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여→야, 김만복 야→여, 조경태 야→여 옮겨

김종인 여→야→여→야, 윤여준·이상돈 여→야→야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선거철이면 제기되는 정치권 ‘철새’ 논란이 이번에도 또다시 불거졌다. 철새 정치인의 등장이 비단 어제 오늘 일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들 가운데는 여야 정책을 주도하던 중량급 인사들이 적잖이 포함돼 있어 보는 이들을 씁쓸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전·현 정부에서 중요 직책을 맡은 인사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상대 진영에 가세하는 등 여당에서 야당으로, 또는 야당에서 여당으로 말을 갈아탄 이들이 적지 않다.

먼저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전 검사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민정수석실 특성상 현 정권의 가족, 측근의 일거수일투족을 속속들이 파악했던 조 전 검사의 영입을 발표했다. 조 전 검사는 2014년 말 정치권을 뒤흔든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에 연루됐던 핵심 당사자 중 한 사람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야당 행을 택했다는 점에서 관련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혔던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조 전 검사와 반대로 야당에서 여당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는 지난 연말 새누리당에 팩스로 입당 신청을 해놓았지만 이전 재보선에서 야당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왔다는 이유로 새누리당으로부터 제명당했다. 그는 이후 이에 불복해 새누리당을 상대로 제명처분무효확인의 소를 제기,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여주면 총선에서 무소속 예비후보가 아닌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조경태 의원은 현역 의원 신분으로 야당에서 여당 의원이 됐다. 더민주를 탈당한 지 이틀 만인 지난 21일 새누리당에 입당한 그는 이번엔 여당 후보로 4선 고지를 향해 뛰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구에서 뛰고 있던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은 조 의원의 당적 변경을 비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인 김종인 위원장은 조금 더 심하다. 전두환 정권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를 시작으로 민주정의당과 민주자유당 소속 의원을 지낸 대표적인 여권의 인사였다. 그런 그는 이후 2004년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야권에 투신하더니, 2012년 대선 때에는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박근혜캠프에 합류해 다시 여권으로 돌아왔다. 그러다 더민주의 구원투수로 또다시 야권 간판이 됐다. 여당에서 야당, 다시 여당으로 왔다가 이번엔 야당으로 둥지를 계속 바꾼 것이다.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으로 참여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역시 박정희 정권부터 YS정부까지 내각과 청와대에서 일하고, 16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의원을 지낸 대표적인 여권 중량급 인사다. 이후 지난 2012년 대선정국에서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캠프의 국민통합추진위원장으로 등장하며 야권에 몸을 담았다. 그러다 2014년에는 당시 무소속 신분이던 안철수 의원이 추진했던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이번에도 국민의당에 몸을 실었다. 여당 출신이지만 이후에는 각기 다른 야당에 두번 이름을 올린 것이다.

2일 국민의당에 합류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도 윤 전 장관과 비슷한 사례다. 이 교수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캠프 정치쇄신특별위원으로 활동하며 여권에 기여했다. 그러나 그는 현 정부 2년 차에 야권으로 돌아섰다. 이 교수는 2014년 더민주의 전신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의 비대위원장에 내정됐다가 과거 그의 전력이 논란이 되며 인선이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이 교수는 장외에서 정치 현안에 대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다 국민의당 행을 택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정용화 호남미래연대 이사장이 국민의당에 합류한 것도 같은 케이스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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