 군사적 충돌 위기의 소용돌이에 휘감겼던 한반도 정세를 생각해본다면 감히 상상치도 못했던 일들이 목전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한반도 정세가 ‘상전벽해(桑田碧海)’ 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미국의 전략자산이 뒤엉키면서 전쟁 우려까지 감돌았던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대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변화의 서곡은 올해 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였다.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 개선과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세를 동시에 내비쳤다. 그의 핵무력 과시에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경찰’을 자임하는 미국 역시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한다”면서 “핵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위협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기조에 또 다시 의문이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는 곧 빛을 발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극적인 반전의 기회를 맞았다.

2년여만에 재개된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확정됐다. 21개국 26명의 정상급 인사들이 한국을 찾았고, 여기엔 북한도 포함돼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타진됐다.

급기야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했던 ‘백두혈통’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오빠의 명을 받아 전격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특사단을 방북시켜 11년만의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김 위원장의 제안에서부터 문 대통령의 응답까지의 시간은 불과 한 달여에 불과했다.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이에 만족할 수 없었다.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비핵화’가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선 북미정상회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 끝에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만남이 성사됐다. 상호 막말까지 주고받았던 두 사람의 관계를 볼 때, ‘세기의 회담’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반도는 한 때 열강들의 각축장이자 동족상잔의 격전지였다. 하지만 꽃이 피는 봄이 오면 세계 평화의 중심지로 급부상할지 모른다.

관건은 4월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에서 어떤 성과가 도출되느냐에 달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준비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임 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천해성 통일부 차관,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서훈 국정원장, 총괄간사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사진=연합뉴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의 ‘예비전’ 성격 짙어…“북핵 포기 약속 받아내야”

오는 4월 말 개최될 남북정상회담을 대하는 남측과 북측의 입장은 사뭇 다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명확하다. 바로 ‘한반도 긴장 고조의 탈피’에 가장 큰 목적이 있다.

이는 지난 2000년·2007년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이번 제3차 남북정상회담도 그 궤를 같이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6일 청와대의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의 전체적인 목표에 대해 밝혔다.

임 실장의 표정은 엄숙하면서도 진지했다. “한반도 평화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전기가 돼야 한다”는 그의 목소리엔 비장함까지 묻어나왔다.

임 실장이 밝힌 '근본적 해결'을 풀이하자면 남북관계 개선을 넘어 이제는 현재의 냉전 구도를 해체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냉전 구도 해체를 위한 방법은 북핵 문제 해결을 통한 비핵화에 이은 항구적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남북한만 합의해서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임 실장을 필두로 한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의 이번 핵심 과제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상호 간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뒤 비핵화 등 실질적인 문제는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해결될 수 있도록 방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최우선적으로 담보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얻어낸다면 이어질 북미정상회담에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선언적 수준을 넘어 ‘합의’로 이끌어내는 데에 한결 수월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4월 말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의미 있는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북한으로부터 핵을 포기하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을 받아내야 남북정상회담 이후 향후 일정들이 순조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맨왼쪽)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 두번째)이 12일(현지시간) 유엔주재 미국대표부에서 유엔 안보리 회원국과 한국, 일본 등에 북한 문제에 관해 브리핑 한 뒤,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사진=주유엔 미 대표부 트위터, via US Mission to the UN twitter

‘세기의 만남’ 북미정상회담, ‘세기의 빅딜’로 이어질까…성과 없을 경우 ‘군사대립’ 우려

5월 중 열릴 북미정상회담은 한 마디로 ‘김정은 vs 트럼프’의 모습이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사람은 이번 회담을 통해 서로의 야심을 관철시키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관계 정상화를 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를 요구한다.

즉 사상 첫 북미정상의 회동이라는 ‘세기의 만남’이 ‘세기의 빅딜’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 출신답게 ‘딜 메이커’(협상가)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대통령 임기 내에 ‘피스 메이커’(중재자)가 되겠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비핵화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자 할 더할 나위 없는 ‘과제’가 되는 것이자, 북미정상회담은 그 ‘무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평소 거리낌 없이 ‘말폭탄’ 수준의 발언을 내뱉는 것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서는 어떤 말을 꺼낼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북미정상회담의 주역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될지도 모른다는 견해도 나온다.

북미수교는 물론이고 체제안전 보장까지 원하는 김 위원장은 그 대가로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빅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지난 6일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우리나라 대북특사단과 뜻을 함께 한 남북합의문은 북미 간 빅딜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이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당시 김 위원장은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이 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비핵화 의지를 천명하는 한편 남북·북미 정상회담 대화 기간 동안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처럼 비슷한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이 문재인 정부로선 악재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일 서로가 원하는 성과 없이 헤어질 경우 군사적 대립 가능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 이전에 앞서 비핵화 의지를 천명한 것이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빅터 차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북한 정권은 그 무엇도 대가 없이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차 석좌는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탄도미사일 동결·파기를 대가로 미국이 대북 제재를 풀고 및 에너지와 경제적 지원에 나서든지 북미 외교 정상화 및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더 큰 당근’을 내밀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북한과 미국이 참가하는 세기의 드라마는 주연만 정해졌을뿐, 각본이나 스케줄은 아직 짜여지지 않은 상태여서 더욱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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