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평양 김일성광장의 신년 불꽃놀이 장면. 사진=AP/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정현 기자]지난 1일 0시를 기해 평양 대동강변 김일성광장에서는 새해 첫날을 기념하는 불꽃 축제가 열렸다. 이로써 북한은 최근 5년 동안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신년 불꽃놀이를 개최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집권 후 유독 잦아진 불꽃놀이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축포 정치’를 한다며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11년 12월 17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후 한 달이 채 안 돼 맞았던 2012년 신년만 제외하고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꾸준히 신년 불꽃놀이를 열었다. 뿐만 아니라 각종 군 행사 때도 기념 폭죽이 발사되는 횟수가 이전에 비해 월등히 늘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축포 정치’를 간과할 수 없는 더 큰 이유는 북핵·미사일 발사로 이어질 가능성 때문이다. 이미 북한은 주요 무력 도발을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이나 김 국방위원장 생일인 ‘광명절’ 또는 노동당 창건일 등에 강행한 전례가 있다. 국제사회가 금지한 핵·미사일 실험을 ‘축포’로 강변하는 탓에 북한의 국경일이 다가오면 주변 국가들이 바짝 긴장하곤 한다.

북한 당국의 ‘축포 정치’가 갖는 이중성은 주민들의 탈북에 대한 제재로도 확인된다. 북한은 방송을 통해 불꽃놀이 장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주민들의 단합된 모습을 선전하는 데 활용하는 경향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평양 밤하늘을 폭죽이 수놓는 주요 국경절은 주민들에게 고강도 감시태세가 내려진다. 대표적으로 음력 설은 축포가 쏴지는 대표적인 기념일이기도 하지만 북한에서는 ‘특별경비주간’에 해당하는 시기로 탈북 성공률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따져도 북한의 ‘축포 정치’는 민생을 외면한 전시성 행사라는 비판이 따른다. 북한이 축포 행사를 한 번 여는 데 들이는 비용이 30억~200억원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당장 먹고사는 문제조차 해결되지 않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축포행사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고 한다.

북한 조선중앙TV 기자 출신 탈북작가 장해성(71)씨는 “북한 주민들끼리는 ‘총 한방 쏘면 닭 한 마리, 폭죽 한 방에는 황소 한 마리’라는 말을 한다”며 “저 돈으로 옥수수나 사서 인민들에게 주면 좋겠다는 한탄이 나오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장 씨는 이어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는 하지 않던 신년 폭죽행사를 김 위원장 집권 후 매년 열고 있는 것은 나라 형편이 하도 처참하게 굴러가니깐 주민들의 사기를 진작 시키려는 의도“라며 ”김 위원장 한 명의 독단적 결정이기 보다 당국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결정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0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고(故)김일성 주석의 생일에 맞춰 폭죽을 쏜 북한을 향해 "정신을 좀 차려야 한다고 본다"고 따끔하게 지적한 적이 있다. 이에 북한은 "우리의 존엄을 모독한 값을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라며 위협적인 언사로 강력히 반발했었다.

한 탈북자는 11일 '축포 정치'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과거 김일성 주석 시대에도 이런 잦은 행사는 없었고 무력 도발도 더 절제됐었다"면서 "북한은 지금이라도 국내외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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