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취 논란 마무리 후 스타일 달라져… "리더십 흔들기에 강경"

靑·여당에 공세 강화…소통 강화 및 정책·전략 리더십도 추구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추석 연휴 이후 ‘광폭 행보’를 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모색하고 있다. 자신의 대표직을 걸고 추진했던 혁신위원회의 혁신안 통과와 재신임 정국 등을 거치면서 그의 리더십 스타일에 변화 기류가 보인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평가이다. 당내 리더십을 다시 세웠지만 여당과의 정기국회 주도권 경쟁, 당내 비주류의 견제 속 총선 승리 전략 마련 등 풀어가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기 때문에 이를 돌파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가 불가피하다.

문 대표가 추구하는 새로운 리더십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리더십', '소통 강화 리더십', '전략과 정책 대안 제시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표 측은 어느 정도 카리스마를 가진 강력한 리더십을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비판하고, 당 안팎의 흔들기에는 동요하지 않겠다는 게 강력한 리더십의 골자다. 또 소통 리더십은 당내 비주류, 언론 나아가 일반 국민들과 적극 소통한다는 것이다. 문 대표가 최근 최고위원들을 자택으로 불러 만찬 모임을 가진 것이나 과거와 달리 언론인들과 자주 만나 식사하는 것도 이런 움직임의 일환이다. 또 전략과 정책 리더십은 그동안 야권이 취약했다고 평가받아온 민생 정책이나 전략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문 대표 측은 일단 추석 연휴 기간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부산 회동을 가진 것을 계기로 정국 주도권 싸움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 대표가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의 반대에 부딪혀 여권에서는 두 대표가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관철이 불투명해졌지만 문 대표는 당내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양 대표의 합의를 지켜내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문 대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청와대와 여권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청와대의 안심번호 공천제 반대에 대해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대거 당선시켜 퇴임 후를 보장받으려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강력 성토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히 문 대표의 강경 자세는 내년 총선 전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여권의 노동개혁 드라이브에 대응하고 계류 법안 심사 및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강한 대안야당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대여 투쟁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표는 민생 행보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조만간 '국민 속으로'를 모토로 청년 일자리, 생활임금제, 민생예산 등 내년 총선까지 겨냥한 정책 화두를 던지기로 했다. 당초 중국 방문이 이뤄질 경우 발표하려고 준비해뒀던 '한반도 경제통일론'의 업그레이드판도 공개할 방침이다. 문 대표 측은 "총선에선 현정권 심판과 야당의 비전 제시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강한 대안야당을 목표로 단순한 심판을 넘어 새누리당과 차별화된 비전을 제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문제과 관련해서는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면서도 리더십을 흔드는 일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총선을 준비하려면 더이상 당내 문제에 발목이 잡혀선 안 된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문 대표 측은 "리더십 논란은 재신임 정국을 거치며 마무리된 문제로, 더이상 휘둘리면 안된다는 내부 분위기가 압도적"이라며 "부당한 흔들기에 대해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으므로 대표의 길을 뚜벅뚜벅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표는 조만간 비주류 인사들을 대거 포함하는 특보단을 구성하고 4선 이상 중진 연석회의를 출범시키는 동시에 개별·그룹 면담 등 다양한 형태로 당내 인사들과의 소통에 나선다. 또 논란 끝에 당헌·당규에 반영된 혁신안의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현역 의원 평가를 위한 선출직공직자평가위 구성 문제도 조기에 매듭짓기로 했다.

그러나 문 대표에 드리운 그림자도 있다. 김부겸 전 의원,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 8명이 가칭 '통합행동'을 결성하는 등 당내 중간지대 인사들이 문 대표 등 친노 주류를 향한 공세를 본격화할 태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전면에서 문 대표와 각을 세워온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 등 비주류의 압박이 계속되고 당 밖에서는 일부 인사들이 신당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중간지대 인사들까지 통합 전당대회론이나 조기 선거대책위 구성 카드 등을 꺼내며 지도체제 전환을 거론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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