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북미대화' 중재하려면 "청와대 안보실장급이 美에 직접 가야"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뒷줄 오른쪽)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왼쪽),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앞)이 지난 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진우 기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2일 '미국과 북한의 10일 비밀 회동이 2시간 직전에 무산된 이유'를 '북측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으로부터 모욕을 받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세현 전 장관은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미국에 최소한도 청와대 안보실장급이 가야한다'고 조언했다. 정 전 장관은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북한이 아닌 미국에 특사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전 장관은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전 리셉션장에 참석했다"면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테이블에 펜스 부통령은 없었고, 김영남 위원장은 얼굴이 벌개져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공개했다.

펜스 부통령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 내외·김영남 위원장 등과 같은 테이블에 앉을 예정이었지만, 펜스 부통령은 리셉션장에 잠시 들러 김 위원장을 제외한 정상급 인사들과 악수를 나눈 뒤 자리를 떴다.

이에대해 정세현 전 장관은 "(김영남 위원장이) 굉장한 모욕감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장관은 "같은 날 밤 진행된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장에서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이) 고개만 돌리면 눈이 마주칠 수 있도록 자리가 배치됐는데 (펜스 부통령이) 눈도 안마주치자 아마 김여정도 굉장한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정 전 장관은 "(이런 상황을) 아마 평양에 보고했을 것"이고 "김정은의 최종 결정을 받는데 시간이 좀 걸렸고 (10일 김여정과 펜스의 만남) 2시간 전에야 북쪽 대표단에게 통보가 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방한 당시 펜스 부통령의 싸늘한 대북 행동'과 '열흘이나 지난 뒤에 돌연 미북대화 무산 사실이 공개된 것'은 "미국내 정치적인 요소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미국 내에서 (펜스 부통령이 북 대표단과 눈도 안마주친 것에 대한) 여론이 안 좋자, (펜스 부통령은) 일종의 면피용으로 '내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어 (북한이 약속을 깼기 때문이야)'라는 이야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그는 제29대 및 제30대 통일부 장관이자 원광대학교 제11대 총장이다. 박정희정부 시절에 국토통일원에 들어갔고, 김영삼정부 시절에 대통령비서실 통일 비서관을 지냈으며,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시절에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사진=연합뉴스 자료
한편 정세현 전 장관은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미국에 최소한도 청와대 안보실장급이 가야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정 전 장관은 "이방카 트럼프가 다녀간 뒤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6자회담 수석대표)를 미국에 보낸다고 하는데, 최소한도 청와대 안보실장이 직접 가야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최소한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격의 없이 얘기할 수 있는 급"이 미국으로 가 "미국이 태도를 좀 바꿔 달라. 그러면 우리가 북한을 다시 회담장으로, 협상장으로 끌어내겠다"고 담판을 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한번 더 미룰테니 북미대화를 중재해보라는) 위임을 받아와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북미대화는 미국의 대통령이 결정해야 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펜스 부통령과 같은 입장을 미국이 조금 누그려뜨려주길" 당부했다. 정 전 장관은 "그래야 북한도 비핵화에 대해서 전향적인 얘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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