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인터뷰 "대통령 도움 주기 위해 연설문 일부 수정"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때 절대 자금 지원을 받은 것 없다"

"태블릿을 갖고 있지도 않고, 쓸 줄도 모른데 왜 나를…"

JTBC가 최순실씨가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진 태블릿PC에 담겨 있는 최씨의 사진을 지난 26일 공개했다. 한편 최씨는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이 태블릿PC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진=JTBC 캡쳐/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찬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불리는 최순실씨(60)가 언론 인터뷰에 등장했다.

27일 세계일보에 따르면 최순실씨는 독일 헤센주 호텔에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 초기에 청와대 자료를 받아 본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대선 당시 대통령의 "심경고백에 도움을 주기 위해" 연설문을 일부 수정한 것도 시인했다.

하지만 최순실씨는 나머지 각종 의혹들에 대해서는 모두 부인했다.

적지 않은 얘기를 했지만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로 발표한 내용의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최순실씨는 박 대통령이 연설문 유출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데 대해 "대통령이 훌륭한 분이고 나라만 위하는 분인데 그런 분에게 심적으로 물의를 끼쳐드려 사과드리고 싶다"며 "정말 잘못된 일이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대통령 연설문 수정 의혹에 대해서는“대통령을 오래 봐 왔으니 심정 표현을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드리게 됐다. 마음을 잘 아니까 심경 고백에 대해 도움을 줬다. 그게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국가 기밀인지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북한과 일본 등 국외 관계에 대해 국가기밀인지도 모른채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것이다.

최순실씨는 청와대의 대통령 자료를 미리 받아봤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당선 직후 초기에는 이메일로 받아본 것 같다. 민간인이어서 그것이 국가기밀이나 국가기록인지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외교안보 관련 문서에 대해서도 “전혀 기억이 없다. 뭐가 진실인지 잘 모르겠다”고만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의혹'에 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의 자기 사무실에서 대통령 보고서를 매일 봤다는 언론 주장에 대해서는 “말도 안된다. 미친 사람이다. 저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 협박도 하고 5억을 달라고 했다”며 모함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청와대 정호성 비서관이 문서를 전달했다는 구체적 정황에 대해서도 “저는 정 비서관이 청와대에 들어간 뒤에는 만난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최순실씨가 안종범 경제수석,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등을 통해 문화계 등 국정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안 수석의 얼굴을 알지도 못한다. 그들도 나를 알지 못할 것이다. 김 차관의 경우 저와 연결하려는 ‘그림’인 것 같다. 한양대와 관련해 아는 사람이 없다”며 부인했다.

제2부속실 소속 윤전추 행정관 등의 인사청탁 의혹에 대해서는 “나이와 연배도 달라 내가 전혀 추천이나 인사 청탁은 없었다”면서 부인했다. 최순실씨는 이외에 ‘팔선녀 모임’ 소문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논란에 대해서는 “절대 자금 지원을 받은 것이 없다. 감사해보면 당장 나올 것을 가지고 (돈을) 유용했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국장이 최씨가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고 폭로한 데 대해서는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 같이 일한 적도 없다. 저를 끼워 이슈를 만든 것 같다. 그 사람들 싸움에 왜 저를 끌어들이고 그런지 모르겠다”며 역시 부인으로 일관했다.

최순실씨가 국내로 돌아와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 “현재 비행기를 탈 수 없을 정도로 신경쇠약에 걸려 있고 심장이 굉장히 안좋아 병원 진료를 받고 있어서 돌아갈 상황이 아니다. 더욱이 딸아이가 심경의 변화를 보이고 있어 두고 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지금은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건강이 회복되면 용서를 구하고, 죄가 있다면 받을 것은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최순실씨는 언론에 보도된 국정 개입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면서 부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종이나 책자 형태의 청와대 보고서를 매일 봤다거나, 태블릿 PC를 통해 보고서를 사전에 봤다는 등의 보도에 대해 최순실씨는 "태블릿을 갖고 있지도 않고, 쓸 줄도 모른다. 남의 PC를 보고 보도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최순실씨의 인터뷰 내용은 대부분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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