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신당론… 파급력엔 의견 갈려

[데일리한국 김소희 기자]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드디어 신당 창당을 선언할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천 의원 측 이날 "신당 창당으로 방침을 정했다"며 "내주초 창당 선언을 목표로 관련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새정치연합의 4·29 재보선 참패는 야권이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새로운 정치를 하라는 지상명령을 내린 것"이라며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로써 천 의원은 이르면 내주 초 신당 구상을 밝힌 뒤 본격적인 창당 절차에 들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천 의원이 추석 연휴 직전인 9월 25일 창당발기인대회를 개최하고 이 때 신당에 참여할 인사들의 윤곽도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천 의원은 창당 초기에는 기성 정치인보다 율사 출신 등 신진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해 신당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신당의 핵심은 새로운 인물을 얼마나 수혈하느냐에 있다"며 "신당에 (기성) 정치권 인사도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비정치권에서 경륜과 전문성, 안정성이 있는 미래형 인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천 의원은 신당의 가치로 '중용의 길'을 모토로 채택하고 저성장, 불평등, 한반도 위기를 한국 사회의 3대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혁신경제, 평등사회, 평화국가를 지향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천정배 신당'의 출현이 내년 총선을 앞둔 야권 지형에 어떤 파급력을 불러올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신민당'(가칭)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와중에 천 의원의 신당마저 출현한다면 본격적인 신당 창당 경쟁바람이 불면서 야권의 이합집산이 이뤄져 야권 정계개편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새정치연합이 4·29 재보선 참패 이후 주류, 비주류 간 첨예한 대립 속에 당 내분에 휩싸여 있는데다 일부 인사들의 경우 탈당을 공언해온터라 천정배발(發) 신당이 새정치연합의 원심력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상임고문의 복귀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주류와 대립각을 세워온 비주류 그룹 일부가 천 의원과 손잡고 내년 총선에 대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의원은 다음달 1일 박원순 서울시장,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비주류의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반면 '천정배 신당'의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신당이 파급력을 지니려면 현역 의원들의 대거 동참이 이뤄져야 하지만 신당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탈당을 감수하면서까지 창당에 몸을 실을 의원들이 나오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4·29 재보선 참패 이후 당이 안정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데다 '천정배 신당'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는 호남에서조차 새정치연합 지지율이 야권 신당을 크게 앞서고 있어 신당이 힘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호남의 민심은 신당이 아니라 새정치연합이 전열을 정비해 제대로된 야당 역할을 하라는 것"이라며 "야권의 분열은 총선 필패라는 인식이 강해 당장 신당에 합류할 인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분당은 없다"며 내부 결속에 나섰다. 문 대표는 경기 여주 썬밸리 세종홀에서 열린 서울지역 기초의원 연수 간담회 인사말에서 "그동안 당의 지리멸렬한 모습에 대해 당 대표로서 송구스럽다"면서도 "당이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분당이 없다는 걸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단언했다.

문 대표는 이어 "당 내에서 우리 당을 스스로 무너뜨렸던 일들도 거의 없어졌다"며 "분당은 처음부터 없었다. 일부 분파적인 행동들 때문에 분당이란 말에 빌미가 된 것이지만 이제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런 실체가 없는 것이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요즘 대표가 힘이 없다는 말을 듣는데 어느덧 '계파 패권주의'와 같은 말은 없어지지 않았는가"라며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전 대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다들 함께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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