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통합전대 제안 등 지도체제개편 요구 잇달아

박지원 등 비주류는 조기선대위.조기전대론에 박차

文 "지나간 이야기" 일축… 文측 "연석회의 결의 위반"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현재의 지도체제를 유지해 차기 총선에 임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가운데 비주류와 중각지대 의원들 일각에서 새 지도체제로의 개편을 요구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이 같은 주장은 그동안 문재인 대표에 각을 세워왔던 비주류 의원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지도부 교체론에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 당 중간지대 중진급 인사들이 대거 가세함으로서 앞으로 적지 않은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는 새정치연합이 지난달 20일 열린 당무위원회 의원총회 연석회의에서 문 대표의 재신임투표 논란에 대해 재신임을 확인하고 대표 거취를 둘러싼 분열적 논란을 배제, 정기국회 전념 등의 결의문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향후 당 내부 진통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실상 결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문 대표의 거취 문제가 불거진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 문 대표는 이날 통합전대론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나간 이야기 아닌가요"라면서 자신의 거취 논란은 재신임 정국을 거치며 해소됐음을 넌지시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도체제 개편론은 문 대표를 비롯한 현재 지도부로는 내년 총선 승리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명분을 내세워 탄력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그 전면에는 중간지대 인사 8명이 결성한 가칭 '통합행동'의 구성원인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서 있다. 박 전 원내대표는 통합전대론을 주장하며 무소속 천정배, 박주선 의원, 정동영 전 의원까지 포괄하는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부를 새로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문 대표도 당연히 전대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라디오를 통해 "12월 중순 이후에 통합전대가 만들어지면 좋겠고, 늦어도 1월까지는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시기까지 밝힌 후 "빅텐트 안에 모두 모여야 총선에서 확실한 승리가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어진 ‘통합전대론이 문재인 대표 흔들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대표 흔들기라고 받아들인다면 자신감의 결여라고 생각한다"며 "통합전대에 문 대표도 반드시 다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통합행동은 아직 단일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터라 구성원별로 온도차가 드러난다. 민주정책연구원장인 민병두 의원은 야권 전체의 통합보다 당내 통합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야권 전체가 하나로 돼야 한다고 요구하려면 우선 당이 하나로 통합돼 실력을 키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밖에 있는 분들과 통합을 우선 얘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당내에 거론되는 조기 선대위론, 조기전대론, 문 대표의 '희망스크럼' 내지 '최고지도자 연석회의' 구상 등을 언급하며 "(통합행동은) 당이 하나로 되기 위한 압박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합행동 구성원인 김영춘 전 의원도 언론을 통해 민 의원과 스탠스를 같이 했다. 그는 "지금까지 합의를 본 것은 정기국회 때는 민생투쟁에 전력하면서 당내 통합에 매진하자는 것"이라며 "당내 주류-비주류 통합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통합행동이 군불을 떼는 정도라면 비주류는 아예 조기 선대위론과 조기 전대론을 본격적으로 점화할 태세다. 강창일 의원은 당내 인사가 참여하는 선대위를 조기에 구성 후 당밖 인사들이 참여하는 2단계 선대위론을 주장하고 있다. 문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회는 일상적 당무만 수행하고 공천을 포함한 총선 업무는 선대위로 넘겨야 한다는 것이 강 의원의 생각이다. 그는 "상당수 의원과 교감을 확인했다"며 "국감이 끝나면 이 문제를 공론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강 의원의 구상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류 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은 조기 전대론을 대체적인 해법으로 보고 있다. 최원식 의원은 "확정적이진 않지만 조기전대론이 비노(비노무현) 전체의 의견으로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민집모는 오는 12일 자체 혁신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개최를 추진 중이다.

이에 친노계를 비롯한 주류는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고 있다. 문 대표 거취 논란을 배제하겠다는 연석회의 결의가 이뤄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지도체제 개편 문제가 또다시 거론되는 상황을 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기류다. 실제 주류 측은 문 대표가 자체적으로 지도부의 뜻을 모아 총선 관련 체제 정비를 할 순 있겠지만 지금처럼 비주류나 중간지대 인사들이 나서서 사실상 거취 문제를 왈가왈부하는 상황은 연석회의 결의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 대표 측 한 인사는 이와 관련 언론을 통해 "통합전대를 하려면 조건과 환경이 맞아야지, 툭 던지는 식으로 해서 가능하겠느냐"라며 "총선 승리에 필요한 기구나 체제도 만들 수 있겠지만 문 대표가 주도하는 형태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인사는 "언제까지 이 문제에 붙잡혀 가야 하느냐. 다른 사람들이 흔드는 것에 대해 신경쓸 여유가 없다"며 "이제는 대표의 길을 가야 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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