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언론·여론업체의 연말연시 여론조사서 1위 휩쓸어

반기문 20% 초반 지지율, 한국 귀국후 정치 활동에 달려

이재명, 안정적 10%대 지지율로 경선통한 대역전극 노려

거부감 강한 대선 후보 1~2위도 반기문-문재인 아이러니

왼쪽부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철수 전 국민당의 대표.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영운 기자] 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가 연말연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송박(送朴)'후 '영신(迎新)'의 새로운 대통령에 가장 근접해 있는 것으로 2일 조사됐다.

2017년 올해 상반기로 예상되는 19대 대통령선거의 해를 맞아 국내 주요 신문·방송 등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 등 10여곳에서 1월 1일을 전후해 연말연시에 실시한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한 곳을 제외하고는 1위를 전부 휩쓴 것으로 집계됐다. 지금 대선이 실시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유력하다는 것이 여론조사상의 지표인 셈이다.

주요 언론사 및 여론조사업체 등 16곳이 발표한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 조사한 결과, 문 전 대표는 해당 여론조사에서 모두 20%대의 고른 지지율로 여권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누르고 선두를 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문재인 전 대표는 여론조사업체 조원C&I의 31.4%의 지지율로 가장 높은 지지도를 보인데 이어 △데일리안 30.6% △폴리뉴스 28.3% △한겨레신문 27.4% △문화일보 26.9% △리서치뷰 26.8% △중앙일보 25.8% △경향신문 25.6% △매일경제 25.2% 순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SBS, MBC·한국경제, 세계일보 등 4개 매체 여론조사에서 똑같이 25.1%로 1위를 기록했다. 또 TV조선 24.0%, 동아일보 22.7%로 가장 앞서 갔다.

가장 낮은 1위 지지율은 보인 곳은 KBS·연합뉴스 여론조사로 21.6%를 얻었지만, 같은 매체 여론조사에서 2위 반기문 전 총장 역시 다른 여론조사보다 낮은 17.4%(2위)에 그쳐 문 전 대표가 여전히 상대적 우위를 이어갔다.

반면, 이달 중순쯤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비록 문재인 전 대표에게 밀렸지만 비 정치인으로서 아직 공식적인 대선출마 선언도 하기 전에 굳건한 2위를 굳힘으로써 언제든 '반전'이나 뒤집기가 가능한 대선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반 전 총장이 귀국후 과연 어떤 메시지를 내놓으며 특유의 정치행보를 선보일 수 있을지에 따라 추격과 역전의 발판이 얼마든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 전 총장은 전반적으로 17~22%대의 지지율을 유지했으며, 가장 높은 지지율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24.5%인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 지지율에서 반 전 총장은 유일하게 문재인 전 대표(22.8%)보다 1.7%포인트 앞서 1위를 기록했다.

나머지 여론조사 결과에선 반 전 총장이 '부동의 2위'를 유지했다. 리서치뷰 23.7%, 조원C&I 23.1%, 데일리안 22.8%, 중앙일보의 22.7% 순의 지지율을 보였으며, 가장 낮은 지지율은 연합뉴스-KBS의 17.2%였다.

문재인 전 대표와 가장 큰 격차를 보인 곳은 한겨레신문으로 문재인 27.4%, 반기문 18.3%로 9.1%포인트의 지지율 격차를 드러냈다.

반면 문-반 두 사람의 지지율 차이가 가장 적은 곳은 중앙일보(25.8%-22.7%), 매일경제(25/2%-22.1%) 두 매체로 나란히 3.1% 포인트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출처=각 언론사

