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중앙일보·jtbc 임직원에 사퇴 표명 고별사서 밝혀

"남북관계·일자리·사회통합 등 국가 과제 해답 풀겠다"

출마설에 "헛소문" 초기 반응 "확답하기 어렵다"로 선회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지난 2월 9일 전북 부안군 대명리조트에서 열린 '2017 학교법인 원광학원 보직자 연수'에서 강연하고 있는 모습. 홍 회장은 3월 18일 중앙미디어네트워크그룹 회장직 사퇴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영운 기자] 홍석현(68) 중앙일보·jtbc 회장이 18일 오후 자신이 운영하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그룹 직원들에게 사내 전자우편을 통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사퇴 배경과 올해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홍 회장은 18일 임직원들에게 일제히 이메일로 “이제 저는 23년 간 몸 담아 온 회사를 떠납니다”라는 내용의 고별사를 보냈다. 사퇴 의사를 공식 발표한 것이다.

고별사에서 홍 회장은 사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보다는 사퇴 이후 자신의 행보와 역할에 더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탄핵 정국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면서 국정농단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가 자신의 사퇴를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됐음을 밝히고 있다.

이어 “고민 끝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했다”고 말해 단순한 경영일선 후퇴가 아닌 모종의 행동과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암시를 주었다.

구체적인 행동과 역할과 관련, 홍 회장은 고별사에서 남북관계, 일자리, 사회통합, 교육, 문화 등을 적시하고, “대한민국이 새롭게 거듭나는데 필요한 시대적 과제들에 답을 찾고 함께 풀어갈 것”이라고 설명해 정치사회 전반의 영역에 걸쳐 ‘작은 힘’을 보탤 것임을 시사했다.

더욱이 이같은 사퇴의 변이 단순히 홍 회장 개인의 판단과 결심이 아니라는 점을 고별사에서 드러냈다.

홍 회장은 “그러한 작업들은 명망 있는 전문가들에 의해 재단과 포럼의 형태로 진행될 것이며, 중지를 모아 나온 해법들이 실제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재단과 포럼을 통해 해법 제시와 정책 반영이라는 표현에서 국가 정책이나 기관을 매개로 한 ‘거버넌스적 국가 리더십’을 제시했다.

또한 홍 회장의 고별사를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특별한 단어가 눈에 띄였다.

다름아닌, 흔히 정치계 입문을 앞두거나, 진출을 천명하는 인사들이 흔히 사용하는 ‘책임과 소명’이라는 단어이다.

홍 회장은 “그간 축적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통해 그 책임과 소명을 다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며 고별사 내용에선 사퇴 후 수행한 거버넌스적 리더십에 해당하는 ‘책임과 소명’임을 밝히고 있으나 거버넌스적 리더십의 형태가 정치 및 사회 세력의 요구와 연계될 경우 보다 거시적인 의미로 확대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았다.

이같은 고별사의 행간의 의미가 대선 출마설로 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홍 회장은 다음날인 19일자 중앙일보 자매지인 ‘중앙선데이’와 인터뷰에서 “평소 나라 걱정을 너무 많이 하다보니까 대선 출마설까지 나온게 아닐까”라며 해명했다.

그러나 홍 회장은 인터뷰에서 대선출마설을 단호하게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대선 출마 등 정치활동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확실한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며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놓았다.

“앞으로 뭘 더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하고 있다”라는 이어진 답변에서도 고별사에서 제시했던 사퇴 후 활동을 넘어선 모종의 활동을 염두에 두고 계속 고민을 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같은 발언은 지난 2월 초 소셜네트워크 계정을 통해 ‘홍석현 회장 대선출마설’이 급속히 확산되자 본인 입으로 “사실무근의 헛소문”이라고 일축하던 반응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홍 회장의 대선 출마설에 대해 말을 아끼고 분위기다.

다만, 홍 회장은 고별사에서 언급한 ‘대한민국이 새롭게 거듭나는데 작은 힘을 보태겠다’는 내용처럼 최근 국가 개조론을 부쩍 강조하고 있어 대선 출마설에 직접적 연관성은 차치하더라도 향후 활동과 역할에 예상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홍 회장은 지난 2월 초 학교법인 원광학원 보직자 연수 초청연사로 나서 ‘경청에서 얻은 나라를 위한 10가지 소망’ 주제로 특강하면서 대통령 탄핵 정국을 “태풍전야의 위기이지만, 모두가 힘을 모아 국가를 개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강에서 홍 회장은 구체적으로 국가 개조의 방법론으로 △개헌과 대연정을 통한 대통합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혁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중앙선데이와 19일 인터뷰에서도 “촛불(집회 또는 세력)이 내세운 강력한 메시지가 ‘이게 나라냐’였다면 ‘이게 나라다’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내가 책임감을 느낀 거다. 정치인들은 정권 교체가 되면 ‘이게 나라다’ 하는 게 될 것 같다고 하지만 여러분들은 동의하세요? 누가 대통령이 되건 중앙일보도 JTBC도 리셋을 해야 되고, 나도 국민도 모두가 리셋을 해야 한다. 최장집 선생 책(저서 ‘양손잡이 민주주의’)에도 나오지만 촛불혁명이 명예혁명이 되려면 탄핵 이후에 새로운 나라가 태어나야 한다”며 예의 ‘국가 개조(리셋·Reset)론’을 장황하게 설파했다.

한편, 홍석현 회장은 경기고·서울대를 거쳐 세계은행(IBRD) 경제개발연구소 경제조사역, 재무부 장관비서관, 대통령비서실 보좌관, 삼성코닝 부사장 등을 거쳐 1994년 중앙일보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자유당 정권 시절 법무부 장관, 내부무 장관을 지낸 홍진기(1986년 타계) 전 중앙일보 회장이 부친이며, 6명 형제자매 중 장남으로 여동생 홍라희씨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이다.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에게는 처남인 셈이다.

홍 회장은 1994년 중앙일보 사장에 이어 1999년부터 중앙일보 회장을 맡다 2011년 JTBC 회장을 겸임했으며, 세계신문협회(WAN) 회장, 한국신문협회 회장, 주미 대사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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