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정의당 의원 "귀순병 몸 속 기생충 등 공개된 것은 인격 테러" 주장

탈북민 사회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길…北 열악함 알린 계기" 의견 다양

공동경비구역(JSA) 북측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북한군 병사. 자료사진=데일리한국 사진공동취재단.
[데일리한국 이정현 기자] 지난 13일 발생한 공동경비구역(JSA) 북한군 탈북 사건은 이례적으로 우리사회에 탈북민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왔다. 수술과정에서 신체 정보가 공개된 해당 병사에 대한 인권 침해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논란은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지난 17일 "(귀순병이) 남쪽에서 치료받는 동안 몸 안의 기생충과 내장의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다 공개돼 인격의 테러를 당했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주장한 사실이 알려지며 촉발됐다.

김 의원은 이후 23일 상무위원회에서 "마치 이국종 아주대 교수와 제가 공방을 주고받은 듯 언론에 대서특필됐다"며 "환자 치료에 전념해야 할 의사가 혹시라도 마음에 큰 부담을 지게 된 것에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공식 사과했다.

다만 김 의원은 같은 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이런 뉴스가 나올 때마다 사실 탈북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며 "심지어 어떤 분은 '탈북민과는 앞으로 식사하기 꺼림칙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여론은 이 교수의 헌신적인 의료행위에 손을 들어준 분위기다. 김 의원실에는 현재까지도 항의전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한국은 이번 귀순병 인권침해 논란에 대해 실제 탈북민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다만 사건의 파장이 워낙 커진 탓인지 일부에선 경계의 분위기마저 흘렀고 몇몇은 "요즘 분위기에 잘못 말하면 큰일난다"며 답변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다.

북한군 출신 탈북자 A씨는 29일 해당 사안에 대한 질문에 잠시 곤혹스러워 하다가 "인권침해적인 부분이 조금 있긴 하다"며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귀순병도 인간인데 너무 개인에게 포커스를 맞추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총탄을 맞아보면 계속해서 맞을 당시의 기억이 나고 악몽도 꾼다. 귀순병에겐 외상 후 스트레스 치료도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귀순병에게서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기생충이 발견 되는 등 열악한 신체 상태가 공개된 점이 오히려 북한 인권의 중요성을 알린 중대한 계기가 됐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탈북민 출신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은 "오히려 북한 주민들의 인권실태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며 "대한민국 국민들이 귀순병의 쾌유를 바라는 마음을 엿볼 수 있어 탈북민의 한사람으로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JSA 근무라는 특별대우를 받는 북한 군인마저 그 실태가 얼마나 열악한지에 대해 사회적으로 알려질 필요가 있다"면서 "귀순병이 목숨을 걸고 얻은 자유를 대한민국에서 마음껏 누리며 살길 응원한다"고 전했다.

귀순병 개인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보다 북한에 남아있는 주민들의 의료 문제에 더욱 눈을 돌릴 때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군출신 탈북자 A씨는 "북한에서 전방 부대는 실제 전쟁이 터지면 2시간동안 38선에서 버텨야 하는 부대라고 한다"며 "(이번 귀순병 사건은) 자동화 무력도 많이 갖고 있는 최전방 부대마저 기본적인 구충제도 공급이 안 되고 면역력이 약화됐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씁씁해 했다.

북한에서 한의사를 하다가 탈북한 '김지은 한의원'의 김지은 원장은 "일단 어려운 상황에서 환자를 살린 이 교수에게 고마움을 느낀다"며 "병사 한명을 통해 북한 사회의 여러 면이 드러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북한은 위생이 상당히 불결하고 먹을 것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생충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또한 결핵의 경우에는 내성이 생기지 않도록 치료제가 중단없이 보급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 온 이래 항상 북한에 대한 의료지원을 생각한다"며 "정치적인 면을 떠나 의료인의 입장에서 볼 때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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