이처럼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현상은 문재인 전 대표와 반기문 전 총장간 ‘2강 체제’가 사실상 거의 굳히기에 들어가고 있다는 징후다. 하지만 헌재에서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인용 결정이 나고 그후 2개월내에 대선이 치러진다면 그 때의 국내외적 환경과 맞물리면서 모종의 변화가 몰아닥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오는 20일(미국시간) 공식 취임하는 세계적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식 등장은 지구촌에 크고 작은 변화와 바람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커 보인다. '핵무장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예측불허 행태도 국내 대선 흐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문재인 전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평균 지지율 20%대 중반 즉 25.9%를 기록하고 있고, 반기문 전 총장은 20%대 초반인 20.5%를 기록하고 있어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 진짜 1위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혼전과 박빙의 승부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여론조사들의 또다른 특징은 안정적 10대 즉 평균 12.2% 지지율로 3위를 굳힌 다크호스 이재명 성남시장의 출현이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국면에서 급부상한 이재명 성남시장의 등장은 야권내 경선과 최종후보 쟁탈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고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안정적 3위를 굳힌 이재명 성남시장의 선전은 유력 대선잠룡의 한 사람으로 꼽혀왔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는 말 그대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이번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전 대표는 단 한 차례도 두자릿수 진입이라는 장벽을 넘어서지 못한 채 이재명 시장의 절반대 지지율로 4위에 그치는 수모를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 절대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은 재기 가능성 마저 낮다는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지지율이 4~7%대에 그쳐 문재인-반기문 두사람과는 아예 경쟁이 되지 않고 3위인 이재명 시장과의 경쟁에서도 많게는 9%포인트에서 적게는 3.5%포인트의 격차로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부 언론 여론조사에서는 5위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에 밀리거나 같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국민의 당으로서는 대선구도에서 독립변수가 아닌 종속변수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대선후보 지지율 1~5위 상위권 가운데 반기문 전 총장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이 모두 야권 인사라는 점도 올해 대선의 향방을 가늠할 지표로 풀이되고 있다. 반 전 총장 외에 여권후보로 꼽히는 유승민 개혁보수신당(가칭)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대부분 2% 미만의 미미한 지지율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여권 군소후보들의 저조한 지지율은 보수층의 표 결집을 불러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 민심이 반기문 전 총장으로 쏠림현상을 보일 경우, 대선 판세 자체가 다른 그림으로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이나 개혁보수신당, 또는 제3 지대론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경우, 진보와 보수간 세력 재편성과 함께 다시 보혁 세력간 격전으로 이어져 2017년 대선이 예측불허의 오리무중 판세로 돌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문재인 전 대표는 여야 대선주자 지지도뿐 아니라, 유력 대선주자간 가상대결에서도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반기문 전 총장과 양자대결에서 47.2%를 얻어 반 전 총장(39.8%)에 7.4%포인트의 오차범위 밖 우세를 나타냈다. 모름/무응답 비율은 13.0%였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가세한 3자 대결에서도 문 전 대표는 41.8%로 34.6%의 반 전 총장을 양자대결과 비슷한 7.2%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안 전 대표는 문·반 양자의 지지율을 5~6%포인트씩 깎아먹었지만 14.5%에 그쳐 역부족을 드러냈다. 모름/무응답 비율은 9.1%였다.

한겨레신문 여론조사의 문-반 양자대결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이 더 높아졌다. 문 전 대표는 과반인 51.8%를 얻은 반면에 반기문 전 총장은 35.9%에 그쳐 문 전 대표가 15.9%포인트 우세를 보였다. 이는 중앙일보 여론조사 양자대결에서 보인 격차(7.2%포인트)보다 2배 이상 더 벌어진 셈이다.

안철수 전 대표를 포함한 3자 대결에서도 문 전 대표의 선두자리는 변하지 않았다. 문재인 44.6%, 반기문 30.0%, 안철수 13.7%로 안 전 대표가 별다른 변수 역할을 해내지 못한 것이다.

한겨레신문 여론조사의 재미있는 대목은 문 전 대표가 경선에서 낙마하고 이재명 성남시장이 야권 대선주자로 나올 경우에도 43.3%의 지지율로 반 전 총장(41.0%)을 오차범위 내에서 누른다는 점이다.

이 시장은 안철수 전 대표가 뛰어든 3자 대결에서도 33.4%로 반 전 총장(33.2%)에 박빙의 차이로 앞서 나름의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줬다. 안 전 대표는 18.9%로 문재인 전 대표 3자대결 때 보다 지지율은 다소 올라갔지만 여전히 3위에 머무르는 한계를 드러냈다.

하지만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선 문재인 전 대표가 여전히 양자대결이든 3자대결이든 모두 1위로 앞서나갔지만, 한겨레신문 여론조사와 다른 점은 문-반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로 좁혀지는 박빙의 승부를 펼친다는 점이다.

양자대결에서 문재인 40.7%, 반기문 35.0%를 기록해 양측이 힘든 싸움을 벌일 것으로 동아일보 여론조사는 예상했다. 3자 대결에서도 문재인 34.4%, 반기문 29.6%, 안철수 13.0%로 역시 오차범위 접전 양상을 나타냈다.

동아일보 여론조사의 흥미로운 대목은 차기 대선에서 절대로 뽑지 않겠다는 후보 응답에서 역설적으로 문재인-반기문 두 사람이 역시 수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지지율 1~2위가 비호감이나 거부감 1~2위에도 나란히 올랐다는 사실은 이번 대선의 불투명성을 드러내는 현상으로도 풀이된다. 다만 거부감 측면에서는 반기문 전 총장이 문재인 전 대표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반 전 총장이 25.4%로 '비토 인물' 1위의 불명예를 차지했고, 문 전 대표도 22.4%로 2위에 오르는 수모를 당했다. 3위는 유력 대선주자 후보군에 들지 않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뽑혀 눈길을 모았다. 안철수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 시장은 상대적으로 낮은 5.1%, 2.0%에 그쳐 호감도 면에서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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