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안박 공동 지도체제 둘러싸고 고심

文, 공개일정 없이 이틀째 자택서 칩거

安, 기자간담회 취소…"의견 듣고 있어"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내년 총선 지도 체제를 둘러싸고 장고에 돌입한 모습이다. 문 대표가 제안한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공동지도부’ 구성과 관련 결정적 한수를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문 대표는 연이틀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고, 안 전 대표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당 내에서는 두 사람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조문 정국을 기회로 모종의 결단을 위한 사실상의 칩거나 장고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대표는 전날에 이어 24일에도 일정을 잡지 않거나 취소했다. 이날 예정된 당 차원의 YS 합동 분향에도 불참한다. 그는 오는 25일 광주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뒤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개관식 행사에만 합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역시 김 전 대통령의 서거와 맞물려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연기했다.

문 대표 측은 이에 대해 “문 대표가 감기몸살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문안박 구상' 성사를 위한 묘책 강구와 함께 안 전 대표의 입장 표명 이후 당 운영방안을 골몰하고 있다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안 전 대표 측이 구체성과 절박성,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고, 안 전 대표 역시 가부 간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좀더 진전된 메시지를 고민 중이라는 관측도 있다.

반면 안 전 대표는 이날 창원 경남대를 방문해 '공정 성장 토론회'를 개최하지만 '문안박 구상'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부산에서 예정한 기자간담회도 취소했다. 안 전 대표 측은 조문 정국이 마무리되는 26일 이후에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지만, 일각에서는 문 대표 측의 메시지를 좀더 지켜본 뒤 보다 명확한 입장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또 문안박 제안 거부를 요구하는 당 비주류의 입장에 대해서도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당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은 조만간 안 전 대표에게 제안 거부를 타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집모는 '문안박 제안'이 문 대표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꼼수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민집모의 한 핵심 의원은 "'문안박' 부분이 결론 나야 우리도 무엇을 할지 결정할 수 있다"며 "안 전 대표가 YS 영결식 다음날인 27일에라도 입장을 밝히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언제까지 시간을 끌 수는 없다는 입장도 나온다. 문 대표 측에서는 안 전 대표가 '문안박 카드'를 거부한다면 '문·박 체제'만으로라도 일단 출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총선을 준비하려면 각종 기구 설치 등 일정이 빠듯하다.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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