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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김소희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달 초 중국 방문 기간중 비를 맞으면서 태산(泰山)에 오른 사실이 9일 뒤늦게 알려지면서 정가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태산은 중국 역대 황제들이 하늘의 뜻을 받드는 봉선(封禪) 의식을 거행한 곳으로 대권을 꿈꾸는 한국의 정치인들 사이에서 복 을 비는 성산으로 통해 왔다.

특히 ‘태산을 오르는 도중 비를 맞으면 뜻을 이룬다’는 우중등태산(雨中登泰山)의 속설은 한국 정치권에도 꽤 알려져 있다. 태산에 올랐을 때 비를 맞는 것을 용의 승천에 비유해 좋은 징조라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실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야당 총재 시절인 1996년 중국을 방문했다가 태산에 올랐고 정상에 다다랐을 즈음 이슬비가 내렸다. 1년 후 그는 대권을 거머쥐었다. 대선 주자였던 김중권 민주당 대표도 2001년 태산에 올랐고 2006년 손학규 경기지사도 태산에 오른바 있다. 하지만 둘의 등정 때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고 이들은 아직 대선 본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때문에 반 총장의 태산 등정을 놓고 차기 대선에 의욕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반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다음날인 지난달 4일 부인 유순택씨 등 일행을 대동하고 태산을 방문했다. 반 총장은 이날 오후 1시쯤 등정을 시작했으며 태산 등정에는 리우지에이(劉潔一) 유엔 주재 중국 대사와 리홍펑(李洪峰) 타이안시 서기 등이 수행했다.

중국 태산신문(泰山新聞)에 따르면 반 총장은 “태산에 오르고 공자가 탄생한 곡부(曲阜)를 방문하게 돼 아주 기쁘고 감개무량하다”며 “태산은 전 세계에 이름을 널리 알린 신성명산이고 웅위한 자연경관과 유구한 인문경관과 일체를 이뤄서 마음을 끌리는 산”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어 “예전부터 태산을 방문하고 싶어했다”며 “태산을 올라가게 되면 그 어떤 곤란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중국 신랑신문(新浪新聞)도 ‘반기문 총장 부부가 태산을 유람하고 태산에서 복을 기원했다’고 보도하는 등 중국의 여러 매체들이 반 총장의 태산 등정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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